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자식도 투병 중…긍정의 힘으로 7집 앨범 ‘세월님 천천히 갑시다’ 막바지 작업
“세 번째 위암 수술실로 들어갔는데 천장에서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거예요. 그리고 수술실에 일렬로 (수술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쭉 누워있는 겁니다. ‘내 인생이 여기서 끝인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담당 의사가 제 손을 꽉 잡으면서 ‘선생님 마지막으로 하실 얘기 있으세요?’라고 묻더군요. ‘꼭 살려주세요’라고 울부짖었죠. 눈을 떠보니 입원실이었어요.”
그는 1998년 처음 위암 판정을 받고 의사로부터 암 전이 방지를 위해 위를 모두 절제할 것을 권고받았지만 거절하는 바람에 재발해 2004년, 2006년 등 모두 세 차례 위암 수술을 받았다. 채식 등 그만의 식단으로 건강을 되찾아 지금까지도 방송 등에서 위암 극복 사례가 나올 때면 늘 그가 등장하곤 한다.
그는 충남 부여에서의 초중고 시절 동생과 함께 친척 집을 전전긍긍해야 했다. 집안 형편이 안 좋아 어머니가 식모살이를 해야 했던 탓이다. “저희 어머니가 트롯을 잘 부르셨어요. 그래서 저도 어릴 때부터 트롯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이미자 선생님 노래들을 아주 좋아했는데, 눈칫밥을 먹어야 했던 초중고 시절엔 어머니가 돌아올 날만 학수고대하며 오은주의 ‘엄마엄마 돌아와요’를 울면서 엄청 많이 불렀던 기억이 나요.”
1990년대 중반 직장 회식 자리에서 그의 노래 실력을 알아본 직장상사의 소개로 길옥윤 작곡가를 만나는 행운을 잡았다. 칭찬과 함께 곡을 받기로 약속받았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위암 투병 중 종교 문제로 아내와 이혼하고, 노모와 건강하지 못한 어린아이들을 위해 발버둥을 쳤습니다. 노래는 봉사단체에서 재능기부 하는 것으로 대리만족을 해야 했고요. 그러던 중 노래봉사 단체의 초청으로 노래를 부르고 수고비를 받았는데, 이게 가수의 첫발인 밤무대 인생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노래(음반)가 없었기에 밤무대에서 순서가 늘 뒷전이었다. 마침 그는 고향 후배이자 스타 노래강사로 복식호흡 등 여러 기법을 알려준 박근수 씨로부터 송재철 작곡가를 소개받는다. 송 작곡가는 나훈아 남진 등 유명 가수들의 음악감독은 물론 MBC 강변가요제, 신인가요제, 창작가요제, MBC 라디오, SBS 등 여러 지상파 TV와 라디오 음악행사의 무대감독으로 유명세를 날리던 이였다. 송 작곡가의 도움을 받은 그는 2009년 8월 ‘고향이 어디십니까’를 타이틀곡으로 하는 첫 앨범을 낸다. 무명의 그를 방송에 등장시킨 ‘한 끗 차이’는 가수 한예진의 인기곡 ‘너는 내 남자’의 김수환 작곡가에게 끈질기게 매달린 끝에 얻었다고.
그는 최근 ‘세월님, 천천히 갑시다’의 7집을 막바지 준비 중이다. 하지만 그에게 암은 여전히 불편하다. 최근 대장암 수술을 받은 84세 어머니가 갑상선에서 또 다른 암세포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토피 증상으로만 알고 있던 둘째 아이는 피부에 통증과 붉은색 반점을 동반하는 베체트병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그 또한 가이드 겸 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인천 유람선도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그는 좌절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저를 버티게 해 준 것은 긍정의 마인드와 노래였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요.”
이창희 기자 twin92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