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석상서 발 헛딛거나 호칭 잘못 부르기도…인지력 의심 주장에 백악관 “임무 수행 이상 무”
특히 신이 난 쪽은 트럼프를 지지하는 보수파들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일 때마다 기다렸다는 듯 공격을 퍼붓고 있는 보수 언론들은 “초고령인 바이든 대통령은 최고 군통수권자의 자격이 없다”면서 맹공을 퍼붓고 있다. 얼마 전에는 미 퇴역 장성 120명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건강 문제를 짚고 나서자 이런 의혹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곧 팔순을 앞둔 초고령인 까닭에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건강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틈 날 때마다 건강 이상설을 불식시키기 위해 어필한다. 평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실내 자전거인 ‘펠로톤 자전거’로 운동을 하고 있다거나, 종종 조깅을 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도 이를 의식한 발언인 셈이다.
건강 이상설이 또 한 번 제기된 것은 얼마 전 120명의 퇴역 군장성들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면서였다. 이 편지에서 군장성들은 지난해 트럼프 측이 주장했던 부정 투표 의혹과 함께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을 문제삼고 나섰다. 퇴역 장성들은 “미국의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정신적, 육체적 상태를 무시해선 안된다. 대통령은 낮이든 밤이든, 그리고 어디에 있든 국민의 생명과 연관된 국가 안보 결정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내릴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 공개 편지는 미국인들에게 다시 한 번 대통령이 고령이란 점을 상기시키고 말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3월, 미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 계단을 오르다 세 차례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모습이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되면서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확산되고 있었기에 파장은 더욱 컸다.
당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마사지 업소 총격 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하자 아시아계 미국인 지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에어포스원에 오른 바이든 대통령은 어찌된 일인지 계단을 오르는 도중 세 번이나 비틀거리면서 넘어졌다. 처음 왜 발을 헛디뎠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지만, 다시 중심을 잡은 후에도 연거푸 두 번 더 넘어지면서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은 계단을 무사히 다 오른 후 뒤를 돌아서 경례를 하고는 전용기 안으로 들어갔고, 지상에서 이를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던 경호원들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 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쇄도했다. 카린 장 피에르 백악관 공보부 차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이 “100% 괜찮다”고 말하면서 “지금 밖에는 바람이 꽤 많이 불고 있지 않나. 바람이 정말 심하다. 나도 계단을 오르다가 넘어질 뻔했다”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그런가 하면 얼마 후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 국장은 대통령이 계단에서 발을 헛디디긴 했지만 다친 곳은 없다면서 국민을 안심시키는 트윗을 올렸다. 요컨대 “바이든 대통령이 에어포스원 계단을 오르다가 미끄러지는 모습을 사람들이 목격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무사하다는 사실, 그리고 함께 동행했던 의료진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고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계단을 헛디뎠을 뿐이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그냥 두고 볼 보수 언론들이 아니었다. 대표적인 친트럼프 성향의 ‘내셔널인콰이어러’는 기다렸다는 듯 바이든 대통령의 건강을 문제삼았다. “바이든 대통령의 심각하거나 혹은 경미한 건강상의 문제는 지난 수십 년간 계속 제기돼 왔다”고 말한 ‘내셔널인콰이어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개인 주치의였던 데이비드 샤이너 박사의 말을 인용해서 “그는 건강하지 못하다. 건강상의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수 전문가인 가비 머킨 박사는 ‘내셔널인콰이러’를 통해 “아마도 넘어진 건 나이 때문일 것이다. 그 나이가 되면 근력이 감퇴하고, 골밀도가 낮아진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발목을 삐끗했기 때문에 아마 더 쇠약해져 있을 것이다. 비행기 계단에서 넘어진 이유도 이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의심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반려견 ‘메이저’와 놀다가 미끄러져서 오른쪽 발목에 미세한 골절상을 당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그 결과 한동안 오른쪽 발에 정형외과 보조신발을 착용하고 다녀야 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바이든의 느릿한 동작을 문제삼는 사람들도 있다. 평소 손을 흔들거나 누군가를 가리킬 때의 손짓이 마치 요가 스트레칭 동작을 하듯 느리다면서 이를 나이 탓이라고 의심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정신 건강 상태를 의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의혹은 사실 대선 때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를테면 바이든 대통령이 치매 초기 증상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개석상에서 호칭을 잘못 부르거나 이름을 잊는 듯한 모습이 종종 비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선거운동 당시 자신을 가리켜 ‘상원의원 선거 후보’라고 칭했는가 하면, 유권자들이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바이든을 위해 투표하면 된다”는 엉뚱한 말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한번은 아들 헌터를 가리켜 ‘상원의원’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리고 취임 후에도 몇 차례 이런 실수를 반복하자 인지력을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은 “치매 초기가 맞다” “노망이 들었다”라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가리켜 ‘해리스 대통령’이라고 칭해 구설에 올랐으며,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는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이름을 잊은 듯 “전직 장군”이라고 부르거나 “그…저기…(국방부) 팀을 이끄는 이 사람”으로 애매하게 칭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아이칸의과대학의 신경학 임상 강사인 앨런 A. 