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서울대에 개선 지도”
고용노동부(고용부)는 30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A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일부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이 있다고 판단해 서울대학교에 개선할 것을 지도했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한 이유는 업무상 지휘·명령권이 있는 행위자가 청소노동자에게 업무와 관련 없는 지시를 내렸다는 데 있다. 필기시험 실시와 시험성적 근무평정 반영 의사표시, 복장에 대한 점검과 품평 등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필기시험 문항에는 청소 업무와 관계없는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다”라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근무평정 제도가 없음에도 행위자가 임의로 시험성적을 반영한다는 내용의 프레젠테이션 화면을 시험 중에 게시하고 필기시험 공지도 미리 알리지 않은 점 역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행위자는 2차 업무 회의에 드레스 코드에 맞는 복장을, 3차 업무 회의에 퇴근 복장을 하고 참석할 것을 근로자들에게 요청했고 행위자가 회의 중 일부 근로자들의 복장에 대해 손뼉을 치는 등 품평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복무규정 등의 근거 없이 회의 참석 복장에 간섭하고 품평을 한 행위는 직장 내 괴롭힘 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A 씨는 지난 6월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의 가족은 퇴근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등은 A 씨가 고된 노동과 서울대 측의 ‘갑질’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인은 서울대 학부생(여학생) 2인1실 구조로 총 196명이 거주하며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매일 전 층의 대형 100L 쓰레기 봉투 6~7개와 음식물쓰레기, 재활용 쓰레기를 직접 나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며 “병 같은 경우 무게가 많이 나가고 깨질 염려가 있어 항상 손이 저릴 정도의 노동 강도에 시달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로 부임한 안전관리 팀장은 청소노동자들의 근무 질서를 잡겠다는 이유로 매주 수요일 청소노동자들의 회의를 진행했다”며 “남성 노동자들에게는 회의 참석 시 정장을 입을 것을 강요했고,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복장을 예쁘게 그리고 단정하게 입을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노동자 회의 시 청소노동자들에게 시험지를 나눠주며 (문제를) 풀 것을 강요했으며 관악학생생활관을 영어 또는 한문으로 쓰게 하거나 기숙사 첫 개관년도 등의 시험을 본 후 차기 회의 시 채점을 해 나눠 주고 누가 몇 점 맞았다고 공개하는 등 모욕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했다”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