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에 이어 다른 은행 확산 가능성…고·저신용자 자산 양극화 우려도
#사상 초유의 주담대 전면 중단, 왜?
농협은행의 7월 말 기준 전년동기 대비 가계대출 증가율은 7.1%로 금융당국 목표치(5~6%)를 초과했다. 하나은행(4.4%), 우리은행(2.9%), KB국민은행(2.6%), 신한은행(2.2%)보다 크게 높다. 금융당국이 몇 달 전부터 여러 차례 대출 증가 속도가 빠르다고 농협은행 측에 경고했지만 증가세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시중은행 점포가 수도권에 집중된 것과 달리 농협은행은 비수도권 영업점 비중이 63%에 달한다. 농협이 안해주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융사가 아예 없는 곳도 많다. 자격을 갖추고 돈을 빌리러 오는 고객들에게 무턱대고 빌려 줄 수 없다고 돌려 보내기도 어렵다. 결국 농협은행은 한시적 취급 중단 조치 없이는 목표치 준수가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렸던 셈이다.
6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농협은행)에서 지난해 말 대비 올 7월까지 늘린 가계대출은 26조 8308억 원이다. 금융당국의 목표치를 기준으로 농협은행이 상환 등으로 연말까지 2조 7000억 원가량을 줄인다면 5대 은행이 연말까지 늘릴 수 있는 액수는 11조 2700억 원가량이다. 이들의 7월까지 월평균 증가액은 2조 5000억 원대다. 8월부터는 평균 1조 6000억 원 이내로 관리돼야 한다.
이런 가운데 내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2억 원을 넘으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받는다. 현재는 신용대출 1억 원 이하까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주택자금 불안을 신용대출로 선제 확보하려는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한도가 넉넉하다고 보기 어렵다.
금리 경쟁력을 갖춘 지방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은 상대적으로 사정이 좋은 편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부산, 경남, 대구, 전북, 광주은행 등도 이미 상반기에 가계대출 증가율이 5%를 넘었다. 하지만 이들은 총량 한도 기준이 다르다.
케이뱅크는 자본부족으로 지난해에야 대출 영업이 정상화돼 5% 기준이 일괄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카카오뱅크도 중금리 대출 확대 부분은 일부 총량규제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다. 지방은행은 기업여신이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가계여신이 절반에 달하는 시중은행보다 한도가 더 남아있다. 시중은행들의 우대금리 폐지로 이들의 대출금리도 경쟁력을 갖췄다. 은행연합회 기준 지난 7월 신용등급 1~2등급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경남 2.7%, 제주 2.92%, 케이뱅크 2.37%다. 농협은행(2.92%)보다 같거나 더 낮다.
#대출한도가 곧 경제능력…더 빌리면 더 번다
한국은행의 ‘차주 신용도별 대출증가율’을 보면 고신용자 대출은 지난해 3분기부터 급증했다. 2019년 10~12%대이던 증가율이 2020년 2분기 14.9%에서 3분기 19.3%로 뛰어오르고 4분기에는 21.2%로 20%대를 넘었다. 올 1분기도 19.6%다. 반면 같은 기간 저신용자는 대출액이 줄었다.
결국 대출 규제로 차입여건이 악화되면 상대적으로 기회비용 감당능력이 큰 고신용자가 덜 불리해지게 된다. 저신용자의 대출 접근 기회가 제한된다면 그만큼 대출부실 위험도 낮아지게 된다. 정부의 대출규제 명분이 가계부채 위험관리라면 정책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둔 셈이다.
가계대출 규제는 부동산 대책과 그 궤를 같이 해왔다. 투기 차단을 위해서는 돈줄을 조여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출규제가 전방위적으로 시행되면서 소득이 높고 보유자산이 많은 이들은 여전히 차입 여력을 유지한 반면, 소득이 낮고 보유자산이 없는 이들은 차입 여력이 급격히 줄었다.
저금리에 부동산과 주식, 가상자산까지 급등하면서 결국 차입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이들이 더 많은 투자수익 기회를 갖게 됐다. 고신용자와 저신용자 대출 증가율 격차가 최대로 확대된 지난해 4분기는 자산가격 상승과 동시에 대출 규제가 동시에 진행됐다. 코스피는 사상 처음 3000선을 넘겼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기준 올 들어 7월까지 수도권 아파트값은 11% 이상 급등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