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사업 첫발
[일요신문] 경기도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사업이 경기도 용인 서홍마을 한화 꿈에 그린 아파트에서 첫발을 뗐다. 이 아파트는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경비노동자 휴게시설을 지상으로 옮겼다. 기존 휴게시설은 지하 주차장에 있었다.
지상 건물은 부녀회가 이용하던 곳이었지만 부녀회와 입주민들이 사업 취지에 공감해 경비원 휴게시설로 선뜻 제공했다. 리모델링한 건물에는 에어컨과 냉장고를 새로 설치하고 휴식공간과 취침공간을 분리해 경비노동자들이 한여름에도 휴식과 숙면을 할 수 있게 했다.
경기도 아파트 경비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지원사업은 도내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시설 개보수 및 비품 교체‧구비 등 휴게시설 개선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121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개선사업이 추진 중이다. 7월 21일 기준 용인, 포천, 고양, 시흥 등 5개 시군 6개 단지에 개선공사가 완료됐다.
총예산은 7억 원이며 1개 단지당 최대 500만 원을 지원한다. 경기도 노동권익보호팀은 21일 “올해 사업을 수행한 후 내년에는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에도 사업 확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민간 아파트 경비원 휴게시설 개선 사업은 올해 처음 시행했지만 경기도는 이전부터 경비원 휴게시설에 관심을 둬 왔다. 이재명 지사 취임 직후부터 경기도 청사와 산하 공공기관의 경비,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옮겼고 2019년부터는 경기도시공사가 시행하는 아파트에 경비,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을 의무 설치하도록 했다.
2020년 1월 개정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경비원 등 아파트 노동자의 휴게시설을 줄일 우려가 제기되자 도는 1인당 1㎡ 이상, 최소면적 6㎡ 이상의 설치 기준과 휴게시설 면적을 용적률 산정에서 제외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도는 올해 아파트 휴게시설과 함께 산단, 사회복지시설 휴게시설 개선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선정된 곳에는 도배‧장판 교체, 정수기‧TV 등 비품 교체 비용을 도에서 90%까지 지원한다.
이재명 지사는 20일 SNS에 이번 사업을 두고 “힘들게 일하면 더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더위와 추위, 비바람 견디며 일하는 분들이 옥상, 창고, 지하 휴게실에서 가쁜 숨 몰아쉬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라고 썼다.
2021년 현재도 경비, 청소노동자들이 처한 노동환경과 휴게시설은 열악하다. 지하에 위치한 휴게공간엔 하수도 악취가 풍기고 곰팡이, 습기가 가득 차 있다. 간이로 스티로폼을 막아 벽을 세우고 장판 하나를 깔아놓은 곳도 부지기수다. 청소노동자들이 계단 한편, 화장실 옆에서 쉬거나 밥을 먹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이들의 노동환경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표 계산이 우선인 정치권에서 경비, 청소노동자 관련 정책은 철도, 교통 등 지역 이슈에 밀리기 십상이다. 유권자들의 관심을 얻기도 쉽지 않다. 일부 아파트 주민들은 경비, 청소노동자들이 당연히 열악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여기기도 한다.
경기도는 이 지사 취임 초부터 경비, 청소노동자에 각별히 관심을 기울였다. 지난 4월 20일에는 국회의원 42명과 함께 청소‧경비 등 취약 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며 이들 앞에 놓인 작은 과제들을 해결하려 애썼다. 이 지사는 이날 “노동자 휴게권 보장은 인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는 문제”라며 “다시는 열악한 환경에서 비인간적인 노동을 하는 상황이 없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런 노동 존중의 바탕에는 소년 노동자였던 이 지사 자신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는 해석이 있다. 그리고 청소노동자로 일하다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에 대한 미안함도 반영된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지사는 지난 7월 12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사망 현장을 방문해 “여동생 생각이 났습니다. 오빠 덕 안 보겠다며 세상 떠나는 날까지 현장 청소노동자로 일했습니다. 쓰러진 날도 새벽에 나가 일하던 중이었습니다. 늘 생각합니다. 도대체 제가 뭐라고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빚지며 여기까지 왔는지, 백 번이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은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도 못하게 됐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