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거리 127㎞, 만난 사람 350여명
- 주낙영 시장 "책상에 앉아 서류만 뒤적여서는 현장 제대로 알 수 없어"
[경주=일요신문] "지역현안 사업이나 민원에 대해서는 반드시 현장을 찾아 확인합니다. 책상에 앉아 서류만 뒤적여서는 현장을 제대로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이는 주낙영 경주시장의 시정 철학이다.
주 시장은 공무원들이 올린 결재 서류만 보고 정책을 결정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주낙영 시장의 24시간은 어떤 모습일까?.
경주시민들의 안전과 행복 등을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주 시장의 하루를 밀착 들여다 봤다.
# 기상 후 주요 언론 기사 검색 – 오전 5시
지난 22일, 주 시장의 하루는 역시 민원현장을 둘러보는 '현장행정'으로 시작됐다. 오전 5시 일어나 스마트폰으로 주요 언론의 기사를 살펴본 후 곧바로 민원 현장으로 달려갔다.
# 성동시장 보행로 개선사업 현장 방문 – 오전 6시 56분
현장은 보행로 개선사업이 최근 마무리된 지역 대표 전통시장인 성동시장 앞 인도. 성동시장 인도는 무허가 노점상들로 인해 시민들의 보행 불편은 물론 낡은 파라솔과 조악하게 만든 가판대로 인해 도시 미관을 크게 해쳐 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는 시비 5억5000만원을 들여 올해 3월부터 대대적인 보행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해 이달 초 공사를 완료했다. 오전 6시56분 성동시장 앞 보행로. 주 시장은 인도에 새롭게 설치된 캐노피와 노점상 판매대를 유심히 살펴보며, 미비점을 점검했다. 또 노점상인들은 물론 기존 상가 상인들의 요구사항도 놓치지 않고 파악했다.
# 성동시장 내 한식뷔페서 아침식사 – 오전 7시 24분
현장 점검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주 시장은 성동시장 안 한식뷔페 거리를 찾아 7000원짜리 뷔페로 아침을 해결했다. 이곳은 겉보기에는 반찬 가게들이 밀집된 시장골목으로 보이지만 엄연한 지역 최고의 맛집이다. 주 시장의 시정철학은 아침식사 자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성동시장 이종국 상인회장, 권용길 부회장과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 성동시장 보행환경 개선사업과 관련해 미비점이 없는지 꼼꼼히 물었다. 이종국 상인회장은 "보행로에 캐노피가 조성된 탓에 상가 건물의 간판이 가려 불만을 나타내는 상인들이 일부 있다. 하지만 성동시장을 찾는 시민 대부분은 과거에 비해 말끔히 정리된 보행로를 보고 만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주 시장은 "기존 상인들의 지적은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며, "노점상과 기존 상가 상인들이 모두 공존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시청 출근 후 결재 및 보고서 검토 – 오전 8시23분
오전 8시23분 주 시장은 출근하자마자 숨 돌릴 틈 없이 빡빡한 오전 일정을 시작했다. 오전 9시 결재 서류들이 밀려 왔다. 문무대왕릉 주변 환경정비사업, 제2금장교 건설공사 추진현황, 육부전 묘우증축 및 보수공사, 송대말등대 전시체험관 조성사업 등 이날 오전에만 총 21건의 보고를 받았다.
# 경주시의회 본회의 참석 및 시정 질문 답변 – 오전 10시
결재를 마친 후 오전 10시에는 '제260회 경주시의회 정례회 2차 회의'가 열리는 본회의장을 찾았다. 시의원들의 시정현안에 대한 다양한 질문에 답하는 자리이다. 주 시장은 "신규 아파트 공급에 따른 노후아파트의 급격한 가격 하락에 대한 대책이 있냐"는 김동해 시의원의 질문에 대해 "신규 아파트 공급으로 기존 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수 있으나, 신규 아파트 분양이 완료되면 기존 아파트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수요 예측과 인구유입, 도시계획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 제한적으로 신규아파트 사업을 승인할 방침이다"고 답변했다. 이어 "환경미화원들의 근무여건과 안전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달라"는 서선자 시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다음달 1일부터 읍면 대체인력을 신속히 배치하고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고, 청소운영팀장의 독단적인 업무수행을 방지하기 위해 노면관리팀장을 신설, 청소운영팀장은 한국노총, 노면관리팀장은 민주노총 조합원을 임명해 균형있게 업무를 수행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다"고 답했다.
