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강덕수-STX그룹회장, 임병석-쎄븐 마운틴 그룹회장, 최평규-삼영그룹 회장. | ||
STX그룹의 강덕수 회장(55), 쎄븐마운틴그룹의 임병석 회장(44)과 삼영그룹의 최평규 회장(53)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이 몸담았던 분야에서 평사원으로 경험을 쌓은 뒤 기업을 일궈냈다는 점, 그리고 지난해부터 호황을 보이고 있는 해운업이나 조선업 등 중공업 기계 분야와 관련이 있다는 점, 그리고 최근 2~3년간 공격적인 인수합병으로 부실화된 재벌 계열사를 인수해 몸을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은 IMF를 기회로 월급쟁이에서 오너 경영인으로 변신한 경우.
경북 선산 출신인 강 회장은 명지대를 졸업하고 지난 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해 쌍용그룹 기조실을 거쳐 쌍용중공업 사장까지 지냈다. 계열사의 경영부진으로 모기업인 쌍용양회까지 흔들리자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쌍용그룹에서 쌍용중공업이 계열분리된 게 지난 2000년.
그는 쌍용중공업의 임명직 사장으로 있다가 계열분리되면서 자신이 지분을 사들여 오너가 됐다. 외국계인 한누리투자증권이 중심이 된 컨소시엄이 중심이 돼서 쌍용중공업을 인수하고 그 컨소시엄에서 그의 역량을 인정해 대표이사로 영입했다는 것.
그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2001년 2월 자신의 돈 20억원과 주위 사람을 끌어들여 쌍용중공업의 지분 14.4%를 사들여 오너 경영인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STX는 공장이 있는 창원 기계공단의 인수합병 주역으로 떠올랐다.
쌍용중공업을 지주회사인 (주)STX와 STX엔진으로 분리하고, 2001년에는 대동선박을 인수해 STX조선소를 출범시키는 한편, 다음해에는 열병합 발전소를 운영하는 산단에너지(현 STX에너지)를 인수했다.
이어 올해는 중견 해운사인 범양상선(현 STX팬오션)을 인수해 어느새 재벌순위 20위권, 자산규모만 해도 3조8천억원대, 매출규모 4조6천억원대의 중견재벌 오너로 떠올랐다.
지난 11월8일 강 회장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그룹 비전 2010 선포식’을 갖고 2010년까지 STX그룹이 해운에서 5조원, 조선에서 4조원, 에너지 분야에서 1조원 등 총 매출 10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고의 해운-조선 그룹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샐러리맨에서 갑작스레 오너로 변신한 그의 행보나 재원 마련과 관련, 전 사주와의 관계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그가 STX그룹의 최대주주인 것만은 분명하다.
쎄븐마운틴그룹의 임병석 회장도 해운업 호황으로 최근 벌떡 일어선 경우.
임 회장은 전남 영광 출신으로 부산의 한국해양대를 나와 첫 직장인 범양상선에서 배를 탔던 마도로스 출신이다.
그의 사업 이력은 지난 91년 칠산해운을 세우면서부터 시작된다. 이어 지난 95년 쎄븐마운틴해운이라는 회사를 세우면서 그는 중견 해운업체로 발돋움했다.
지난 2003년 중견 해운업체인 세양선박을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평택과 중국 일조항을 운행하는 황해훼리를 세웠고, 올해 한강에서 유람선을 운영하는 세모유람선을 인수해 한리버랜드로 이름을 바꾸었고, 지난 7월엔 컨테이너와 모피를 만드는 진도도 인수한 것. 게다가 대구 지역의 중견 건설업체인 우방까지 인수해 올해 매출만 1조원대의 중견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올해 건설시장 인수합병의 대어로 평가받던 우방마저 쎄븐마운틴이 인수하자 쎄븐의 자금력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해 쎄븐마운틴쪽에선 우방의 경우 인수대금이 2천7백50억원으로 이 중 1천5백억원은 우방의 현금과 부동산을 담보로 회사채를 발행해 1~2년 안에 갚고 나머지 1천2백50억원 중 절반은 유상증자를 통해 은행 증권 구조조정전문회사의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자금을 융통했다고 밝혔다. 그나마 당장 들어가야 하는 인수자금은 6백25억원 정도인데, 올해 쎄븐마운틴그룹 계열사의 전체 매출액이 1조원 정도이고, 순수익은 6백억원 정도. 때문에 쎄븐마운틴쪽의 자금 부담은 그리 크지 않을 뿐더러 현금유동성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해 통일중공업과 설악파크호텔 인수, 올해는 대화브레이크 인수와 효성기계 대주주 등극 등으로 창원기계공단의 떠오르는 별인 삼영의 최평규 회장도, STX의 강덕수 회장처럼 속도경영의 신봉자이다.
강 회장은 업무 지시를 할 때 ‘신속할 것, 간단할 것, 적절한 시기 결정’을 강조한다. 최 회장도 계열사 공장에 ‘생각 즉시 행동’이라는 슬로건을 걸어놓고 있다.
경희대 기계공학과 71학번인 그는 졸업 뒤 경기도의 발전부품회사에서 일하다가 지난 78년 미국 이민길에 올랐다. 그러다 8개월 만에 돌아온 그는 살던 아파트를 처분해 직원 6명과 함께 삼영기계공업사를 차려 창업의 닻을 올렸다. 그리고 열교환기를 생산하는 삼영의 탄탄한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IMF 이후 경영이 부실해진 통일중공업을 인수한 것.
그는 최근의 통일중공업 인수 이후 삼영이 기업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에 대해 최근 한 인터뷰에서 “통일중공업의 잉여인력를 퇴사시키지 않고 재배치하기 위해 자본제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애초 통일중공업 인수 때 내걸었던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지키고 노조의 신뢰도 얻어내 화합경영을 이루고 있는 것.
IMF 이후 관련 대기업이 무너지면서 국내 경제계의 취약한 부문으로 알려졌던 중공업 기계 분야에서 새싹을 틔우고 있는 3인방이 공격적 인수합병에서 흔히 따라붙는 ‘성장통’을 누가 먼저 수습하고 대그룹 반열에 오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