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생 환경에 학대까지, 죽으면 다른 개 먹이로…현행법상 물건, 소유물 아닌 생명으로 보는 인식 필요
개농장 인근에는 별내신도시가 자리하고 있으며 ‘남양주별내 A1-1BL 아파트’ 건설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이 공사를 통해 경기도 남양주시 ‘남양주 별내 택지개발지구’ 내 연면적 5만 3555㎡에 지하 2층~지상 20층, 8개 동, 공동주택 576가구, 근린생활시설 등이 신축된다. 이곳은 왕숙지구, 다산신도시와 함께 수도권 동북부 주거벨트 형성의 기대감이 높은 지역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와 서울 지하철 4·6·8·9호선 연장 등의 광역교통망도 대거 확충될 예정이다.
개농장 바로 옆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소유로 불법 경작 등 무단사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 인근 지역에 자리한 이 개농장은 남양주시청 측에서 수 차례 민원이 들어온 뒤 현장 조사가 진행됐음에도 폐쇄되지 않았다.
인근 주민에 따르면 이곳은 '개고기 직판장'으로 불법 도축도 이뤄졌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이곳 주소가 ‘OO보신탕’이라는 업체로 등록돼 있기도 하다. 불법 개농장 운영 사실이 알려진 뒤 ‘개농장 철폐’를 외친 일부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남양주시에 이를 알렸지만 시에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별내 개농장 폐쇄를 주장하며 이곳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장 아무개 씨(36)는 “남양주시청 공무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직접 목격했음에도 격리가 필요한 개들을 계속 뜬장(사육하는 개·닭 등의 배설물을 쉽게 처리하기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어 지면보다 높게 설치한 철창)에 놔뒀다”며 “‘우리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전한 게 끝이다”라고 토로했다.
남양주시청 관계자는 “별내 행정복지센터에서 원상복구명령이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동물보호법 8조에 의하면 반려동물의 경우 구조조치를 할 수 있지만 (이곳은) 농장주가 반려 목적이 아닌 도축 목적으로 개를 관리하고 있어 구조조치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남양주시에서 개농장에 있는 개를 농장주로부터 긴급 격리하고 시 소유물로 이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도내 개농장 개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이행하려면 남양주시에서 먼저 개의 소유권을 이전해야 한다"며 "이후 시 임시보호소에서 개들을 관리할 경우 도에서 예산 지원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개농장주가 '반려동물'이라는 명목으로 개들의 소유권을 넘기지 않을 경우가 있다"며 "개들에게 학대 정황이 없으면 남양주시에서 강제로 개농장주와 개들을 격리시키기 어려워 소유권 이전이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왕숙지구 개발 지역으로 알려진 남양주시 진건읍에서도 개농장이 발견됐다. 내부는 보이지 않지만 외부에서 개 짖는 소리를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이곳은 남양주시청에서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LH에 따르면 남양주 왕숙지구는 3기 신도시 중 규모가 가장 크다. 1기 신도시인 일산과 맞먹을 정도다. 주택 6만 9000호가 예정돼 있으며 입주 완료시 약 16만 1000명이 거주하는 초대형 도시로 탈바꿈한다. 이중 왕숙 1지구는 남양주시 진접읍·진건읍 일원에 조성된다. 면적은 866만 2125㎡다. 주택 5만 4000호, 인구 12만 6000명이 계획돼 있으며 경제 중심의 자족도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농장 알박기는 개를 개발 예정지에 데려다 사육하면서 보상을 노리는 신종 수법이다. 토지보상법상 개발 예정지에서 가축을 사육하면 시행사로부터 가축 이전비 명목으로 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축 토지보상은 △축사 등을 이전하라는 용도로 주는 이전비 △축산업을 운영하던 원주민이 이전할 때 발생하는 영업손실에 이전비를 더한 보상인 축산손실비로 구분된다.
