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심사에 ‘입구컷’ 당하는 신청자도…지역별 기준 제각각이라 형평성 논란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매출과 신용이 하락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중·저신용 소상공인 특례보증’ 상품을 신설한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특례보증은 정부에서 보증기관에 자금을 출연해 보증서를 발급하고, 이를 통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그동안 집합금지·영업제한 등 행정명령을 이행한 특별피해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원이 부족하다는 평을 들었던 일반업종을 대상으로 했다.
중기부는 “매출 감소·차입금 증가로 신용도가 하락해 은행권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 우려되는 중·저신용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초에 ‘버팀목자금 플러스’ 100만 원을 지급받은 신용점수 839점(4등급)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5년간(1년 거치·4년 상환) 최대 2000만 원의 대출을 지원한다. 특히 기 대출금에 대한 연체 이력이 있더라도 심사일을 기준으로 연체가 해소된 경우에는 지원이 가능하도록 특례를 적용했다. 신용도와 무관하게 2.3% 수준의 저금리를 적용하며, 보증기관에 납부하는 보증수수료에 대해서는 1년차에 면제하고 2년차부터는 0.2%포인트 감면하는 방침도 포함됐다. 특례보증 지원 규모는 총 1조 원이다.
그러나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재단의 까다로운 보증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재단에서는 기대출액과 신용점수, 매출에 대한 증빙 등을 요구하며 보증 여부와 대출한도를 평가하고 있다. 통신사업자 A 씨는 “자격만 되면 대출이 간편할 것 같은 정부 홍보와 달리 금융거래확인서부터 카드전표, 주문내역, 송장내역 등 준비해야 할 서류만 여럿”이라며 “대출 연체 이력 외에는 모든 조건을 따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 신청에서 ‘입구컷’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영업자 B 씨는 “코로나 관련 대출금이 많다며 ‘입구컷’을 당했다”면서 “7000만 원의 기대출액 중에 재단 대출은 2000만 원뿐인데 어떤 기준으로 잘린 건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재난지원금처럼 소진되는 돈이 아니라 결국 언젠가 갚아야 하는 것인데도 굴욕감을 느끼면서 대출을 호소하고 있다”며 “가게 상황이 낫다면 ‘안 받고 말지’ 하고 넘어갈 테지만 상당수 자영업자들은 매우 절박한 상황”이라며 흐느끼기도 했다.
중앙정부에서 각 재단에 보증 심사를 맡기면서 지역별 심사 기준이 제각각인 점도 문제다. 즉 보증 여부와 한도 평가에 재단의 재량이 포함돼 현장에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기대출액만 하더라도 재단·신용보증기금·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다양한 기관 중에서 재단의 대출액만 보는 곳도 있고, B 씨의 경우처럼 모두 보는 곳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자영업자 사이에서는 신용점수 710점을 기준으로 대출한도가 갈린다는 풍문도 나돌고 있다. 경기지역 자영업자 C 씨는 “타지역에서는 신용점수가 710점 미만에 재단 기대출액이 1억 원 미만이면 최대 한도인 2000만 원이 나왔다고 하는데, 같은 조건에도 이곳에선 1000만 원 수준”이라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출 감소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책인데 매출이 적어 지원이 어렵다는 안내를 받기도 했다. 앞의 C 씨는 “작년도 매출이 6000만 원 정도 나왔고, 올해 상반기는 500만 원으로 신고했다”며 “그런데 재단 상담에서 ‘기대출 건도 있고 매출이 너무 적은데 어떻게 갚으려고 하느냐’며 지원이 어렵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 방침에 따라 재단에서 보증이 나오는 것은 맞지만 사실상 심사자 재량”이라며 “심사자에게 대출을 호소하자 통장내역을 추가로 요구하더니 매출을 더 높게 책정해서 결국 심사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경기지역에서는 현장 실사에 대한 부담감도 감돌고 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2000명 수준으로 급증하며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5주째 시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 쇼핑몰 등에 종사하는 통신사업자의 경우 자택에서 업무를 보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실사 방문이 꺼려지고 있다. 재단 행정력에 한계가 있어 실사에 소요되는 기간이 2~3주까지 늘어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총 1조 원 규모의 지원 금액이 재단별로 할당된 것이 아니므로 심사가 늦어질수록 타지역에 비해 혜택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을 포함해 대부분 지역은 비대면 심사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있으며, 실사 점검 인원을 포함해 전 직원이 1일 2회 일일건강상태점검표를 작성하고 있다”며 “감염 예방에 각별히 주의하며 현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특례보증은 보증신청 접수일 기준으로 운용하고 있는데, 현장 실사는 접수 이후에 진행되는 신용조사 절차”라며 “실사에 소요되는 기간 탓에 한도소진 등 불이익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례보증과 지자체별 보증 상품의 중복신청 가능 여부도 지역마다 차이를 보인다. 가령 서울은 지난 6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4무(무이자·무보증료·무담보·무종이서류) 대출’을 출시했는데, 이 상품으로 대출을 받은 경우 이번 특례보증 신청이 불가능하다. 반면 부산의 경우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3무(무이자·무한도심사·무신용평점) 대출’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지원 자격만 충족되면 특례보증을 신청할 수 있다.
서울지역 자영업자 D 씨는 “같은 시기에 같은 내용으로 대출을 받았는데 서울은 상담도 못해본다는 것은 누가 봐도 이상하다”며 “구청의 무이자 대출을 받았어도 ‘컷’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관계자는 “최근에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4무 대출’ 상품을 지원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한하고 있다”며 “기업별 보증 한도가 있어 한 업체에 중복 보증하는 것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영업자들은 보증 여부와 한도 설정에 중앙정부의 일괄적인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의 A 씨는 “지자체 상품이라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겠지만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인데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 씨도 “각 재단 재량에 맡긴다는 것이 어떻게 정부의 가이드라인일 수가 있느냐”며 “평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정부는 중·저신용자 특례보증 상품을 만들면서 그것에 대한 지원 대상과 요건을 설정한 것이고, 각 보증기관에서 보증 심사를 거쳐 한도가 나오고 보증서가 발급되는 것”이라며 “각 재단마다 고유의 평가 모형에 따라 심사를 하고 그것에 따라 한도가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마다 모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욱 기자 nmds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