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프로구단들 17일부터 우선 접종…대전시 “외부 감염 우려 커” 야구계 안팎 “부적절”
대전시청 관계자는 “한화 이글스가 지자체 자율 접종 대상자에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전시청은 8월 6일까지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각자의 접종 일시를 확정하면 접종 일정에 따라 8월 17일부터 9월 초까지 순차적으로 접종할 예정이다. 대상은 한화 이글스 선수들과 코치진 약 50명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소식에 야구계 외부에서는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야구계 관계자 A 씨는 “안 그래도 야구계 술판 사건 이후로 이미지가 최악인 시기에 뚜렷한 이유 없이 일반 국민들보다 먼저 백신을 맞으면 그 자체로 비난 받을 수 있다”면서 “건강한 20대 선수들이 50대보다 백신을 먼저 맞아야 하는 이유가 없어 자칫 ‘새치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 지역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 A 씨는 이 같은 내용에 대해 ‘7월 한화 이글스 측이 대전시청에 요청을 했는데 대전시청 쪽에서 받아준 그림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백신 접종 사실이 솔직히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분위기”라면서 “야구계 술판 사건으로 야구계 전체가 움츠리고 있는 상황에서 알려져서 좋을 게 없다는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반면 한화이글스 관계자는 “우리가 접종을 요구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자율 접종이란 게 있는지도 몰랐다”라며 “대전시청 측에서 대전 내 프로구단 접종해주겠다고 연락이 와서 접종하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대전시청 관계자는 “백신을 맞는 건 한화 이글스뿐만 아니라 지역 프로구단들 모두 백신 지자체 자율 접종 대상자로 선정했다. 한화 이글스, 대전 하나 시티즌,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 대전 KGC 인삼공사 소속 선수와 코치 약 150명이 대상이다. 여기에 전국체전 출전 선수까지 대상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대상자 선정 지침에 참고해 자율 접종 대상자를 선별하라고 권고한 바 있는데 프로구단 선수들은 이 선정 기준과 동떨어진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이나 요양병원 신규입사자, 집단발생 지역의 고위험군(고령자, 기저질환 보유자, 임신 중인 사람), 필수공무 출장자 및 중요 경제활동을 위한 해외출국 예정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부처 차원에서 확인이 어려운 구멍을 지자체가 메우라는 의미로 배정한 물량이 잘못된 곳에 사용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화 이글스 등 프로구단 선수, 코치진이 먼저 접종해야 할 이유가 있는지에 대해 묻자 대전시청 관계자는 “대전을 대표하는 선수들인 만큼 먼저 접종해주자는 의견이 들어온 게 있었다. 결국 자율 접종 대상자에 연고지에 있는 프로구단을 포함시키자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시청 관계자는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백신을 접종받고 경기를 진행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해당 부서와 협의 후 진행하게 됐다. 그래서 프로구단에다 전국체전 출전자까지 포함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질병관리청 대상자 선정 지침처럼 고위험군 접종을 우선해야 하지 않냐는 질문에 대전시청 관계자는 “그렇게 볼 수는 있지만 다수의 선수들이 원정 경기를 진행하면서 외부와의 감염 우려도 있지 않겠나. 대전에서만 경기하는 게 아니라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백신 물량이 충분하지 않다. 고위험군부터 빠르게 접종한다는 원칙이 중요하다. 나이가 많은 사람부터 접종하는 게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30대 야구팬 강 아무개 씨는 “야구선수가 벼슬도 아닌데 그들만 백신을 먼저 맞는 건 불공정하다. 출장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서 백신을 먼저 주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면서 “20~30대는 아무리 광클(빠른 접속)해도 백신 노쇼 물량 예약이 어려운 상황인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