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현안질의서 과거 사례 폭로…“장관, 피해자 심리 이해하는지”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방부 현안질의에서 “예전에 사법연수원에 다닐 때 고위직 법관이 제 뒤통수를 치면서 술을 따르라고 했다”며 과거 경험을 털어놓았다.
이 의원은 “사과를 요구했더니 다시 한번 뒤통수를 치면서 ‘여자가 말이야, 남자가 따르라는 대로 술 따라야지’라고 했다”면서 “사과를 받겠다고 (요구)했는데 저도 조직적인 회유를 받았다. 그래서 1년간 사법연수원 휴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시험에 합격한 사람도 그 지경이 돼서 1년간 아무것도 못했다”며 “그런데 여군인 중사는 조직 내에서 고립감, 무기력감이 얼마나 컸겠느냐”라고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 반문했다. 이 의원은 “그 심리상태를 조금이라도 이해할지 절망감이 있다”고 했다.
이 의원은 서 장관에게 “(중사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됐는지 생각해봤느냐”라고 물었고, 서 장관은 “사건 초기부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군내의 도움의 손길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군 훈령과 내부 지침이 있는데, 이를 따르지 않았다. 양성평등센터에서는 보고를 이행하지 않았고 초동수사도 잘못됐다”며 “(피해자가) 사망하니 (가해자를) 구속 수사했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회유하고 은폐했다. 2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 여군을 동료라고 생각이나 하는가”라고 물었다. 서 장관은 “많이 부족하지만, 과거에 비해 정말 여군을 동료로 (생각한다)”라며 말끝을 흐렸다.
앞서,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여성 부사관인 A 중사는 지난 3월 선임인 B 중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 다음날 A 중사는 피해 사실을 상관에 신고했으나 유족 측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조치가 바로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조직적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후 A 중사의 요청으로 지난달 18일 부대를 옮겼지만, 나흘 만인 지난달 22일 오전 A 중사는 부대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