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 확장’ 실적 압박에 매출 뻥튀기·호객행위까지…공정위 제재 솜방망이 지적도
가맹본부의 예상매출 부풀리기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오랜 병폐 중 하나로 지적돼 왔다. 이미 2013년 관련 문제가 공론화되며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이 개정됐다. 점포 수 100개 이상이거나 중소기업자가 아닌 가맹본부는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가맹희망자에 반드시 제공하도록 하고, 부풀리기 행태 발각시 허위·과장 광고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에 해당하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희망자에게 가맹본부의 재무정보 등을 포함한 정보공개서와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제공해야 한다. 가맹희망자는 14일간(변호사·가맹거래사 자문시 7일) 서류의 진위와 사업타당성 등을 고려한 뒤 가맹계약서를 체결한다.
문제는 예상매출액 산정서를 허위·과장 기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이다. 가맹본부는 점포 예정지와 주변 상권 등 입지조건과 유동인구, 고객 실구매율, 가맹점 평균 매출 등을 고려해 예상매출액을 산정해야 한다. 그런데 객관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본부에 유리한 방향으로 매출액을 집계하는 경우가 있다.
앞서 요거프레소는 계약 체결 당시 점포·상권 형태가 점포 예정지와 유사한 가맹점을 기준으로 예상매출액을 산정했다고 고지했다. 그러나 공정위 조사 결과 전국 단위 상권별 연간 매출액 상위권 4개 가맹점을 기준으로 한 사실이 드러났다. 예상매출액에 부가가치세가 포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에는 별도 기재함으로써 10%씩 더 부풀리기도 했다.
구두로 예상매출을 ‘뻥튀기’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가맹희망자들이 좋은 상권에 위치하는 것을 희망한다는 점을 노려 부동산 중개업자 등 주변 이해관계가 개입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개발·재건축 등 부동산 호재나 교통 편의성이 개선된다는 식의 '호객행위'가 일어나는 것이다.
장유진 변호사는 “부동산 중개업자와 가맹본부 지사 사이에 신규 가맹점포 위치를 두고 일부 마진을 가져가는 등 불법 행위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며 “임대인과 부동산업자, 가맹지사 관계자 등이 얽히는 것으로서 본사는 지방 부동산 사정에 어두워 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예상매출액 산정서 제공 의무가 있는 가맹본부의 범위가 전체 프랜차이즈에 비해 너무 좁고, 단서 조항으로 실제 예상매출액이 아닌 인근 가맹점 5개 중 매출 최대·최소치를 제외한 것을 제공할 수 있도록 돼 있다”며 “행여 그렇게 예상매출액을 산정한다 해도 매출액 범위가 최대 1.7배로 너무 넓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상매출액을 구두로 전달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가 만들어졌으나 현실에 안착하지 못해 실효성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예상매출 부풀리기의 배경에 가맹본부의 ‘실적 압박’이 있다고 말한다. 점포를 늘리는 것이 가맹본부 담당 직원의 실적이 되고, 프랜차이즈 전체의 주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장유진 변호사는 “오래 일한 직원이라면 무리하지 않을 수 있지만, 맡은 지 얼마 안된 담당자는 하루 빨리 실적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균 가맹거래사는 “예상매출액을 터무니없이 부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 잘 되는 가맹점이나 직영점 매출을 포장하는 경우가 있다”며 “가맹점 수가 얼마나 늘어났고 매출이 얼마나 잘 나오느냐가 새로운 가맹점 모집을 위해 가장 좋은 지표가 되기 때문에 부풀리기 행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창업 카페와 블로그 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매출대박’ 등 허위·과장 광고가 팽배한 것도 문제다. 8년차 외식업자 A 씨는 “처음에 창업 정보를 얻으려고 들어간 카페에서 메일과 쪽지, 휴대폰으로 쉬지 않고 프랜차이즈 광고가 왔다”며 “생소한 업체인데 점포 수가 꽤 있길래 확인해보니 대표자의 가족이거나 지인이었다”고 밝혔다. 공정위 관계자는 “행정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직권으로 모든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할 수는 없다”며 “문제가 있으면 신고하도록 돼 있고 그때 조치를 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공정위 제재에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징금 부과는 보통 대형 프랜차이즈에 국한되는데, 타격을 줄 정도의 금액이 아닌 데다 오히려 가맹점주에게 피해가 돌아가기 일쑤라는 것이다. 앞의 A 씨는 “피해받은 가맹점주 입장에선 이미 폐업해서 위약금도 물어줬는데 과징금이 나와봤자 대기업에 얼마나 피해가 갈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영업을 계속 하고 있는 다른 가맹점의 경우 (좋지 않은 이미지 탓에) 손님이 끊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유진 변호사는 “공정위 조치는 전과처럼 누적되면 처벌이 강화되기도 하고 정보공개서에 기재해야 하기 때문에 압박이 된다”면서도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강한 유인책이 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또 “점주들도 공정위 조치를 통해 가맹본부와 협상을 끌어낼 생각보다는 향후 민사소송에서 시정명령에 대한 처분성을 인정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법 테두리 이상으로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서 규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상매출액에 대한 정보를 가맹희망자에게 제공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선도 있다. 가맹본부 입장에서는 당연히 사업이 개선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예상치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승창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예상매출액 산정 공식을 만들도록 돼 있지만 단 100m에 따라서도 매출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매출 평균치를 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며 “이전에 비해 지금은 가맹희망자들이 더 좋은 곳을 고를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기 때문에 가맹본부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먼저 스스로 면밀하게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