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반성 기회 준다며 형사처벌 대신 소년부로 솜방망이 처벌
22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는 강도상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군(18세) 등 5명을 서울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하기로 했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죄질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다. 사진=연합뉴스
일명 ‘조건만남’을 미끼로 성인 남성을 유인해 폭행하고 알몸 영상을 찍어 돈을 뜯어낸 혐의다. 검찰은 이들에게 장기 5∼7년, 단기 3년 6개월∼5년의 징역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이들에게 반성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소년부 송치 결정을 내렸다.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죄질에 비해 솜방망이 처벌이다.
소년법 제50조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의 소년 사건을 심리한 결과 보호처분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소년부에 송치할 수 있다. 가정법원 소년부는 형사처벌 대신 보호자에게 위탁하거나 소년원에 송치하는 등의 처분을 내리게 된다.
A 군 등은 지난해 11월 채팅 애플리케이션(앱)에 ‘조건만남’을 하자는 글을 올린 뒤 이를 보고 연락한 B 씨를 서울의 한 모텔로 불렀다.
나이가 가장 어린 15세 C 양이 B 씨와 대화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나머지가 호실 안으로 들어와 “미성년자 성매매 사실을 경찰에 알리겠다”며 B 씨를 협박하고 폭행했다. A 군 일행은 B 씨의 옷을 벗기고 알몸 영상을 촬영해 이를 빌미로 현금 약 560만 원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 군 등 남학생 3명은 이어 B 씨의 차 열쇠를 빼앗아 B 씨를 3시간가량 차에 감금하고 B 씨를 협박해 렌터카 대여 계약서를 작성하게 한 뒤 무면허로 차량 2대를 운전하기도 했다.
앞서 A 군은 지난해 10월 단속 경찰관을 위협하며 차에 매달고 5ｍ가량 주행한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도 기소돼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돈을 쉽게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상해를 가하는 등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면서도 “만 15∼18세인 피고인들은 아직 판단 능력이 미성숙하고 불완전하다고 본다”며 “범행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등 개선과 교화 가능성이 있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해 형사처벌보다는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