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CJ는 지난 10일 진로 인수설에 대한 공시에서 “4대 핵심 사업군 중 하나인 식품사업군 강화를 위해 진로 인수 여부를 검토중이며 일본 기린맥주를 포함한 국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 구성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식품, 생명공학, 신유통,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사업이 CJ의 4대 핵심 사업군이다.
이중 CJ는 식품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식품에서 벌어들인 돈을 발판으로 CGV극장체인을 설립해 영화 배급 시장에서 업계 1위로 올라선 뒤 인터넷과 유선방송 채널 등을 잇따라 설립하거나 합병해 CJ인터넷, CJCGV, CJ엔터테인먼트 등을 기업공개해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로 안착시킨 것.
눈길을 끄는 것은 CJ의 계열사 중 유선방송사업자(SO)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다.
CJ는 지난해 12월 그룹의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CJ케이블넷을 지주회사 형태로 바꾸는 작업에 돌입했다. CJ케이블넷양천방송을 지주회사로 만든 뒤 CJ홈쇼핑이 갖고 있던 CJ 계열의 유선방송사업자인 해운대기장방송 경남방송 중부산방송 북인천방송 동부산방송의 지분을 CJ케이블넷에 몰아주고 CJ홈쇼핑이 CJ케이블넷 지주회사인 양천방송의 지분 98%를 소유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
이럴 경우 덩치를 키우는 효과를 거둘 수 있어 기업공개나 외자유치 등에 유리해진다.
또 그동안 부동산 같은 투자유가증권으로 분류되던 삼성생명 지분 1백25만 주의 매각협상이 진행중이기도 하다.
지난해 12월 CJCGV를 상장시켜 현금을 회수했고, CJ케이블넷도 기업공개나 외자유치가 가능한 형태로 바꾸고 있다. 삼성생명 지분도 매각에 성공할 경우 최소한 5천억~6천억원대의 돈이 들어온다.
이 돈으로 CJ는 적어도 2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진로 인수대금 정도는 충분히 마련할 수 있게 된다.
CJ는 재계에서도 현금 유동성이 높은 것으로 소문나 있는 기업이다. 2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진로 인수 자금 마련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CJ의 미공개 기업 중 CJGLS 같은 경우 연매출이 3천억원대에 업계 3위권 택배회사라 CJ가 마음만 먹으면 당장 큰돈을 마련할 수도 있다.
다만 이재현 부회장 지분이 74%에 달하는 CJGLS나 모닝웰(이재현 부회장 지분 37%) 같은 기업은 훗날의 다른 용도를 위해 당장은 공개될 가능성이 적다. 또 CJ는 식품 분야의 기존 사업분야인 외식사업체에 대한 구조조정도 강화해 지난해 말 비포더레인(윌앤그레이트파트너스)이라는 이름의 타이음식점 체인과 국수요리 체인인 시젠 등을 CJ푸드빌에 합병시키는 등 외식사업부분에 대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규모로 키우는 작업에 나서고 있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대목은 CJ의 엔터테인먼트 사업 투자 초기에 사업 방향을 이끌어 냈던 이미경 부회장의 부상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이재현 부회장의 누나로 지난 95년 CJ의 이사 자격으로 현재는 할리우드의 메이저 스튜디오로 부상하고 있는 드림웍스 설립을 주도해 CJ의 지분 참여를 성공시켰다. 이후 CJ엔터테인먼트의 해외파견 상무 직함으로 미국에서 머물던 이 부회장은 최근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전격적으로 국내 경영현장에 컴백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 CJ엔터테인먼트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대중 전 CJ엔터테인먼트 사업부 상무의 동시 컴백도 이루어졌다.
하씨는 이번에 그룹의 헤드쿼터격인 (주)CJ의 경영지원실장(부사장)으로 컴백했다.
때문에 이미경 부회장을 축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사업 분야의 비중이 앞으로 CJ그룹에서 더 커질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CJ가 미국 메이저스튜디오를 인수한 소니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 증권가에서도 이런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물론 지금도 CJ는 메이저급으로 발돋움한 드림웍스의 지분 5% 정도를 가진 주주로 아시아 판권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도 CJ가 진로 인수에 올인할 가능성은 크다.
진로는 술 업체 중에선 유일하게 돈을 먼저 받고 물건을 나중에 내주는 등 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알짜배기 회사다.
CJ는 진로 인수에 나선 다른 경쟁업체보다 유리하다. CJ의 자금력은 롯데에 비길 만하다는 게 재계의 중평이다. 게다가 롯데나 두산, 하이트 등은 이미 소주업체를 가지고 있어서 독과점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지만 주류업을 하고 있지 않은 CJ는 그런 점에서 유리하다.
CJ가 진로 인수에 성공해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