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고평가 논란 속 금융 대장주 등극…벌써 시중은행보다 ‘마통’ 고금리 받아
#‘요지경’ 된 카카오뱅크 기업가치
카카오뱅크 목표주가를 낸 주요 증권사 2곳을 보면 SK증권(6만 4000원)은 1999년 주택은행이 받았던 최고 주가순자산배율(PBR)을 현재값으로 환산해 5.5배를 적용했다. 교보증권(4만 5000원)은 키움증권에 적용됐던 4배를 기준으로 삼았다. 전자는 22년 전 사례고, 후자는 은행이 아닌 증권사다. 삼성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등은 분석 보고서는 냈지만 실적 전망과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처음 등장한 기업형태여서 평가기준이나 비교대상을 찾기 어려워서다.
상장 이튿날 한때 41조 원에 육박했던 시총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카카오뱅크는 MSCI 편입이 예정돼 있다. KOSPI200 등 주요 지수는 물론 여러 상장지수펀드(ETF)들의 기초자산으로도 담겨야 한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해 기관들은 반드시 일정 비율 이상을 포트폴리오에 담아야 한다. 상장 초반 주가보다는 물량확보 차원에서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구름 위에 선 카카오뱅크
현재 은행업 평균 PBR은 0.44배다. 시가총액이 순자산의 44%라는 뜻이다. 올 연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순자산 예상치는 약 5조 6000억 원이다. 0.44를 곱하면 약 2조 5000억 원이다. 시장가치와 3조 원 이상 차이가 난다. 카카오뱅크를 은행보다는 플랫폼으로 평가한 결과로 추정된다.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의 올 연말 기준 증권사 예상치 평균은 자기자본 10조 원, 순이익 약 1조 원이다. 현재 시총은 순자산의 6.5배다. 카카오뱅크에 이 숫자를 대입하면 36조 원이 나와 현 시가와 비슷해진다.
문제는 카카오뱅크는 아직 플랫폼보다는 은행에 가깝다는 점이다. 현재 카카오뱅크 수익구조는 은행업 관련 92%, 플랫폼 관련 8%다. 올해 예상 세전이익은 3200억 원 가량인데, 자본수익비율(ROE) 5% 미만이다. ROE가 두 자릿수인 카카오와 대비해 경영효율이 절반 아래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시장가치가 실적에 기반하기보다는 희망에 가까운 기대에 크게 의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플랫폼 사업 ‘황금알’ 될까
카카오와의 시너지, 직원의 절반에 달하는 대규모 개발인력은 카카오뱅크의 핵심 경쟁력이다. 지점이나 오프라인 영업조직이 없어 기존 은행 대비 비용 효율도 뛰어나다. 시중은행들의 오프라인 비용부담이 연간 세전이익과 맞먹는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뱅크가 2배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을 여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현재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려면 기존 은행의 이자장사를 뛰어넘는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큰 수익이 나야 한다.
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로 매년 수천억 원의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은행의 플랫폼 사업은 대부분 금융상품과 서비스 중개다. 그런데 수수료율이 낮다. 예를 들어 주식형펀드 비대면 판매수수료는 0.3~0.5% 수준이다. 1조 원 어치를 팔아도 수익은 30억~50억 원이다. 엄청난 규모의 거래를 중개해야 한다.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과 경쟁도 치러야 한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공모로 조달한 2조 5500억 원 가운데 2조 2000억 원을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다. 그 밖에 금융기술 개발 연구개발에 1000억 원, 인수합병 2000억 원, 글로벌 진출 500억 원 등이다.
#‘카카오발’ 빅테크 독점 우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관련 서비스의 유료화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따갑다. 생활편의를 증진시킨 만큼 적정한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시장 장악력이 높아지자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 횡포 우려다. 이미 미국은 물론 유럽과 중국에서도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정부의 견제 움직임이 뚜렷하다.
대형 금융그룹들이 경계심은 특히 높다. 금융위원회가 빅테크 플랫폼을 중심으로 모바일로 기존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하는 ‘비대면 대환대출 플랫폼’을 추진했지만, 은행들의 반대로 좌절됐다. 은행들은 빅테크에 유통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보유한 대출자산이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금융회사로 옮겨갈 위험을 경계했다.
이미 대출시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손쉽게 대출을 갈아탈 길이 열리면 가격경쟁력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자금의 대이동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부문에서 시장점유율은 높인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받기 시작했다. 소비자 이익을 외치는 빅테크지만, 일단 시장을 장악하면 독점력을 앞세워 가격을 좌우할 것이란 것이 은행권 시각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