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폭염·호우로 공사 중지 시 잔여 임금 보전…연간 3만 5000명 수혜 예상
지난 7월에만 4명의 건설 일용노동자가 노동 현장에서 사망했다. 16일에는 경기도 양주 신축 공사현장에서 옥상 작업 중이던 노동자가, 19일 서울에서는 옥상 미장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22일에는 거푸집 설치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휴식을 취하던 중 쓰러져 세상을 떴다. 26일 인천의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는 50대 노동자가 폭염 속에서 일하다가 사망했다.
정부는 7월 25일 무더운 오후에는 공사를 중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건설사에 발송했다. 고용노동부 열사병 예방수칙에 따르면 사업장 체감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지속되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옥외 작업을 단축하고 35도가 넘을 시 작업을 중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이 같은 규정은 지켜지지 않는다.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노동자들을 다그치는 일이 흔하다. 그러다 보니 폭염에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은 계속 나온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작업을 중지해달라는 요구를 할 수도 없다. 그랬다간 다음 날 일거리가 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경제논리에 희생되는 노동자를 막기 위한 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기 재난수당은 생계 문제로 작업을 지속하다 안전사고에 이르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계획됐다. 수당 지급은 경기도와 건설본부,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도 산하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토목‧건축 분야 공사다. 해당 공사의 일용 건설노동자가 작업 도중 코로나19 확산‧폭염‧호우 등으로 공사가 중단돼 당초 약속한 시간만큼 근무를 못 할 시 해당 일의 잔여시간 임금을 경기도가 보전한다.
폭염으로 공사가 중지됐을 때 잔여 임금을 보전하는 정책은 서울시가 가장 먼저 도입했다. 서울시는 2018년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자 25개 자치구와 서울시 공공기관 등이 발주한 공사 현장의 오후 작업을 중단하고 중단 기간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전해줬다. 당시 조치로 혜택을 받은 서울시 공공 공사현장 노동자는 6000명에 달했다.
경기도는 폭염에 호우, 감염병을 더해 경기 재난수당의 골자를 짰다. 도 공정건설정책과 관계자는 8월 4일 본지에 “지난해 기준 경기도는 폭염경보 10일, 호우경보 16일이 발령된 바 있다. 호우 및 감염병 상황에도 임금을 보전한다면 일용 노동자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도는 이번 사업으로 연간 3만 5000여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 발주공사에 연인원 3만 5000여 명가량이 투입되는 것을 고려하면 거의 대부분의 건설일용노동자가 지원대상이다. 필요 예산은 약 17억 원으로 1회당 평균 5만 원가량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다. 예산은 낙찰 차액(입찰 시 공고 금액보다 낮은 금액이 입찰됐을 때 발생하는 차액)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경기 재난수당은 행정안전부의 자치단체 계약집행 운영요령을 따라야 한다. 경기도는 행안부에 코로나와 호우 경보 시에도 임금 보전 적용이 가능한지 해석을 의뢰한 상태다. 재난수당 시행 여부는 8월 둘째 주쯤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경기 재난수당이 폭염과 코로나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용 노동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시공사가 일용 건설노동자들, 또는 노동자를 파견한 인력사무소에 임금을 먼저 지급하고 경기도가 추후 시공사에 정산하는 방식이라 노동자들이 악천후에 제대로 작업을 중지했는지, 중지하고도 임금 감액 없이 지급받았는지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