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국면 규제 완화 흐름에 집값 오름세…인플레 대응한 한은 기준금리 인상 등 변수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등록임대사업자제도 폐지 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한 데 이어, 작년 6·17 대책 때 제시된 ‘재건축 의무 거주 2년’ 규제를 백지화했다. 전세시장 불안요인으로 지목된 것이 이 같은 결정의 배경이다. 실제 2년 실거주 방침 이후 집주인이 임차인을 내보내고 실거주에 나서는 사례가 속출했고,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임대차보호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과 충돌하며 전세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전입신고를 한 뒤 빈집으로 두거나 세대분리를 통해 세대원 일부만 입주하는 등의 꼼수가 등장하기도 했다. 전셋값이 오르자 인근 아파트의 매매가격도 덩달아 상승했고 실거주 규제를 피하려는 재건축 단지가 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면서 재건축 아파트값도 급등했다.
정부가 그간 부동산 시장과 타협 없는 '강대강' 대치를 벌여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시장과 타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과 한 달 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등 보유세를 완화했다. 7월부터는 무주택 실수요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최대 60%로 확대했다. 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득기준도 부부합산 8000만 원에서 최대 1억 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모두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규제들이지만, 최근 몇 달 사이 수정되거나 폐지수순을 밟았다.
더불어민주당은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공시가격 상위 2%로 정하는 내용의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7월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 올해 분 종부세부터 새 규정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 공시가격 합계액의 순위를 매겨 상위 2%를 정하고 종부세를 부과하는 게 골자다.
다만 워낙 급하게 만들어진 법안이어서 손질할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과세 대상 주택 공시가를 억 원 단위로 1000만 원 단위로 수정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억 단위로 사사오입 반올림을 하면 금액 차이로 2만여 명이 세금을 피하게 돼 형평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공동주택 70.2%, 단독주택 55.8%여서 발생되는 문제는 아직 개선되지 못했다. 현행법대로면 올해 기준으로 공동주택 보유자 가운데 3만 3175명은 억울하게 세금을 내게 되고, 단독주택 보유자 5만 3289명은 세금을 피하게 된다.
정부의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은 어려워지고,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집값은 곳곳에서 오름세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해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올해 1월 첫째 주부터 2월 첫째 주까지 0.06%에서 0.10%까지 매주 상승폭을 키우다가 수도권 3기 신도시 추가 공급 계획이 담긴 2·4 대책 발표 이후 오름폭이 줄기 시작해 4월 첫째 주엔 0.05%까지 안정됐다. 그러나 '선거 바람'이 불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살아나자 'V'자 형태로 반등해 2분기에는 매주 상승 폭을 키웠다. 3분기 들어서는 첫 주에 0.15% 올라 1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아파트 값이 광역급행철도(GTX) 호재 등을 안고 급등했다. 올해 상승률을 보면 경기에서는 의왕시(23.63%), 시흥시(22.00%), 안산시(20.20%), 안양 동안구(19.07%), 인천에서는 연수(18.60%)·서구(12.97%) 등이 두드러진다. 7월 들어서는 삼성전자 평택공장 후광효과가 부각되며 오산·평택·안성이 전국 아파트값 상승률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도 외곽까지 상승세가 퍼져나간 것이다.
정부 고위 관료들이 나서 집값 하락을 경고할 정도가 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 30일 “과도한 레버리지가 집값을 떨어뜨리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7월 1일 “금리 상승 위험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하반기 중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같은 달 2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이제 시장 참여자의 금리 상승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부동산 등의 투자에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이어 노형욱 국토부 장관도 5일 “전세계적으로 풀린 풍부한 유동성이 정상화되면 자산가격이 재조정될 수 있다”며 “2~3년 뒤 집 값 하락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집값은 선거 효과는 상승요인,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또 델타변이 확산은 한은의 긴축행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