뭬야! 안팎으로 ‘미운털’ 박혔다고?
▲ 김쌍수 한국전력공사 사장 |
지난 12월 6일 예정이던 처장·실장 인사를 앞두고 김 사장의 사의설이 퍼지자 내부 기강 확립 차원에서 경영진 거취에 대한 유언비어 확산을 강력히 제재한다는 방침을 공문을 통해 밝힌 것이다.
한전 측은 김 사장 거취 소문을 낭설로 규정하고 있지만 올 8월까지 임기가 남은 김 사장의 리더십 문제점이 사의설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 보는 시선이 적지 않다. 김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및 5개 화력발전 자회사(남부발전 동서발전 남동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와의 재통합 의지를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정부가 발전 자회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안을 발표했고 발전 자회사의 경영평가와 임원 선임권이 기획재정부로 넘어가면서 김 사장은 리더십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이 일로 인해 김 사장은 “정부와 손발이 맞지 않는 공기업 CEO”라는 평가를 한전 안팎에서 받게 됐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선 “한전이 4986억 원 규모의 환차손을 입고도 3780억 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는 추궁에 시달리기도 했다. 결국 정부·여권을 상대로 힘 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CEO를 원했던 조직 내 기대에도 못 미쳤다는 평도 뒤따랐다.
김 사장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내부의 ‘밥그릇 지키기’ 정서에 따른 것이란 지적도 있다. 민간 경영인(LG전자 CEO) 출신으로 첫 한전 사장에 취임한 김 사장이 ‘철밥통’으로 불리던 한전 조직에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에 대한 불만 목소리가 커졌다는 것이다. 한전 내엔 권력층에 줄을 선 인사들도 적지 않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지난 연말 김 사장 사임과 관련한 출처 불명의 소문이 퍼질 무렵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고위직을 지낸 한 여권 인사가 한전 사장직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가 정치권과 증권가에 퍼지기도 했다. 이 인사가 한전행을 위해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하며 여론몰이를 했다는 것이다. 발전 자회사 재통합에 부정적인 인사들이 김 사장 반대 여론을 조성했다는 소문도 퍼졌다. 관련 공기업의 한 고위인사가 자신의 정·관계 인맥을 동원해 김 사장 음해설을 퍼뜨렸다는 얘기다.
지난 1월 1일 이명박 대통령이 장관급 6명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하면서 이번에 옷을 벗었거나 신임 장관 물망에 올랐다가 등용되지 못한 인사들의 거취를 김 사장 문제와 맞물려 해석하려는 시선도 있다. 정부 요직에 있다가 내려온 인사들이 공기업 CEO 자리에 낙하산 타고 입성한 전례가 수두룩한 까닭에서다.
반면 여러 말이 나돌고 있는 한전 사장 자리를 흔들 경우 괜한 외압 논란만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2008년 8월 취임한 김 사장의 공식 임기가 7개월여밖에 안 남은 만큼 권력층에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런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한전 측이 유언비어 차단을 위해 노력해도 임기가 끝날 때까지 김쌍수 사장의 거취와 관련한 루머는 끊이지 않을 듯하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