토지보상법 시행규칙은 ‘규정된 가축별 기준 마릿수 이상의 가축을 기르는 경우’ 축산업 손실보상을 해준다고 정의한다. △소 5마리 △사슴 15마리 △양·돼지·염소 20마리 △토끼·오리 150마리 △닭 200마리가 기준이다. 토지보상법에 따르면 위 규정에 없는 동물은 가장 유사한 가축이나 가금에 준해 기준 마릿수를 결정한다. LH 측은 “개는 덩치가 비슷한 돼지에 준해 20마리 이상이면 축산손실보상 대상”이라고 전했다.
다만 불법 개농장의 경우 개체 수와 상관없이 축산손실보상이 없다. LH 관계자는 “무허가로 사육하거나 무허가 축사에서 축산업을 영위한 경우 기준 마릿수 이상이어도 축산보상에서 제외된다”며 “(남양주 불법 개농장은) 이전비만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발지역 내 개농장을 폐쇄해야 하는 경우 사업 시행사 측이 이전비에 더해 보상금을 주고 철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예림 법무법인 정향 변호사는 “개발을 진행하는 사업 시행사 측에서 개농장을 강제 철거할 수 없고 철거하려면 명도 청구 소송을 진행하는 등 법원 판결을 받아야 한다”며 “(농장주가 버티면) 보상금을 많이 주고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남양주시 개농장주와 주민들 사이에선 ‘관내의 한 개농장 업자가 2억 원대의 가축 이전비 등 보상금을 받았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지난해 논란을 빚은 김포 한강 시네폴리스 사업부지에서도 개농장이 발견된 바 있다. 당시 농장주는 “솔직하게 말하면 보상과 관계 있다”면서 “봄·가을 되면 서울 사람들이 도로변에 (개를) 막 쏟아버리고 간다. 그때는 (개를) 주우려고 하면 한없이 줍는다”라고 말했다.
2018년 LH의 하남 감일택지개발지구 부지에서도 보상을 노린 개 사육자들의 불법 점거가 있었다. LH가 땅을 수용한 뒤 보상까지 완료한 지역이었는데 일부 개사육자가 생활대책용지 보상을 노리고 불법으로 사육장을 설치했다. 당시 경찰 수사로 7명이 입건된 뒤 개 219마리가 구조됐다.
개가 사유재산으로 분류되는 것도 개농장 알박기가 계속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생산업 허가 또는 번식장 불법 운영 여부와 별개로 동물은 현행 민법상 ‘물건’으로 취급된다. 번식장 개들의 소유자인 업자가 동물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현행법에 따라 개들은 업자의 사유재산으로 인정받는다.
동물권행동단체 카라 관계자는 “동물을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나 보호자가 마음대로 해도 되는 소유물로 여기는 인식이 만연하다”면서 “동물을 하나의 생명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농장 알박기는 동물학대 여지도 많아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다. 동원되는 개들이 비위생적인 환경에 놓이거나 견주로부터 학대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 카라에 따르면 개들은 씻지도 못한 채 한 뜬장에서 오랜 기간 서 있고 배설물이 처리되지 않아 악취가 가득한 곳에서 살고 있다. 또 죽은 개들이 속출하고 죽은 개를 끓여 다른 개의 먹이로 주는 경우도 다반사다.
심지어 불법 도축도 이뤄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행정규칙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따르면 ‘개고기’는 식품 원료가 아니다. 식약처 기준에 맞지 않는 식품은 판매가 금지돼 있으며 이를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할 시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또 축산법에 따라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지만 소, 돼지 등과 같이 식용 가축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개를 식용 목적으로 도축할 시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위배된다.
하지만 사법부에선 개 식용이 오랜 기간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않았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낸 '개 전기도살 백서'에서 "반려동물이란 표현을 쓸 정도로 사회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법의 언어는 여전히 '개고기는 전통'이란 문장에 갇혀 있었다"고 비난했다.
개농장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자 제20대 국회에선 △개 도살 금지 법안(표창원 전 의원 대표 발의) △축산법상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법안(이상돈 전 의원 대표 발의) 등을 발의했지만 끝내 통과되지 못했다.
카라 관계자는 “개농장 알박기도 어떻게 보면 개를 단순히 사유재산, 물건으로 취급해 발생한 일”이라며 “보상을 목적으로 생명을 이용하는 인식이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곧 복날이 다가와 개농장에서 지자체 몰래 개고기 유통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불법 도축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