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직원들 부지 안 고인 물 하수구에 빼내…롯데건설 “방류 사실 몰라, 즉각 조치할 것”
[일요신문]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설립한 마곡마이스PFV(프로젝트 금융 투자회사)에서 추진 중인 MICE 복합단지 ‘LE WEST(르 웨스트)’가 착공도 전에 하수를 무단 방류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마곡마이스PFV는 롯데건설, SDAMC, 메리츠증권 등이 공동 투자, 설립한 회사다. 마곡마이스PFV가 개발하는 르 웨스트의 연면적은 코엑스(46만㎡)의 약 2배인 82만㎡로 올해 3월 건축허가를 받아 2024년 준공 예정에 있다. 르 웨스트에는 컨벤션 센터, 호텔, 노인복지주택,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르 웨스트 개발 계획이 발표되자 서울 강남에 치우친 MICE 수요를 서남권으로 분산하고, 마곡지역 R&D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거라는 분석이 있었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들도 르 웨스트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런데 6월 4일 오전 르 웨스트 부지에서 롯데건설 현장직원들은 부지 안에 고인 하수를 모터 펌프와 호스를 이용해 도로 밖 하수구에 방류했다. 자신을 롯데건설 건축담당이라고 한 현장직원은 토사와 빗물이 뒤엉킨 웅덩이에서 물을 빼내 마곡중앙 5로 주변 하수구에 방류하며 “어제 비가 와서 물을 빼내고 있다. 펄(진흙)은 들어가지 않게 물만 빼내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말과 달리 도로 옆 하수구에는 토사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현장직원에게 정화를 거치지 않고 하수를 배출하는 것이 적법한 일인지 물었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다시 현장소장의 지시를 받은 것이냐고 묻자 “지시는 없었다”고 답하더니 함께 물을 빼내던 직원들과 모터와 호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임 있는 답변을 듣기 위해 롯데건설 마곡 MICE 복합단지 개발사업 사무실을 찾아가자 공무팀장은 “침출수 방류를 지시한 적이 없다.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침출수를 정화 없이 하수구에 방류한 건 잘못이다. 즉각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물환경보전법과 건설산업기본법, 하수도법은 건설공사로 인해 배출하는 토사량을 규정하고 있다. 강우량과 토사량의 구체적 산정 방법 역시 환경부 고시를 따라야 한다. 직원이 임의대로 방류를 결정했다고 해서 롯데건설이 책임을 온전히 피해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인근 주민은 “건설사 도급순위(시공능력순위) 8위의 대기업인 롯데건설에서 왜 대낮에 하수를 무단 방류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흙탕물을 버리다 하수구가 막히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은 어떻게 할 셈인가"라고 지적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