# 경주시 학교운영위 협의회 임원진들과 점심 – 낮 12시
점심은 경주시 학교운영위 협의회 이상용 협회장을 포함한 임원진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주 시장은 이 자리에서 평소 자신의 시정 철학인 '모든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초·중·고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고, 또 이를 위해 시도 가능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지난달 11일부터 시행된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과태료가 최대 13만원까지 인상된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며, 어린 학생들이 보다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 문무대왕면 행정복지센터 내 선별진료소 방문 – 오후 1시 46분
오후에는 읍·면 지역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주 시장은 최근 연이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문무대왕면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에 임시로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이곳에서 주낙영 시장은 "코로나19 최일선에서 고생하는 직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여러분들의 수고가 경주시민이 코로나19로 겪는 고통에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무대왕면에서 잇따라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는 선별진료소를 설치하고 이날 하루 동안만 주민 815명의 검체를 채취했다. 특히 시는 보다 원활한 검체 채취를 위해 보건인력 14명을 문무대왕면으로 급파했다.
# 문무대왕해양역사관 조성 현장 방문 – 오후 2시 28분
주 시장은 이어 삼국통일 위업을 이룬 신라 문무대왕을 기념하는 '문무대왕 해양역사관' 조성 현장을 찾았다. 오는 2023년 12월까지 감포읍 대본리 대본초등학교 폐교 부지 9000여㎡에 사업비 121억원을 들여 해양역사관을 짓는 사업이다. 주 시장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김문도 문무프로젝트팀장에게 "완공과 함께 신라의 동해구와 문무대왕릉, 이견대, 감은사지 일대의 해양문화 유산 등과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지시했다. 경주 동해안 관광 활성화와 동경주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 문무대왕면 발전협의회 방문 – 오후 3시 3분
주 시장은 문무대왕면 발전협의회 사무실도 찾아 김남용 발전협의회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수원이 진행하고 있는 월성원전 맥스터 추가건설과 관련해 사업 진행이 보다 투명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문무대왕면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혁신원자력연구단지와 원전해체연구소 조성사업과 관련해서도 동경주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 시청 복귀 중부동·황오동 통합 추진위 간담회 – 오후 5시
현장 방문을 마친 주 시장은 오후 4시를 훌쩍 넘겨서야 시청에 복귀했지만, 이후에도 일정은 이어졌다. 오후 5시에는 중부동·황오동 통합 추진위 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주 시장은 "중부동과 황오동의 통합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주민들이 궁극적으로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며, "앞으로 잘 협의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 지역 여성봉사단체 '알영로타리클럽' 이·취임식 참석 – 오후 6시
오후 6시, 주 시장은 지역 여성봉사단체이자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왕비 이름을 딴 알영로타리클럽의 회장단 이·취임식에 참석했다. 주 시장은 "어려운 시기 항상 도움을 아끼지 않은 알영로타리클럽 회원들께 감사드린다"며, "나눔과 봉사가 모여 지역을 따뜻한 온기로 채워가고 있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경주시지부 임원진들과 저녁 식사 – 오후 7시
이·취임식이 끝난 시간은 오후 7시, 피곤해 보였지만 주 시장이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지역의 한 음식점. 주 시장은 이곳에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경주시지부 최귀돌 지부장을 포함한 임원진들과 저녁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주 시장은 "내년부터는 국가유공자와 유족 등 국가보훈 대상자에게 지급하던 보훈명예수당이 기존 월 5만원에서 8만원으로 인상되고, 또 배우자에게도 월 5만원의 복지수당과 사망위로금 30만원이 지급된다"며, "최근 개정된 '경주시 참전유공자 지원에 관한 조례'를 언급하며,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처우를 보다 현실화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 일정 종료 귀가 – 오후 9시
모든 일정이 끝난 시간은 오후 9시. 집으로 돌아가는 차량 안에서도 주 시장은 내일 해결해야 할 민원이 무엇인지 머릿속으로 더듬어 보고 본인의 수첩에 뭔가를 빼곡히 적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하루는 '끝'이 없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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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1 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