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4세 미만 강간 땐 최고 사형까지…피해자 7명 중 2명 미성년 알려져 ‘본보기’ 가능성
#미성년 성폭행 폭로가 시발점
2014년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한 뒤 엑소를 탈퇴, 중국으로 완전히 활동 무대를 옮겼던 크리스는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며 중국 연예계에서 승승장구를 이어왔다. 그런 성공한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것은 7월 19일, 중국의 한 여성 뷰티 블로거의 폭로 때문이었다.
18세로 알려진 뷰티 블로거 D 씨는 크리스가 밤늦게 캐스팅을 위한 면접이나 팬미팅을 하자며 미성년 여성들에게 만남을 요구했고, 이 과정에서 억지로 술을 마시게 한 뒤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성관계 후에는 50만 위안(한화 약 8800여 만 원 상당)을 건넸다고도 했다. D 씨는 “이 가운데 18만 위안은 반환했다”고 설명했다.
폭로가 일파만파 퍼지자 크리스 측은 중국 현지 SNS를 통해 “최초 의혹을 제기한 인물은 2020년 12월 5일 친구 모임에서 딱 한 번 만났을 뿐 술도 마시지 않았고 전화번호도 받지 않았다”며 “여러분들을 귀찮게 해서 죄송합니다만 내가 누군가를 유인, 유혹해 강간했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미성년자도 없었다. 만약 내가 이런 행위를 했다면 나 혼자 감옥에 가겠다. 앞서 말한 나의 모든 발언에 법적 책임을 지겠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러나 중국 공안은 크리스의 주장과 다르게 봤다. 7월 31일 베이징시 공안국 차오양분국은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우O판(우이판)이 여러 차례 나이 어린 여성을 유인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인터넷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했으며 현재 캐나다 국적인 우O판을 강간죄(성간통죄)로 형사 구류하고 사건 수사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폭로에서 밝혀진 피해 여성은 7명 이상이며, 공안은 이 가운데 만 14세 미만의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선 첫 폭로자를 시작으로 중국 내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와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나도 크리스로부터 비슷한 일을 당했다”는 연이은 폭로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다행히 실제 성관계로까진 이어지지 않았으나 피해자들과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을 시도했다는 게 이들의 이야기다. 이런 피해 폭로에 중국과 네티즌들의 주목이 이어지면서 ‘중국판 연예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가 터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최소 24명이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고 폭로하고 있는 만큼 이런 ‘범죄시도’까지 포함해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형은 확실”
중국은 물론이고 국내, 그리고 K팝을 좋아하는 해외 커뮤니티에서도 이번 크리스의 사태에 눈길을 모으는 이유는 이 사태가 이제까지 동북아시아 연예인 이슈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결말로 이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한국 역시 앞서 가수 정준영, 전 FT아일랜드 리더 최종훈의 집단 성폭행과 불법 촬영 등 성범죄 이슈가 불거진 바 있으나 국내 법원의 특성상 판결의 한계가 명확했다. 그러나 중국은 연쇄적인 성범죄, 특히 만 14세 미만의 미성년자 성폭행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합의에 관계없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중국 형법상 여성을 폭력, 협박, 또는 기타 수단으로 강간한 경우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이 구형된다. 여기에 ‘어린 여성을 강간한 경위가 악랄한 경우’ ‘여러 명의 성인 여성 또는 어린 여성을 강간한 경우’ 등 일정 조건이 부합하는 경우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무기징역, 최대 사형까지 구형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크리스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는 첫 폭로자를 포함해 7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2명이 미성년자로 알려져 있다. 또 공안이 만 14세 미만의 피해자를 확인한 것이 사실이라면 다른 피해 사례와 관계없이 사형 선고가 가능하다.
현재 중국 내 크리스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아무리 법으로 사형 선고 가능성이 보장돼 있다 하더라도 ‘있는 사람들’이 법망을 피하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보여 왔던 탓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사법부의 이런 태도를 비판하며 이번 크리스의 사태를 두고 “성역 없는 수사, 비호 없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중적인 여론과는 별개로 중국의 관련 업계에서조차 크리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눈에 띈다. 중국영화가협회‧중국음악가협회‧중국텔레비전예술가협회 등 중국 연예계 전반에 영향력을 끼치는 각 단체에서는 이례적인 성명을 내놓고 크리스와의 관계를 잘라냈다. 중국관영매체인 CCTV도 집단 구명 활동에 나선 크리스의 팬클럽을 꼬집어 “연예인은 공인으로서 팬들을 ‘긍정적인 에너지’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아이돌은 한 사람의 넓은 시야를 가로막고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크리스의 ‘유죄’를 확신하는 분위기다.
이와 같은 업계의 ‘손절’을 두고 중국 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연예계에 대한 당(중국 공산당)의 최근 방침에 신속하게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아시아 연예 칼럼니스트는 “최근 중국에서는 연예인의 우상화를 매우 경계하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아이돌 선발 프로그램에 엄청난 수의 팬들이 집결되는 것을 보고 국민들의 집단적인 의견 표출 행위의 구심점이 연예인이라는 것을 새롭게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최근 중국 내 방송연예계를 모두 총괄하는 광전총국은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에 강력한 통제를 요구해 과도한 팬덤과 지나친 예능화 등 부정적 경향과 인기 지상주의, 물질 만능주의 등 기형적 가치관을 단호히 배척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이 칼럼니스트는 이어서 “중국 연예계는 특히 외국계이거나 외국에서 활동한 연예인들이 ‘물’을 흐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크리스는 외국계(중국계 캐나다인)이고, 한국에서 활동했으며, 팬들의 광적인 집단 행위까지 확인되고 있는 인물”이라며 “그런 그가 중국 내에서도 용서 받지 못하는 중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이 있으니 당국으로서는 더 엄중하게 사건을 다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