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 4차 대유행 속 부산 공연 강행하려다 연기…어렵게 불붙은 ‘트롯 열풍’ 여론 역풍 맞을라 걱정
논란의 시작은 7월 10일과 11일 청주대 석우문화체육관에서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대국민 감사콘서트’였다. 공연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청주 시민들의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공연은 무사히 치렀다. 그렇지만 이후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번지자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 '미스터트롯' TOP6 중 장민호, 영탁, 김희재 등이 연이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감염 경로는 청주 공연과는 무관한 13일 진행된 TV조선 ‘뽕숭아학당’ 녹화 과정에서 박태환, 모태범을 통해 전염된 것으로 보인다.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의 다음 일정은 경기도 수원이었지만 수원시의 조치로 공연이 불가능해졌고 대신 전주로 장소를 옮겨 공연을 이어가려 했지만 결국 13일 전주 공연도 취소했다.
7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하루 2회씩 대구 북구 엑스코 동관에서 ‘나훈아 콘서트, 어게인 테스형’ 공연이 열렸다. 회당 4000석 규모의 공연으로 총 2만 2000명이 다녀간 것으로 대구시는 파악하고 있다. 당시 공연에서 나훈아는 “저는 다른 건 전혀 없고 ‘코로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이런 맘입니더. 우리가 코로나에 지가 되겠습니꺼”라고 말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게다가 나훈아는 예정대로 7월 23~25일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 ‘나훈아 AGAIN 테스형 콘서트’ 공연도 강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렇지만 방역 상황은 더욱 안 좋아졌다. 4차 대유행은 확산세를 더해갔고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적인 대유행으로 이어졌다. 부산 역시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서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2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7월 22일부터 8월 1일까지 비수도권 지역 내 등록되지 않은 공연장에서는 공연할 수 없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부산 벡스코 전시장에서의 공연이 불가능해지자 결국 나훈아 측은 부산 공연 일정을 8월 20일~22일로 연기했다.
나훈아의 행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나훈아의 공연 강행 의지가 어려움에 처한 대중음악계와 공연 종사자들을 돕기 위한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강하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특히 록 밴드 시나위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신대철은 자신의 SNS를 통해 “나훈아 대선배님 참 부럽습니다. 후배들은 겨우 몇십 명 오는 공연도 취소하고 있습니다”라며 “코로나 확진자 수가 최대를 기록하고 있는 비상시국입니다. 그래도 공연을 하시겠다면 힘없고 못나가는 후배들이 뭐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백만송이 장미도’ 불러주세요. 테스형과 같이 부르시면 딱 입니다.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을 겁니다. 같은 곡이니까요”라는 말을 더했다. 그 이유는 나훈아의 노래 ‘테스형’이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와 도입부가 유사해 표절 의혹에 휘말렸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롯 업계에서는 더 암울한 이야기도 나온다. 한 트롯 업계 관계자는 장탄식을 하며 이렇게 얘기했다.
“누가 봐도 연기가 불가피해 보였는데 차라리 본인이 먼저 나서 연기를 선언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결국 끝까지 버티다 못하게 된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다. 요즘 분위기에서 ‘코로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봅시더!’라니 정말 안타깝다. 요즘 (트롯 업계) 분위기도 위태로운데 대선배가 좀 도와주면 좋았을 텐데….”
트롯 업계는 최근 ‘풍요 속의 빈곤’이다. TV조선 ‘미스트롯’을 통해 송가인이 배출되면서 엄청난 트롯 열풍이 시작돼 ‘미스터트롯’을 통해 정점을 찍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는 하락세다. 타사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생각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고 있는 데다 ‘미스트롯2’도 기대 이하의 반응이 나왔다. 지금 상황에선 ‘미스터트롯2’를 두고도 암울한 전망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물론 송가인과 '미스터트롯' TOP6 등 기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은 여전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지만 꾸준한 스타 배출에는 제동이 걸려 있는 셈이다. 어렵게 오랜 만에 불붙은 ‘트롯 열풍’이 사그라질 수도 있는 위기다. TV조선을 필두로 한 방송사들 역시 이제 ‘트롯’에서 ‘골프’로 예능 트렌드를 옮겨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번 나훈아의 공연 강행이 트롯 업계 전반에 대한 이미지 하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관련기사 황금시간대 굿샷! ‘골프 예능’ 방송가 새 트렌드 급부상 안팎).
오랜 기간 트롯 업계에서 활동한 한 연예기획사 임원은 “아무리 방송에서 많이 찾을지라도 트롯은 무대가 중심이다. 오랜 기간 트롯은 밤무대와 지역축제 등으로 버텨왔다. 트롯 열풍으로 콘서트를 통해 대규모 관객까지 만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는데 아쉽게 코로나19가 터졌다”라며 “급하게 다시 무대에 서려고 하다가 여론의 역풍을 맞아 다시 그 무대들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는 점이 크게 걱정된다”고 말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