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우리가 먼저 시행” vs 경기도 “정책에는 저작권 없다”
[일요신문]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토론회에서 경기도 하천, 계곡 불법시설 정비 사업의 원조 논란이 제기됐다. 하천, 계곡 불법시설 정비 사업을 누가 먼저 시작했느냐는 것. 7월 4일 조광한 남양주시장이 “계곡 정비와 관련한 핵심은 남양주가 2018년 8월 시작해서 성과를 내자 경기도가 2019년 8월에 은근슬쩍 가로챈 겁니다”라고 트위터에 쓴 것이 발단이 됐다.
김두관 의원은 7월 5일 토론회에서 조광한 시장의 트위터를 언급하며 “계곡 정비는 이재명 후보의 큰 업적으로 돼 있는데 어떻게 된 건지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라고 이 지사에게 물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제가 원래 (성남)시장을 할 때부터 계곡 정비나 불법시설 철거는 철저하게 하자는 입장이었는데 실제로 기초단체장 입장에서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도지사 취임하고 8월부터 기획을 해서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데 남양주가 먼저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저희가 엄청 잘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산 지원도 해드리고 표창도 해드렸는데 시장님께서 본인을 해달라고 그러셔서 그건 아니고 간부들을 (표창)해드렸고 경기도 전역을 그다음 해부터 시작해서 여름, 가을이 되기 전까지 다 끝냈죠”라고 했다. 남양주시가 계곡 정비를 먼저 시작한 점은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2020년 6월 29일 이재명 지사 취임 2주년을 맞아 발표한 ‘도민과의 약속 이렇게 지켰다. 취임사로 돌아본 이재명의 지난 2년’ 보도자료에는 ‘공정 분야에서 도민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사업은 도가 전국 최초로 실시한 하천, 계곡 불법 시설 정비와 청정계곡 도민 환원 사업’이라는 표현을 썼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은 당시에도 전국 최초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고 반발했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1년 만에 다시 이 논란이 불거지자 조 시장은 5일 “경기도의 2020년 보도자료에서 보듯 남양주시를 배제하고 마치 경기도가 주도적으로 계곡정비를 한 것 마냥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던 게 이 공방의 핵심”이라고 꼬집었다. 6일에는 “남양주시가 경기도 내에 있기 때문에 경기도가 처음이라는 궤변을 늘어놓을지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이 사업은 누가 '최초'로 했는지는 중요치 않습니다. 만약 경기도가 남양주시의 좋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경기도 내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도지사에게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했다.
조광한 시장은 자신이 표창을 달라고 했다는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서는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했다. “도지사 그분은 쟁점 사안마다 말장난이요, 거짓이요, 변명이네요. 팩트는 그분이 표창장을 드려도 되겠느냐고 제안하셔서 그분의 표창장을 받는 건 제 품격이 좀 떨어질 것 같아 제가 완곡히 거절했습니다”라고 트위터에 썼다.
경기도는 5일 조광한 남양주시장의 “계곡 정비와 관련해서 저는 이낙연 대표님께 표창받은 사실만 있습니다. 참고로 이재명 지사는 계곡 정비를 최초로 해낸 대표 격인 남양주시 청학계곡을 단 한 번도 방문한 사실이 없습니다”라는 SNS 게시물을 캡처해서 올리며 “경기도는 남양주시의 선도적이고 적극적인 정책 시행의 공적을 인정해 2019년 12월 31일 ‘2019년 하천‧계곡 불법정비활동 유공 표창’을 수여했습니다. 이날 남양주시에는 기관 표창 외에 3000만 원의 상사업비와 유공 공무원 4명 등 개별 표창도 수여됐습니다”라는 설명자료를 게시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습니다. 수많은 정책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을 선택하는 것은 용기와 결단의 문제입니다. 앞으로도 모든 도민이 누려야 할 좋은 정책을 선택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