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 2018 KIA 클래식 홀인원·우승 차량 2대 수상…박지영, ‘빈손 홀인원’ 화제 되자 특별 상금 1000만 원
아마추어인 주말 골퍼가 홀인원을 성공시킬 확률은 0.00008%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는 프로 골퍼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프로의 홀인원 확률도 0.0003%로 극히 낮다는 분석이 있다. 미국여자골프투어(LPGA)에서 25회 우승 기록을 보유한 한국 골프의 '선구자' 박세리도 공식 대회 홀인원 기록은 단 1회에 불과하다. 숱한 우승을 쌓아 올리던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홀인원이 없다가 2008년에야 첫 '손맛'을 봤다. 박세리와 함께 동시대 LPGA를 호령하던 한 골퍼는 당시 프로암대회에 참가해 홀인원을 기록, 뛸 뜻이 기뻐하며 "세리 언니도 아직 홀인원 못해봤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대부분 투어 대회에서는 홀인원 부상이 있다. 우승 상금·부상 못지않게 홀인원만 위한 부상을 내걸며 행운에 축하를 보낸다. 아마추어 선수는 프로대회에 참가해 우승하더라도 우승 상금을 수령할 수 없다. 당연히 순위 상금도 없다. 대회 주최 측은 각종 기록에 대한 특별상 상금도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대회에서는 아마추어에게도 홀인원에 한해 상금·부상을 준다. 하지만 특정 홀에 국한하고 해당 홀에서 홀인원이 다수 나오더라도 최초 1명에게만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 9일 열린 KLPGA 투어 대보하우스디오픈 1라운드에서는 홀인원을 기록하고도 선수가 아쉬움의 목소리를 내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주인공은 이번 시즌 창설된 대회에서 '1호 홀인원'을 만들어낸 박지영이었다.
대보하우스디오픈은 8번 홀에 고가의 침대, 13번 홀에는 아우디 A4 차량이 걸려 있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박지영이 티샷으로 홀컵에 공을 넣은 홀은 2번 홀이었다. 티 주변으로 상품이 진열된 여타 다른 홀과 달리 2번 홀 주변엔 아무런 상품이 없었다. 홀인원이 됐음을 깨달은 박지영은 "아무것도 없어!"라며 절규했다. 중계진과 지켜보던 팬들로선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짧은 절규 이후 동반하던 동료들과 손을 마주치며 기쁨을 표했지만 아쉬움을 지울 수는 없었다. 결국 대회 주최 측은 대회 첫 홀인원을 기념하고자 박지영에게 1000만 원 상당의 특별상금을 수여하기로 했다.
박지영의 '빈손 홀인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박지영은 2017시즌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생애 첫 공식대회 홀인원을 기록하고도 빈손에 그쳤다. 당시 대회에서는 아이언 세트와 안마의자, 침대 세트, 고급 세단 등 3개 홀에 부상이 걸렸지만 박지영은 유일하게 부상이 없는 홀에서 홀인원을 성공시켰다. 한 번도 겪기 힘든 일을 두 번이나 경험한 것이다.
홀인원 부상은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자동차다. 중소형 국산차부터 1억 원대를 호가하는 고급 수입차까지 홀인원 상품으로 등장한다.
투어 3년차 이가영은 홀인원 상품에 대한 욕심을 한 TV 프로그램에서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신인이던 2019년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홀인원에 성공해 '벤츠 오너'가 되는 행운을 누렸다. 이가영은 당시를 떠올리며 "상품이 걸린 것을 보고 캐디에게 '타고 싶다. 이거 내 차다'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캐디가 '어차피 안 들어가니까 가운데 보고 쳐라'라고 하더라"라며 "그렇게 포기하는 마음으로 쳤고 잘못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공에 회전이 걸렸고 그린 경사를 따라 홀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던 이승연은 "다음부터 나도 차가 부상으로 걸린 홀에서는 '타고 싶다'는 말을 해야겠다"고 화답했다.
베테랑 지은희는 LPGA 투어 한 대회에서 차량 2대를 수령하는 행운을 잡아 화제를 모았다. 그는 2018시즌 KIA 클래식에서 우승컵과 함께 대회 후원사 차량인 스팅어와 쏘렌토를 한 번에 받았다. 스팅어는 우승 부상, 쏘렌토는 홀인원 부상이었다.
홀인원 부상은 아니지만 면허를 따기도 전에 차량부터 따낸 사연도 있다. 2017시즌 투어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핫식스' 이정은은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에서 3개 홀 연속 버디를 잡는 이에게 걸린 스팅어 차량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이후 일요신문 인터뷰에서 "차는 받게 됐는데 아직 면허가 없다. 투어 일정이 없는 연말에 운전면허를 딸 계획"이라며 웃었다.
차량 외에도 골프채 세트, 시계, 목걸이, 다이아몬드 펜던트 등 고가의 물품이 홀인원의 주인공에게 주어지기도 한다. 한 라운드에서 3개의 홀인원이 나오는 진기록이 작성된 2020시즌 KLPGA 투어 팬텀 클래식 2라운드에서 신지원, 김지영, 이지현이 '손맛'을 봤고 이들은 각각 시계, 세단, 침구 세트를 받았다.
2020시즌 KLPGA 투어에선 침대가 홀인원 부상으로 5회 등장했다. 고가의 수입차, 사치품 등이 오르내리는 '부상 목록'에 침대가 웬말이냐고 할 수 있겠지만 3000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침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홀인원 부상으로 부동산이 등장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2020시즌 8월 열린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에서는 15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선수에게 충북 음성 소재 25평형 아파트가 부상으로 제공됐다. 총 4개 홀에 아이언세트와 다이아몬드, 프리미엄 가전세트, 자동차 등이 걸려 있었지만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아파트였다. 그러나 15번 홀에서 홀인원이 나오지 않아 행운의 주인공은 등장하지 못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