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로 대중 인지도 쌓고 ‘여고괴담’서 동경하던 김서형 상대역까지 “난 행운아”
“‘여고괴담’이 워낙 시리즈 자체도 유명하고, 마니아 층도 깊잖아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 참여할 때 ‘폐를 끼치지 말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사실 이전 시리즈는 제가 너무 어렸을 때 나온 작품이라 직접 보지는 못 했거든요(웃음). 그래도 항상 들어왔고, 알고 있던 작품에 제가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기뻤죠.”
‘여고괴담 시리즈를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김현수는 웃음부터 터뜨리기 바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리즈 최초의 작품인 ‘여고괴담’은 김현수가 태어나기 2년 전인 1998년에 개봉했다. 시리즈 팬들 사이에서 수작으로 꼽히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대중적으로 흥행한 ‘여고괴담3: 여우계단’도 각각 1999년, 2003년에 개봉한 작품이다. 당시의 센세이션은 직접 느낄 수 없었지만 MZ세대인 김현수에게도 출연 자체가 ‘너무 소중한 기회’로 느껴질 만큼 시리즈가 가진 인지도는 여전히 탄탄했다.
김현수는 이 영화에서 친구의 죽음을 은폐하려 하는 학교에 맞서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하영 역을 맡았다. 새로 부임한 교감 은희(김서형 분)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지만 그 기대를 배신 당하면서 은희와 강하게 대립하는 신은 귀신이 등장하지 않아도 팽팽한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이전에는 거친 역할을 많이 해보지 못했었는데, 영화 초반부에선 하영이가 불량학생처럼 보일 만큼 거친 캐릭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며 제가 이제까지 해 봤던 역과 많이 다르다, 이런 캐릭터에 꼭 한 번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와 하영이가 다른 점이 있다면 극 중 하영이는 귀신을 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겁이 참 많은 사람이라는 점이에요(웃음). 항상 공포 영화를 찍고 나면 귀신을 느꼈다거나 직접 봤다는 배우 분들이 계셔서 걱정이 많이 되더라고요.”
그의 말대로 공포 영화 촬영 현장에서의 심령 현상은 모든 스태프와 출연진들의 후일담 단골 소재였다. 심령 현상이 있었던 영화는 '대박이 난다'는 미신이 있다. 다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여고괴담6’의 현장에서 귀신은 분장한 배우 외엔 머리카락 한 올도 보지 못했다는 게 김현수의 이야기다.
“저희는 못 느꼈어요, 귀신 기운(웃음). 촬영 현장이 워낙 화기애애하고 따뜻해서 그런가, 제가 특별하게 무서움을 떨쳐내지 않아도 그다지 무섭지 않았거든요. 귀신 말고 기억에 남는 신이 있었는데, 마지막에 하영과 은희 선생님, 박연묵 선생님(장원형 분)이 결투하는 장면에서 워낙 두 선배님들이 액션이 거칠어서 고생하셨어요. 그런데 김서형 선배님이 액션 중에 잠깐 머리를 부딪치셔서 잠깐 촬영이 중단됐던 기억이 나요. 많이 걱정했는데 다행히 지금은 괜찮으신 것 같아요.”
김현수의 촬영 현장 이야기는 ‘기·승·전·김서형’이었다. 동경하던 선배와의 첫 촬영으로 설렘과 기대를 감출 수 없었다고. 강렬하고 쿨한 캐릭터의 대명사로 꼽히는 김서형과의 만남을 앞두고 살짝 긴장도 했지만 의외의 털털함에 놀랐다고 덧붙였다.
“선배님 작품 중에 ‘SKY캐슬’을 보고 감탄하면서 ‘선배님과 꼭 한 번 작품을 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여고괴담6’에 들어가게 돼서 촬영하기 전부터 너무 좋았어요. 또 촬영할 때는 ‘선배님한테 배우러 가야지’라는 마음으로 갔고, 그래서 선배님이 연기하시는 걸 열심히 봤던 것 같아요. 대본을 어떻게 가지고 다니시고, (대사에) 어떻게 줄을 치시는지 그런 것도 너무 궁금해서 여쭤보고(웃음). 맡으신 캐릭터와 달리 사실은 정말 털털하시고 너무 재미있으신 분이어서 함께하는 촬영이 정말 재밌고 즐거웠어요. 촬영할 땐 워낙 카리스마와 아우라가 넘쳐서 저도 (함께 찍을 때) 하영의 역으로서 기죽지 않으려고 많이 신경을 썼던 것 같아요.”
동경하는 선배 배우의 상대역으로 스크린 주연을 맡았고, 또 ‘펜트하우스’라는 대세 드라마로 대중적인 인지도도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많은 젊은 배우들이 꿈꾸는 일들을 하나씩 이뤄나가고 있는 김현수는 “늘 너무 감사하고 행운처럼 느끼고 있다”면서도 어느 시점에만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실 저도 배우로서 혼란이 올 때가 있어요. ‘나는 앞으로 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때마다 그걸 이겨내려고 하는 또 다른 생각이 이거예요. ‘그래도 좋은 작품 만났고, 드라마도 많은 작품이 동시간대 1위를 항상 하잖아’(웃음). 그런 생각을 하면 저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운명 아닐까라는 자신감을 가지게 돼요. 앞으로 더 해 나가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 위안을 느끼기도 하고요.”
그런 김현수의 최근 목표는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최상단에 입성(?)하는 것이었다. 현재 네이버에서 김현수의 이름을 검색하면 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제일 먼저 볼 수 있다. 배우 김현수는 두 번째, 야구선수 김현수가 그 뒤를 이었다. 동명이인이 많은 흔한 이름이고, 특히 남자들이 많다 보니 자신을 검색하면 늘 뒷전에 있는 것이 아쉬웠다고.
“장관님은 언제부턴가 그 자리에 고정이 돼 계시더라고요. 야구선수 김현수 님도 제가 예전에 시구할 때 뵀는데 현재도 열렬히 활동 중이시더라고요. 제가 더 연기를 열심히 해서 배우 김현수를 더 많이 알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검색했을 때 저도 제일 위에 나오고 싶어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