마주렉 박사는 ‘내셔널인콰이어러’에 “바이든 대통령은 확실히 인지 장애가 있어 보인다. 심지어 치매 초기 증상이 보이기도 한다”고 언급하면서 “최고의 기량을 뽐냈던 상원의원 시절부터 부통령 시절을 거쳐 병세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지난 30~40년 동안에 녹화된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이 영상을 보면 눈에 띄는 쇠락을 목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바이든 대통령은 지금까지 크고 작은 수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뇌동맥류 수술을 받고 완치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에서 이렇게 묘사하기도 했다. 1988년 2월, 연설을 마친 후 호텔방에서 쉬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고 말한 바이든 대통령은 “머릿속에 번갯불이 번쩍이는 듯했다. 강력한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고 말하면서 “그리고는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고 표현했다. 그렇게 다섯 시간 동안 의식을 잃고 쓰러졌던 바이든 대통령은 결국 응급처치 끝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뇌동맥류 수술 후유증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두 번째 수술은 상당히 위험해서 얼굴이 거의 마비되다시피 했다”면서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쪽 눈꺼풀은 축 처졌고, 오른쪽 이마는 몇 개월 동안 감각이 없었다”고 묘사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존스홉킨스대학병원의 혈관신경외과학장인 캐머런 맥두걸 의학박사는 “뇌동맥류가 파열될 위험은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며, 대부분은 40세 이후에 나타난다. 누구나 앓을 수 있으며,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확률은 10~20%에 불과하다”면서 “잘만 치료하면 후유증은 없다”고 안심시켰다.
이 밖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차례 부비동 수술과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또한 비흑색종 피부암 제거술을 받았는가 하면, 2000년대 초반에는 전립선 수술과 심방세동 치료를 받기도 했다.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현재 혈액 희석제, 위산 역류 억제제, 콜레스테롤 및 계절성 알레르기에 대한 약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런저런 건강 염려에도 백악관은 대통령의 건강에 별다른 이상 징후는 없으며 “대통령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하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올해 말 건강검진을 받을 예정이고,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에게 공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상승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5월 발표된 AP통신/NORC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63%의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는 대통령 임기 초반의 지지율 가운데는 높은 축에 속한다. 실제 전임자들 가운데 취임 초기 이렇게 높은 지지율을 기록한 경우는 드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초반 지지율은 48% 정도였다.
고령이 문제라니? 그는 준비된 대통령
한편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을 문제삼고 있는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고령의 나이가 국정 운영에 플러스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LA타임스’는 최근 보도를 통해 “그들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끌어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런 잽(공격)은 대중들에게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바이든 대통령의 경험과 연륜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바이든 대통령은 가장 나이가 많은 대통령인 동시에 가장 준비가 잘된 대통령이라는 주장이다. 36년 동안 상원의원으로서, 그리고 8년 동안 부통령으로서 몸담았기 때문에 이보다 더 좋은 지도자는 없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조언자이며, 상원의원 시절 비서실장을 지냈던 테드 카우프만은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이유는 모두들 그가 적절한 시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즉, 유례없는 국가적 위기와 전임 대통령으로 인해 야기된 광란의 분열로 지쳐있던 미국인들에게 딱 맞는, 침착함을 겸비한 인물이 바이든 대통령이었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재취임했던 제리 브라운을 언급한 ‘LA타임스’는 “당시 브라운 전 주지사의 나이는 72세였다. 처음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에 선출됐던 1975년부터 1983년까지의 주지사직 경험과 그 후 오클랜드 시장으로 재직했던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캘리포니아주를 심각한 재정 위기에서 벗어나게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브라운의 전기를 집필했던 짐 뉴턴은 브라운 전 주지사가 2017년 주의회 의사당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열정적으로 주장했던 때를 회상했다. 당시 브라운 전 주지사는 “이건 저를 위한 게 아닙니다. 전 곧 죽을 겁니다. 이건 여러분을 위한 겁니다!”라고 외쳤다. 뉴턴은 “대중들은 브라운 전 주지사가 캘리포니아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바로 이런 생각 때문에 그의 정책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뉴턴은 “내 생각에는 지금 미국인들이 바이든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이 그런 것 같다. 바이든에게는 권위와 진정성이 있다. 이 권위와 진정성은 그의 포부에서 비롯됐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로 83세가 된 브라운 전 주지사 역시 이런 비유를 수긍했다. 그는 “사실 36세 때보다 80세 때가 일하는 게 더 즐거웠다. 왜냐하면 그때는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일할 때 즐거움은 더 커진다”라고 말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