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 “친근하고 수더분” 실제는 전과 다수 ‘꼴망파’ 조직원 출신…전문가들 “보호관찰제 강화해야”
5월 17일 경찰은 허민우를 살인, 사체손괴 및 유기 등의 혐의로 체포한 지 6일 만에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름과 나이, 얼굴 사진을 공개했다. 경찰은 “범행이 잔혹해 피의자에 대한 인권침해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한다”고 신상 공개 취지를 밝혔다(관련기사 [직탐] ‘확 다 까발리고 싶어도…’ 신상정보공개심의위, 누가 어떻게?).
술값 시비로 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업주 허민우가 5월 21일 검찰 송치를 앞두고 인천 미추홀경찰서 앞 포토라인에 섰다. 사진=연합뉴스
#자신의 노래 주점서 참혹하게 살인
4월 21일 저녁 40대 남성 A 씨는 지인과 함께 인천 중구 신포동에 위치한 노래주점을 찾아 선불금을 내고 술을 마셨다. 밤 10시 50분경 지인은 ‘더 놀다 가겠다’는 A 씨를 뒤로하고 먼저 주점을 나섰다. 22일 새벽 A 씨는 추가 요금을 두고 업주 허민우와 다투다가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며 새벽 2시 5분 즈음 112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경찰은 범죄 피해 신고가 아니라고 판단, 출동하지 않았다. 이후 허민우는 A 씨를 주먹과 발로 폭행해 살해한 뒤 시신을 주점 안 빈방에 은닉했다. 이후 인근 마트에서 14L 세제 1통과 75L 쓰레기봉투 10장, 테이프 두 개를 구매해 시신을 훼손했고, 자신의 승용차로 시신을 운반해 인천 부평구 철마산 중턱에 유기했다.
경찰은 A 씨가 주점에 들어간 다음 나온 흔적이 없고 실종 직전 주점 안에 A 씨와 허민우만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허민우에게 범죄 혐의점이 있다고 보고 수사에 나섰다. 결정적인 단서는 주점 안에서 발견된 A 씨의 혈흔과 인체 조직이었다. 출입구 CCTV에서 허민우가 짐 꾸러미를 옮기는 장면도 포착됐다. 허민우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새벽 2시 조금 넘어서 술값 문제 때문에 실랑이를 벌인 다음 주점을 나갔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자 범행을 시인했다.
#조폭 출신, 살인 후 사체 유기
허민우는 폭력 조직 ‘꼴망파’ 출신으로 다수 전과가 있었다. ‘꼴망파’는 1987년부터 동인천 일대 유흥업소와 도박장 등을 중심으로 활동한 폭력 조직으로, 사형 혹은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범죄조직단체’로 분류된다. 허민우는 2011년 4월 이른바 ‘보도방’을 운영하며 여성들을 유흥업소에 돈을 받고 소개한 혐의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2020년 1월에는 인천 등지에서 집단 패싸움을 위해 집결한 사건으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이후 허민우는 2023년까지 법무부 보호관찰대상자로 분류돼 법무부의 관리 하에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2020년 11월 이후 허민우는 줄곧 전화로만 관리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법무부의 보호관찰 대상자 관리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주변 상인들은 허민우를 성실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허민우가 운영하던 인천 중구 신포동 소재 노래주점 전경. 사진=강은경 인턴기자
#‘조직폭력’ 이력과 대조되는 평판
사건이 발생한 노래주점 인근 상인들은 경찰이 실종 사건 수사를 나왔을 때부터 심상치 않은 사건임을 인지했지만 사건 내용이 낱낱이 드러난 뒤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대부분 허민우를 평범하고 수더분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꼴망파 조직원’, ‘보도방 사장’, ‘폭력 전과자’, ‘노래주점 사장’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허민우는 실제로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허민우가 자주 찾던 한 식당 직원은 “바빠 보이면 자기가 물 가져다 먹고 올 때마다 친근하게 말을 붙이는 사람”으로 그를 기억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여성은 “전과도 있고 과거가 안 좋았지만 새 삶을 살려고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운영 사정이 안 좋은 상황에서 술값 시비가 붙은 게 안타깝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허민우가 시신 유기와 증거 인멸을 위해 락스 등을 구매했던 마트의 한 직원은 허민우가 종종 물건을 사러 매장에 방문했지만 눈에 띄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겉보기에는 험악한 인상이지만 실제로 거친 사람은 아니었다”고 그를 기억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보호관찰제도’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일상 곳곳에 범죄 위험이 높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의 범죄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차단하는 제도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범죄조직단체 출신인 사람이 불법성이 상존하는 노래주점을 운영했다면 범죄 위험도는 커진다”며 “감염법예방법 등 불법 영업에 대한 계도와 밀착 관리가 사전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무부와 경찰이 보호관찰 대상들의 불법 행위 위험성을 더 예민하게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