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멀건 국·몇 가지 찬이 전부…시설장 “급식 자신, 반대편의 음해일 뿐”
최근 군 부대 등에서 부실 급식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경북 영덕 한 노인요양원에서 '부실 급식' 제보가 나와 논란이다.
자신을 노인요양원 한 관계자라고 소개한 A 씨는 "실제로 이곳 요양원에서 제공되는 음식을 보면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끼니당 2500원(간식포함)의 식대가 무색할 정도다. 지원금이 어떻게 식대 등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라고 폭로했다. 심지어 "걸어서 들어 온 사람 눕히는 식단"이라고 칭하며 부실 식단을 고발하는 급식 사진 여러 장을 '일요신문'에 보내왔다.
제보자 A 씨에 따르면 이곳은 경북 영덕군 소재 노인요양시설 '행복마을'로,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길 소망하며 찾아온 80여 명의 노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정부는 사회복지법인에 영덕 '행복마을' 설치 허가를 내주었고 현재 요양보호사 등 40여 명의 시설 종사자들이 이곳에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입소자 급식 사진에는 '밥'과 '수제비국', 반찬으로는 '숙주나물', '달걀 프라이', ‘산나물’ 조금이 전부였다. A 씨는 "밥에는 누릉지도 섞여 나왔다"고도 했다. 또 다른 사진에는 '밥'과 '국', 반찬으로는 '작게 자른 깍두기'와 '가지무침', '비지조림'으로 채워진 식단이었다.
A 씨는 "노인들에게는 한끼의 식사가 참 중요하며 필요한 영양소가 골고루 섭취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하는 게 시설의 의무임에도 참으로 무성의한 급식이 제공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격노했다.
그러면서 "어떤 사람이 '이곳 시설에 부모님께서 입소하실 때는 걸어서 들어가셨다가 나중에는 기운이 없어 걷지도 못하고 누워계셨다'고 했는데 음식을 보니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힐난했다.
이어 "기력이 없는 노인들에게 음식의 중요성은 노인복지를 하는 사람이라면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인데, 시설을 운영하는 시설장은 도대체 이런 상식도 없이 누가 봐도 빈약한 식단을 제공하다니 답답한 심정에 말문이 막힐 정도"라고 성토했다.
영덕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시설을 운영하도록 방관하고 있는 법인과 법인 대표는 도대체 알고도 방관하는지 아니면 이런 실상을 모르는 것인지,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반드시 철저하게 조사해 적법한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고령화시대에 노인복지시설에 대한 기준이 더욱 강화되고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요양시설을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무엇보다 먹는 음식으로 장난치는 야만적인 일은 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양원에서 저항능력이 부족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식사량을 조절하는 등 사실상 '노인 학대'에 준하는 '노인 길들이기'가 자행되고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나왔다.
경북지역 모 대학 사회복지과 한 교수는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요양원의 노인들 대부분은 자괴감으로 삶의 의욕을 잃게 된다"며 "특히 거동이 불편해 침대 생활을 하는 노인과 요양원 생활이 짧은 입소자들의 경우 대·소변 량과 직결되는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인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한 끼 식사를 이용, 대·소변 량을 조절하는 등 심각한 인권 유린 행위는 상당수 요양원에서 일상화된 관행"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교수는 "입소 후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살이 빠지고 심각한 영양 장애를 겪는 계기도 이 같은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급식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행복마을' 김 아무개 시설장이 '일요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 말이다.
김 시설장은 "우리 요양원의 급식에 대해서는 자신하고 있다. 특히나 식단과 급식에 대해 시설 관계자들이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급식비도 아끼지 않고 있다. 기자도 이곳에 와서 식사를 한 번 해봐라"라며 "일련의 부실 급식 제보는 재단의 반대편에 서 있는 자의 악의적인 음해"라고 단정 지었다.
관할청인 영덕군청 노인복지법인관리 담당 공무원은 "행복마을 요양시설에 대해 민원(부실 급식 등)은 아직까지 접수된 것이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부실 식단)에 입각해 부실 내부 고발 형식의 언론사로 제보가 있는 이상 하루 빨리 해당 시설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벌여 사실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해당 노인요양시설 '행복마을'은 경상사회복지재단 산하시설로, 이 재단은 2004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노인요양시설, 직업재활시설 등 4곳을 운영 중에 있다.
앞서 6월 2일 민주노총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경북지역지부(경북지부)가 이희진 영덕군수가 노조탄압과 사회복지시설(경상사회복지재단) 비리를 방치하고 있다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바 있다.
이날 경북지부는 재단(법인)에서 해년마다 허위채용으로 노인요양급여 부당청구, 장애시설 거주인 정신병원 유기·학대, 행복마을 입소자 폭행사건, 노인학대, 채용비리, 시설장 상근의무 위반 출근부 허위기재, 시설장 법인 업무차량 개인사용 등 경비유용, 코호트격리 관련 행정명령 위반, 무자격 시설장 채용 및 문제인사 돌려막기 등 각종 부당행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지역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고 밝혔다. 당시 경상사회복지재단의 해당 사건 역시 시설 종사자의 공익제보로 알려지게 되면서 지역사회에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최창현 박상욱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