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사업 영역 확대 속 CJ대한통운과 제휴…물량·데이터 강점 반면 ‘자체’ 아닌 물류 경쟁력 의문도
#약점 지우고 쿠팡 겨냥한 네이버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물류망을 활용해 스마트스토어 상품을 대상으로 익일배송 서비스를 내놓고 쿠팡과 배송경쟁에 나선다. 양사는 6월 경기도 군포에 1만 1000평 이상의 상온상품 전용 풀필먼트센터(PP센터, 물품 보관·포장·배송·재고 통합 관리)를 가동했다. 오는 8월 용인에 5800평 규모 신선식품 전용 저온 PP센터를 열면, 신선식품 익일배송도 가능해진다. 곤지암센터에서 지난해부터 네이버 판매자 중심으로 상온제품 익일배송 서비스를 시범 운영해왔는데, 이번에 곤지암센터에서 1시간 거리 내인 용인·군포로 확장해 이를 본격화한다는 설명이다.
이들 센터에는 앞서 곤지암센터에 적용한 ‘클로바 포캐스트’도 도입한다.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물류 수요 예측 인공지능(AI) 시스템으로, 네이버쇼핑 주문량을 전날 예측해 물류센터의 효율적 인력 배치와 운영을 돕는다. 물류 작업 처리용 무인 이동 로봇과 친환경 패키징 등도 이들 센터에 시범 도입한다.
네이버의 익일배송은 CJ대한통운과 지난해 10월 지분교환을 하며 협력관계를 맺은 데 따른 행보다. 네이버는 지난해 말 CJ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면서,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을 비롯해 CJ대한통운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배송 시스템을 개선하고,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에게 편의성 높은 물류 배송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11번가, G마켓, 위메프 등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배송 인프라가 없기 때문으로, 이커머스의 제대로 된 성장을 위해선 배송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면서 “네이버의 전략은 첫째로 소비자에게 네이퍼페이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전개하는 것, 둘째는 훌륭한 3자 밴더들을 플랫폼 내 록인(Lock-in)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배송을 제대로 못하니 결국 CJ대한통운을 통해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의 최근 움직임이 네이버의 배송 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검색엔진으로 성장했다. 네이버에서 쇼핑하려는 것보다 검색 시스템으로 최저가 제품을 조회하려는 목적이 짙다. 네이버는 이커머스 사업에서 수수료와 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그러나 이커머스 업체마다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면서 이 사업구조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인지 불투명해졌다. 이 와중에 쿠팡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네이버의 영역을 침범하는 만큼, 약점인 배송부터 해결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네이버 주력 분야는 콘텐츠인데 쿠팡이 커머스 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페이 결제사업 등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면서 네이버의 영역을 침범하니 견제에 나선 것”이라며 “요즘 젊은층은 검색 및 뉴스 기능을 잘 안 찾고, 정보 습득 채널도 유튜브로 바뀌고 있다. 비중 있는 고객이 빠져나가면 네이버 입지는 줄어든다. 그간 안 했던 분야를 키워야 한다는 마음에 커머스와 배송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봤다.
#거대 오픈마켓+배송=?
네이버가 운영하는 브랜드의 대규모 물량과 방대한 빅데이터는 네이버의 행보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재 320여 개 브랜드가 네이버 브랜드스토어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고, 라이브커머스 툴을 활용한 기획 라이브와 24시간 최대 혜택을 제공하는 브랜드데이 등을 활용 중이다. 판매부터 마케팅까지 강력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어 배송까지 더하면 업계 미칠 파장이 크다는 것.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과 마켓컬리처럼 직접 투자하지 않고, CJ대한통운의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조 단위 적자를 내지 않고도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며 “장보기서비스도 홈플러스와 GS, 농협 등 입점업체들이 직접 상품을 관리 배송하기에 수요 높은 상품들을 미리 예측해 구비해두면 주문접수와 배송은 용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네이버가 자체 유통·물류를 갖추지 않아 바잉파워가 떨어지고 물량 및 품목 조절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네이버에 셀러들이 많다는 뜻은 특정 셀러가 대규모 물량을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셀러가 다양한 제품을 소량으로 판매한다는 것으로, 다양성은 확보할지 몰라도 질·양적 측면에서 관리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쉽게 품절된다거나 신선하지 않은 음식, 불량 제품 등이 제공되면 소비자들은 뒤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통업계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의 경우 배송만 개선하는 것일 뿐 협력사들 수준은 그대로일 테고 신선식품은 더 까다롭게 검수하고 신선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배송해야 하기에 취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물류망이 아니기에 물류센터 공간도 한정적이고 배송 가능한 품목 수나 품종도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송 서비스 차별화도 관건이다. 쿠팡의 사례는 빠른 배송은 투자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러나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이 그처럼 어마어마한 적자를 내면서 배송에 투자할 가능성은 적다. 택배사는 기본 시스템이 정해져 있어 그간 하지 않던 로켓배송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의 로켓배송이 성공하려면 관건은 ‘3자 물류’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네이버는 고객 묶기를 제대로 못해 쿠팡으로 고객이 넘어가면서 시장을 서로 양분하고 있다. 이제는 3자 물류에서 누가 패권을 가져가느냐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네이버 측은 “물류센터는 CJ대한통운, 라스트마일 물류는 스타트업들과 협업하면서 투자를 꾸준히 진행해왔다”며 “쿠팡은 로켓배송만 제공하지만 우리는 판매자들의 상품 및 각 사업 특성에 따른 맞춤형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한통운과의 협력도 그것의 일환으로, 일단은 네이버에 입점한 브랜드를 대상으로 서비스하지만 지속적인 테스트를 통해 중소상공인까지 확대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