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미라멘 ‘인건비 등 군살 빼고 가격 지켰다’
▲ 왼쪽부터 스파게티애 반했다, 상하이짬뽕, 옛골토성 |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서 돈가스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 씨의 사정은 더욱 어려운 상황. 급등한 돼지고기값에 음식 값을 올렸더니 손님이 크게 줄었고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도 어려워지면서 결국 ‘임시휴업’ 간판을 내걸었다.
어렵기는 프랜차이즈 본사도 마찬가지다. 대전에 위치한 대형 족발 프랜차이즈 업체는 구제역 여파로 26년 만에 처음 7일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샤브샤브 전문점 C 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고기값을 연초 5% 전후로 인상했다. 맥주전문점 C 사 역시 식자재 납품 단가를 곧 인상할 계획이며 중식전문점 A 사는 가맹점에서 자율적으로 식자재를 구입할 수 있도록 일시적인 규제 완화를 통보했다.
외식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업력이 오래된 회사의 경우 거래처와의 돈독한 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그나마 버텨낼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신규 업체의 경우 부족한 물량을 공급받을 길이 없어 더욱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특성상 본사가 망하면 가맹점 폐업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어서 영세한 창업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물론 수입산 고기로 대체하는 방법도 있지만 현재 수입 고기를 매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벌써 가격이 이전보다 30% 이상 올랐고 상당수 공급자는 가격을 좀 더 올려 받기 위해 물량을 풀지 않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물량 부족으로 공급가가 오르면 메뉴 가격을 인상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음식점 운영자들에게 가격 인상은 최후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손님들이 무엇보다 가격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일시적인 가격 인상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홍대 앞에 위치한 한 덮밥 전문점의 경우 ‘원자재 값 인상으로 가격을 일시적으로 인상한다’는 안내문을 내걸었는데 원자재 값이 내릴 경우 음식 값을 다시 내릴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여 손님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다른 방법으로 떨어지는 매출과 수익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홍대 앞 일본라면전문점 나고미라멘의 경우 음식 값을 올리지 않는 대신 가스비, 전기세, 쓰레기봉투, 인건비 등 비용을 절감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법을 마련하고 있다.
나고미라멘 이강우 사장은 “하루 5만 원 절약하면 한 달이면 150만 원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인건비는 충분히 나오는 셈이다. 어렵다고 가격을 올리거나 식자재를 줄이면 고객에게 외면 받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내부점검을 통해 낭비요소를 줄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대체재를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그는 채소 값 폭등으로 김치 대신 단무지 사용을 늘렸는데 손으로 직접 말려 만드는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만족도까지 높이고 있다고 한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서 스파게티전문점 ‘스파게티애 반했다’를 운영하고 있는 백민재 씨도 다양한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다. 그의 점포도 한파와 명절 등으로 손님 수가 줄어든 상황이다. 식자재 가격 인상으로 원가부담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이곳은 주택가 상권이어서 가격 인상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채소 값이 폭등하면서 샐러드 값을 500원 올렸는데 그것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요. 지금은 파트타이머의 시간을 줄이고 제가 매장에 머무는 시간을 늘렸습니다. 돈가스는 손익이 맞지 않아 당분간은 메뉴에서 제외시켰고요.”
그는 커피 등 음료 서비스를 통해 고객 잡기에 나서고 있다. 또 쿠폰제를 실시, 방문 횟수에 따라 음료와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주부 고객들의 재방문율을 높이고 있다. 서울 중랑구 회기동에서 상하이짬뽕을 운영하고 있는 윤성수 씨는 도매시장 방문, 메뉴 재편성 등을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5㎏에 2만 5000원 하던 돼지고기 값이 6만 원을 훌쩍 넘었어요. 조금이라도 원가를 줄이기 위해 지금은 도매시장으로 직접 나가 직접 고기를 들여오고 있어요. 마진이 박한 세트 메뉴는 없앴고요, 탕수육에 들어가는 고기는 두툼하게 썰어서 푸짐해 보이도록 했습니다.”
윤 씨는 지난 연말 채소 값 폭등 때 메뉴 가격을 1000원 인상했더니 하루 평균 내방 고객은 20명 정도가 줄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격인상으로 매출에는 큰 차이가 없는 편이라고. 그는 3개월 정도 손님들이 가격에 익숙해지면 세트메뉴를 새롭게 구성해 내놓을 생각이란다.
식재료 값 인상에 역발상 전략으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는 곳도 등장했다. 참나무장작 바비큐전문점 옛골토성은 ‘원 플러스 원’으로 고기를 가맹점에 공급, 한 달간 삼겹살 바비큐 50% 할인행사로 고객몰이에 나섰다. 가격이 부담스러워 삼겹살 외식을 꺼리는 소비자들에게 박리다매 전략으로 접근을 시도한 것. 고기는 미국산 삼겹살로 본사에서 직접 수입해 원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이 업체는 채소 값 파동 때도 산지에서 배추를 싸게 구입, 1900원에 소비자들에게 판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옛골토성 홍보팀 이선아 대리는 “50% 할인 소식에 직장인 회식, 단체모임 등 예약 건수가 부쩍 늘었다”며 “불황에는 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마진을 낮춰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 효과적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