사진=SBS 궁금한 이야기Y
그래도 보라 씨(가명)는 그 남자를 굳게 믿었다. 그가 카드 결제 후 잔액 9970억 원이 찍힌 문자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 남자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도 매달 생활비 수백만 원을 꼬박꼬박 주었고 드디어 몇 년 전에는 새로 지은 고급 아파트로 이사까지 했다. 보라 씨는 수천억 자산가와 행복한 결혼 생활이 영원할 것 같았는데 지난 4월 16일 ‘궁금한 이야기Y’를 보던 보라 씨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방송에서 직장 상사 태수 씨(가명)에게 자신이 특별한 영적 능력이 있고 돌아가신 어머님의 식사비를 내야 한다는 거짓말로 1억 원을 사기 친 남자. 그 남자가 바로 자신의 남편이었다.
더구나 그렇게 1억 원을 빼앗기고 남편에게 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일을 하다 사고사한 태수 씨는 그녀도 아는 사람이었다. 죄책감에 고민하던 보라 씨가 우리에게 연락을 하고 카메라 앞에 서는 용기를 냈다.
“저는 진짜로 제 인생이 그냥 다 무너진 것 같아요. 20대에 만나서 거짓말에 속아서.”
투시 능력이 있고 수천억 재력가인 장모님이 곧 재산을 물려줄 거라던 남자. 그에게 속아 1억 원을 보낸 태수 씨는 그를 ‘무심’이라 불렀다. 방송 후 ‘무심’의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나선 이는 그의 아내뿐만이 아니었다.
2년 동안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그의 수행 비서를 했다는 김 씨. 무심이란 남자는 그에게도 9970억 원이 찍힌 문자를 보여주며 언젠가 크게 돌려줄 테니 당분간 고생해도 참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태수 씨가 사고사한 그 무렵 무심은 그에게 수상한 지시를 내렸다.
“태수(가명) 아저씨가 돌아가시고 나서 차 있죠. 저한테 그거를 다 갖다 버리라고 했어요. 블랙박스 어디 갔다 오면 꼭 지워라.”
태수 씨 죽음과 자신은 아무 관계가 없다던 무심. 그는 왜 태수 씨와 자신이 관련된 흔적을 지우려고 했을까. 그가 벌인 이 터무니없는 사기극은 과연 끝날 수 있을지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아파트 주차장의 20년 망부석 할머니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