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가맹점 배달료 인상했지만 본사는 뒷짐…“가맹점 열악한 상황이 소비자 부담으로” 불만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치킨업계 1위 교촌의 일부 가맹점이 최근 기본 배달료를 1000원 인상했다. 서울과 경기, 세종 등 수도권 일부 지역의 교촌 가맹점에서는 7월부터 기본 배달료를 기존 20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려 받기 시작했다.
교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2018년 5월에도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중 최초로 소비자에게 기본 배달료를 부과했다. 교촌이 배달료를 부과하면서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이 같은 행위가 확산됐다. BBQ, bhc 등 치킨 업계 일부 매장도 배달료 유료화 정책을 뒤따랐다.
교촌 가맹점 업주를 비롯한 외식업계 자영업자 등은 ‘어쩔 수 없다’며 교촌을 향해 '총대를 메 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교촌의 배달료 인상 발표 후 다양한 의견이 게재됐다. 이들은 “최저시급 올릴 땐 아무 말 안 하고 음식값, 배달료 올릴 때만 난리 난다” “개인적으로 치킨은 저렴한 음식이다. 교촌이 배달료에 대한 인식을 알려줘 고맙다” “교촌이 저번처럼 총대 굿” 등의 반응을 보였다.
6개월 전 서울 서초구에 치킨 브랜드 가맹점을 오픈한 김 아무개 씨(30)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만 전체 매출에서 18%가 빠진다”며 “여기에 더해 식재료값 상승,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남는 게 없다”고 언급했다.
김 씨에 따르면 1만 6000원짜리 치킨 한 마리 주문이 들어오면 6000원(쿠팡이츠 기준)의 배달기사 비용을 제외하고 1만 원이 남는다. 이어 배달 앱 수수료와 재료값을 빼면 1000원 정도 이익이 발생한다. 김 씨는 “2000~3000원이라도 남게 하기 위해 (배달 앱) 최소금액을 2만 원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6개월 전 영업을 처음 시작했을 때 식용유 값은 2만 8000~2만 9000원이었지만 현재 4만 원이 넘는다. 기본 식재료 값 상승도 이 정도인데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각 배달 앱별 수수료까지 빼면 얼마가 남겠냐”며 “우리뿐 아니라 교촌, bhc 등 치킨 프랜차이즈 현실이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교촌이 배달료 인상에 대해 회피하는 태도를 보여서다. 교촌 관계자는 “가격 부담을 덜기 위해 원가조절 등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기본 배달비를 올린 건 가맹점 재량이며 본사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즉, 일부 가맹점의 배달료 인상에 대해 본사가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배달료 가입 주체는 가맹점”이라며 “가맹점이 추구하는 바를 본사에서 제지할 순 있으나 강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제12조(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에서 가맹본부는 (가맹점을 향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촌이 뒷짐을 지면서 가맹점들의 열악한 경제 상황이 소비자 부담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배달료 인상이 전국의 모든 교촌 가맹점이 아닌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만 행해지면서 지역별 가격 차이를 낳는 것도 문제로 떠올랐다. 똑같은 치킨을 주문해도 지점이 어디냐에 따라 소비자가 내야 하는 최종가격은 달라지는 것이다. 신현두 한국소비자협회 회장은 "2만 원짜리 치킨의 질이 3만 원이 되는 게 아닌데 배달료를 높여 어려운 시기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건 잘못됐다"며 "소비자들만 부당한 상황을 맞이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소비자들이 가맹점의 경제적 부담을 전가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교촌의 매출과도 연관이 있다. 교촌의 지난해 매출은 4476억 원으로 전년 대비(3801억 원) 18%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394억 원) 4% 증가한 410억 원을 기록했다. 전체 가맹점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1조 원을 돌파했다.
도쿄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치킨 소비가 늘어나 매출 증가도 예상되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선 올림픽 수혜주로 교촌을 제시했다. 박종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쿄올림픽 개최 등으로 교촌의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실적 성장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교촌의 배달료 인상이 타 치킨 업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료 인상은 소비자 입장에서 치킨값이 오른 것과 마찬가지”라며 “각 지점의 영업 활동이 모여 프랜차이즈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인데, 일부 가맹점의 배달료 인상이 본사와 무관하다는 교촌 본사의 태도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책임 회피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교촌의 태도가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걸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어려운 시기에 높은 매출을 기록한 교촌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도 고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