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 본인에 한정해 검증 필요”…이낙연 “대통령 가족도 국가의 얼굴” 정세균 “MB 영일대군 기억하나” 추미애 “처가 사건에 직권남용 여부 의심스러워”
이재명 경기지사는 7월 11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총장의 부인 김건희 씨의 결혼 전 논문 표절 의혹, 유흥업소 출신 의혹 등을 두고 “부인의 결혼 전 문제나 이런 것까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문제 삼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며 “물론 부인이 부정한 행위를 했는데 비호했다면 후보 본인의 문제다. 가급적이면 본인의 문제로 한정해서 무한 검증을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재명 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 이후 기자들과 만나 같은 입장을 취했다. 이 지사는 “후보의 가족도 독립된 인격체”라며 “후보와 관련된 것이라면 철저하고 엄정하게 검증하는 게 맞지만, 결혼하기 전 했던 일을 남편이 책임지게 하면 심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다만 “만약 결혼 전의 일이 결혼 후까지 이어져 본인이 책임질 만한 상황이 의심되거나 의혹이 제기되면 그 점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지사의 발언에 당내 다른 후보들이 비판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 예비경선 개표 결과가 나온 뒤 “대통령뿐 아니라 대통령의 가족도 국가의 얼굴다운 품격과 신뢰를 가져야 한다”며 “대통령이 될 본인뿐 아니라 대통령 후보의 가족에 대해 위법 여부나 도덕성을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총리는 자신의 SNS에 ‘친인척의 비리가 권력의 비리를 만듭니다’라는 글을 올려 이 지사를 직격했다. 정 전 총리는 “이명박 정권 시절의 만사형통 영일대군을 기억하냐. 박근혜 정권의 탄핵을 만든 최순실 사태를 잊어버리진 않으셨죠”라며 “가족과 측근에 대한 검증은 정권의 도덕성과 청렴성에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급적 검증은 후보자로 한정해야 한다’는 이 지사의 말씀이 조국의 가족을 탈탈 털어내던 윤석열 씨의 부인과 장모의 비리를 덮고 가자는 말씀은 아니겠죠”라고 적었다.
예비경선 기간 동안 이재명 지사를 엄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단순히 가족의 신상을 물으라는 게 아니다”라며, 김 씨 검증 문제에 대해서는 각을 세웠다. 추미애 전 장관은 예비경선 개표 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 구속 사건 등에서 직권남용 여부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라며 “가족에 대해서도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 밝히라는 것이지 가족의 보호받아야 할 사생활을 침해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지사를 향한 당내 대선 주자들의 공세를 두고 여권 지지자들이 민감하게 보는 윤 전 총장 처가 검증 문제를 통해 ‘이재명 1강 흔들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재명 지사가 윤 전 총장의 부인 김 씨의 검증에 제한을 두는 것이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우려해서가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2017년 대선 과정에서 김혜경 씨는 트위터에서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 씨의 취업 특혜 등을 주장한 ‘혜경궁 김씨’의 계정주로 지목됐지만, 관련 수사에서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