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엄호? 단일화 모색 아닌 ‘반이 연대’와 대립각 세워 2위 노릴 수도
민주당 대선 경선은 본경선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위와 2위 간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현재 발표되는 각종 여론조사 등에 따르면 이재명 경기지사가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50% 안팎의 지지를 받으며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할지는 불투명하다. 이 지사를 추격하고 있는 주자들은 결선투표로 가게 되면 역전도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다른 후보들이 일제히 이재명 지사를 집중 견제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읽힌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7월 6일 열린 제3차 합동 TV토론회에서 이 지사를 향해 “기본소득 정책이 공약이 아니라 했는데 후보등록 서류를 보면 공약으로 돼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진 의원도 “이전에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쳤는데 ‘부자 몸조심’을 하시는지 ‘김빠진 사이다’가 아니냐는 우려가 된다”며 “윤석열 전 총장 같은 경우 몸만 풀다 쓰러지지 않을까 하고, 이재명 후보는 몸 사리다 주저앉는 거 아닌가 걱정이 든다”고 꼬집었다.
여타 후보들이 이재명 때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와중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오히려 옹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앞서 추미애 전 장관은 이낙연 정세균 이광재 3인방이 대선 경선 연기를 주장할 때 이 지사와 함께 ‘원칙론’을 앞세워 연기 불가 목소리를 높였다.
7월 5일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2차 토론회에서 추미애 전 장관은 이 지사의 기본소득 말바꾸기를 윤석열 전 총장에 빗대 비판한 박용진 의원을 향해 “정책을 비판하면서 뭐가 이렇다 짚는 것은 모르겠지만, 윤석열 전 총장을 갖고 와서 우리 후보를 비난하는 건 ‘원팀’으로서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이 지사를 대신해 반박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반이재명 연대’에 맞서 ‘추-명(추미애 이재명) 연대’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 나아가 본경선에서 단일화까지도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추·윤 갈등’과 ‘조국 수호’ 등으로 일반 국민들에게는 비호감도가 높은 편이지만, 강성 친문(친문재인) 당원들에게는 지지를 받고 있다. 반면 대표적 ‘비문’ 인사로 알려진 이 지사의 경우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서는 친문 지지층의 선택이 필수적이다. 여권 한 전략통의 말이다.
“추미애 전 장관은 친문 진영에서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본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낙점되기 위해서는 친문 진영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추미애 전 장관이 본경선에서 이재명 지사와의 단일화를 통해 결집된 친문 표심을 이재명 지사에 몰아줄 수 있다는 구상이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이낙연 정세균 후보 등은 이재명 지사에 대항하는 단일화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추미애 전 장관은 이들과는 연대의 뜻이 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기본소득, 개혁쇄신 등 발언을 보면 이재명 지사와 교집합이 크다. 공약 등 가치의 공감대를 형성해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 대선 경선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재명 지사와 추미애 전 장관 사이에 단일화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단일화 이슈로 두 후보에 주목도가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효과지만, 단일화가 본격화되면 서로에게 득이 될 게 없다는 것이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지사는 결선투표로 안 가기 위해 대세론을 더 키워나가야 한다. 그런데 단일화를 추진하고 권력을 나누는 모습을 보이면 오히려 꼼수 정치로 비춰질 수 있다. 또한 조국 전 장관 문제 등 개혁 성향이 뚜렷한 추미애 전 장관과 손을 잡았을 때 중도층 확장에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추미애 전 장관도 경선 후보로 참여해 기대 이상으로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 정치적 지분을 확보해 향후 정치행보에 기반을 마련했다. 그런데 단일화를 통해 중간에 발을 빼 이러한 지지를 이 지사에게 넘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재명 지사와 추미애 전 장관은 옹호와는 별개로 연대 및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이 지사는 7월 6일 기자들과 만나 추 전 장관과 연대설에 대해 “경선 결과 자체가 단일화다. 그 과정에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추 전 장관 역시 민주당 대선 경선 2차 토론회에서 이재명 지사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나는 진보정치의 개혁 경쟁을 하고 있다”며 “가장 개혁적인 주장을 하는 분과 경쟁하고 싶다. 그보다 더 개혁적인, 또 개혁을 환수하겠다. 나는 시작하면 끝장을 보는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미애 전 장관 지지율이 상승 추세에 있는 것도 둘의 단일화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본다. 일요신문이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6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추미애 전 장관은 8.8%로 이재명 지사(32.2%), 이낙연 전 대표(14.3%)에 이어 3위에 올라섰다. 2위 이낙연 전 대표와 5.5%포인트(p) 격차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6~7일 조사한 ‘여당 호보 적합도’에서도 추미애 전 장관은 7.6%로 3위를 유지했다. 1위는 이재명 지사(32.4%), 2위 이낙연 전 대표(19.4%), 4위 정세균 전 총리(6.0%) 순이었다.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에게 갔던 친문 지지층이 추 전 장관에 옮겨온 것으로 해석된다(자세한 사항은 여론조사업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따라서 이 지사가 과반 득표를 확보하지 못하고, 추 전 장관이 본경선에서 2위를 차지해 결선투표에 가게 되면 이 지사와 경쟁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재명 지사를 엄호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반이재명 연대’와 대립각을 세워 2위 싸움을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추 전 장관은 7월 5일 TV 토론회에서 조국 전 장관 논란을 두고 여권 2위 주자인 이 전 대표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이 전 대표가 7월 4일 대선 경선 예비후보자 국민면접 행사에서 조 전 장관 임명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반대 의견을 냈다고 답한 것을 문제 삼아 검찰개혁 추진 의지를 지적한 것이다. 추 전 장관은 이 전 대표에게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했는데 혹시 (문 대통령이) 판단을 잘못했다고 여겼냐”며 “윤 전 총장이 검찰개혁에 저항한다고 의심해보지 않았냐”고 따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