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공사 보류 기간 만료…부채율 높아 추가 투자 부담 크고 유구 리스크도
#오는 8월 한옥호텔 공사 재개될까
오는 8월 호텔신라는 한옥호텔 및 부대시설 공사 재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3월 호텔신라는 면세점·주차장 등 부대시설 공사를 시작했다. 완공은 2023년 1월로 잡았다. 부대시설 공사가 완료되면 한옥호텔 공사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경영 상황이 악화되면서 결국 공사를 중단했다. 완공일이 2024년 5월로 연장했다.
지난해 호텔신라는 185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장 후 29년 만에 첫 연간 적자다. 매출은 전년 대비 44.2% 감소한 3조 18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주4일제와 유급 휴직을 시행하면서 평균 급여를 20% 줄였다. 노사협의회는 올해 임금 동결에 합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월 신라면세점은 인천공항 제1터미널의 화장품·패션·주류 매장까지 철수했다.
실적은 1분기부터 개선되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 연결기준 호텔신라는 영업이익이 266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침체가 장기화되던 면세점(TR) 사업에서 417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철수한 공항 면세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지만, 정부의 임차료 감면 지원 등으로 비용이 약 300억 원 줄어들었다. 시내면세점의 수익성은 5%가량 개선됐다. 다만 호텔&레저 부문은 여전히 151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신라호텔 서울의 1분기 투숙률은 32%로 지난해보다 12%가량 줄어들었다. 2019년 투숙률은 70%에 달했다.
공사 재개를 위한 경영 환경은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호텔신라는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부채비율이 확대됐다. 1분기 연결기준 호텔신라의 부채총계는 2조 2306억 원으로 부채비율은 406%에 달한다. 차입금 의존도는 60%에 이른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775억 원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한옥호텔 부대시설에 공사비 2318억 원을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 공사를 재개한다면 또다시 빚을 낼 수밖에 없다.
앞서 지난해 12월 호텔신라의 신용등급은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2019년 리스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리스부채 7930억 원에다가 기내면세점 3식스티 지분 44% 인수에 848억 원, 인천국제공항 보증금 유동화 SPC 상환에 1300억 원을 투입하면서 차입금 증가 등으로 재무 안정성이 악화된 가운데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며 “코로나19 장기화, 호텔사업 부진 전망 등을 고려하면 자체 영업현금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구 리스크도 존재한다. 한울문화재연구원은 전체 부지 약 1만 6000㎡ 중 8000㎡에 대해서 공사 중단 이후에도 계속 시굴조사와 정밀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일부 구간에서 역사·학술적인 가치가 인정됐다. 이에 문화재위원회는 보존·관리 및 활용 관련해 조사·심의했다. 그 결과 ‘이전 보존’ 결정됐다. 보존 방법은 △현지 보존 △이전 보존 △기록 보존 등 3가지로 나뉜다. 만약 나머지 조사 진행 중인 부지에서 ‘현지 보존’이 나온다면 한옥호텔 공사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위원회는 문화재의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사항을 조사·심의하는 기관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재 계속 조사가 진행되고 있고, 조사결과가 나오면 평가와 심의를 거쳐야 한다”며 “현지 보존 가능성은 어느 유적에도 있고, 현재로선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시험대 다시 오른 이부진 리더십
호텔 한 곳에 10년의 시간과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이부진 사장 입장에선 공사 중단과 재개 모두 부담스러운 형국이다.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따라 그의 리더십이 재평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로선 투자비 대비 수익성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한옥호텔이 완공된다고 하더라도 큰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객실수는 43개에 불과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면세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챙겨야 할 사안도 적지 않다. 해외에 진출한 호텔·면세점 사업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철수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도쿄의 시내면세점을 철수했다. 지난해 6월 베트남 다낭에 ‘신라모노그램’이라는 신규 브랜드 호텔을 개장했지만, 올해 4월까지 영업을 중단하고서야 재개장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짓는 프리미엄 비즈니스 호텔 ‘신라스테이’ 공사도 늦춰진 상태다.
한옥호텔은 2010년 이부진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추진한 호텔신라의 역점 사업이다. 당시 남산은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20년간 관광숙박시설의 증축·신축이 불가능했다. 기존 시설에 대한 수리만 가능했다. 하지만 2011년 서울시는 조례 제정으로 전통호텔에 한해 관광숙박시설 건립을 가능토록 했다. 이부진 사장은 재벌 특혜 논란이 이는 가운데서도 한옥호텔 사업을 그대로 밀어붙였다.
하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한옥호텔 건립 계획서를 4번 연속 반려했다. 당초 호텔신라는 지하 4층~지상 4층 규모의 호텔을 새로 짓고, 면세점은 지하 6층 규모 주차장의 지상 4층 높이로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역은 높이 3층까지만 가능했다. 호텔신라는 규제 완화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호텔신라는 건물 높이를 지상 3층으로 줄이고 공공기여 부문을 늘렸다. 부지(4000㎡) 기부채납, 지하주차장 건립, 공원(7169㎡) 조성 등을 약속했다. 여기에 도성탐방로 야간 조명과 CCTV 설치, 대형버스 18대 규모의 지하주차장 조성계획 등을 추가했다. 이런 노력 끝에 한옥호텔 건립 계획서는 2016년 3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다.
이후 2018년 1월과 9월 각각 문화재청 심의와 환경영향평가를 재수 끝에 통과했다. 2019년 교통영향평가와 서울시 건축 심의까지 끝마쳤고, 관할 구청인 중구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냈다. 앞서 2017년에는 한양도성·자연환경 등을 고려해 기존 계획보다 지상 층수를 1개층씩 낮췄다. 최종적으로 한옥호텔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정문과 면세점 부지에 지하 3층~지상 2층 높이의 전통호텔, 지하 4층~지상 2층 높이 면세점 등 부대시설, 지하 8층 부설주차장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호텔신라 관계자는 “한옥호텔 관련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추후에 확정되면 공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