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만 맞으면 다시 링 오른다”
지난 2월 13일 ‘격투기 황제’로 불리는 러시아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34·이하 표도르)가 미국 종합격투기 ‘스트라이크포스’ 헤비급 토너먼트 8강전에서 브라질의 안토니오 실바(32)에게 심하게 두들겨 맞으며 TKO패했다. ‘극강’으로 불렸던 표도르를 물리친 실바를 보면서 최홍만(31)을 떠올린 격투팬들이 많다. 실바는 193㎝의 장신에 거인형의 긴 얼굴까지 최홍만과 이미지가 흡사하다. 나이는 오히려 현재 격투기를 접고 있는 최홍만이 한 살 더 어리다. 한때 전 국민을 격투기팬으로 만들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던 최홍만은 이제 더 이상 격투기는 하지 않으려는 것인가? 파이터 최홍만의 재기 가능성을 <일요신문>이 진단했다.
# UFC 진출 사실상 어려워
한국의 FEG(K-1을 주관하는 일본 회사) 프로모터로 잘 알려진 양명규 티엔터테인먼트 본부장는 최근 최홍만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제보를 했다. 최홍만이 올여름 이후 다시 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이다.
“보름쯤 전이니 지난 2월 초다. 직접은 아니고, 티엔터테인먼트가 운영하는 칸짐의 임치빈 관장을 통해 최홍만과 접촉했다. 목적은 최홍만이 다시 링에 오를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최홍만은 임 관장을 통해 상대선수와 대전료 등 조건이 맞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답을 전해왔다. 즉 조건이 맞고, 시기적으로 3개월 정도 훈련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링에 오르겠다는 뜻이다.”
양명규 본부장에 따르면 최홍만은 현재 한국에 머물고 있고, 가끔 일본을 오간다고 한다. 하지만 본격적인 격투훈련은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양 본부장은 “최홍만은 마지막 경기 때도 칸짐에서 훈련을 했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도 이곳에서 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다른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면 이 바닥(격투기)에서 금방 알려질 텐데 아직 그런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 FEG와의 계약관계도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FEG코리아를 책임지고 있는 양 본부장은 “현재 일본 FEG와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선수는 공식적으로 한 명도 없다. 즉, 최홍만도 FEG와 관련이 없다. 재기 가능성을 타진한 이유도 최홍만이 자유신분이기 때문에 K-1이 아닌 다른 대회를 통해 링에 올리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최홍만도 K-1이 아니어도 상관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홍만이 현재 최고의 무대로 평가받고 있는 미국 UFC에 진출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UFC 헤비급의 체중제한이 120㎏인데 사실상 최홍만이 이를 맞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한편 <일요신문>은 이와 관련해 최홍만, 그리고 그의 K-1매니저를 맡았던 박유현 씨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 K-1 역사속으로 사라지나
한편 최홍만을 비롯, 윤동식 최용수 지인진 등 한국의 특급파이터들이 대거 진출했던 K-1이 2011년 존폐의 위기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통인 격투기전문가 A 씨는 “K-1의 주최사인 FEG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오는 3월 중으로 일본 내에서 거액의 펀딩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앞서 UFC로 인수돼 소멸한 프라이드FC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통 매년 1월 중순이면 FEG는 방송중계를 확보하기 위해 연간 대회 계획표를 확정하는데 올해는 발표된 것이 없다. 그리고 주요선수들의 파이트머니가 상당 부분 지급되지 않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대회 개최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약속된 파이트머니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선수는 지인진을 비롯, 한국선수도 다수 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양명규 본부장은 “일단 3월까지 FEG의 정상화를 기다릴 계획이다. 만일 FEG가 자금난을 해결하지 못해 K-1 대회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는다면 독자적인 한국의 브랜드로 격투기 대회를 진행할 복안도 세워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 본부장은 이 경우 흥행파괴력이 있는 최홍만과 UFC 진출 후 고전하고 있는 추성훈 등 스타플레이어들을 대거 영입할 계획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