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 시선부터 소속사 도피 의혹까지…데뷔 앨범 발매 5일 만에 해체
판다보이즈는 8월 20일 칭다오에서 싱글 ‘출발’을 발표했다. 7명의 소년들로 구성된 이 그룹은 평균 나이가 놀랍게도 8세다. 가장 어린 멤버는 7세로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최고참은 초등학교 5학년생이다. 과거에도 보이그룹이 나오긴 했지만 이렇게 어리진 않았다. 유명 보이그룹인 ‘TF BOYS’의 경우 데뷔할 때 멤버들의 나이는 13~14세였다.
최근 몇 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연예계 스타산업도 큰 변화가 생겼다. 연습생 제도를 통한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빠르게 도입된 것이다. 스타를 꿈꾸는 10대들은 소속사에 등록한 뒤, 연습생 생활을 거쳐 오디션을 통해 데뷔하는 게 하나의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제작자들은 나이가 어린 아이돌을 무대에 세워 팬들을 공략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했다. 판다보이즈는 그 결정체인 셈이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판다보이즈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대부분 이렇다. 더군다나 이들은 대부분 연습생 생활이 그리 길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무조건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것을 목표로만 했고, 그러다 보니 아직 미완성인데도 앨범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이들의 연습 기간은 7개월 정도다. TF BOYS 멤버들은 2년 안팎의 연습생 기간을 거쳤다. 판다보이즈 소속사를 향해 ‘아동 학대’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확산됐다.
연예 전문 한 블로거는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아이들이 지나치게 일찍 데뷔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그들의 건강도 해칠 수 있다. ‘명성은 일찍 얻을수록 좋다’는 그릇된 가치관이 퍼지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했다. 그는 “당국이 소속사에 대한 관리 감독을 더욱 엄격하게 펼쳐서 미성년자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아이돌 경제’의 악풍을 차단하지 않으면 많은 피해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영방송사인 CCTV도 논평을 통해 “스타 만들기에 초등학생까지 동원하는 것은 심각하다. 아이들이 진한 화장을 하고, 노골적인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아직 의무교육이 남은 아이들이 자본에 휩쓸리고 있다. 돈에 미친 기획사들의 영업에 놀아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아이들은 국가의 미래”라고 했다.
쑹젠우 인민대 매체관리연구소장은 “일찍 예능에 뛰어드는 아이들은 성장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많은 자료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상업적인 관점만 보면 소속사들의 방향은 틀리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국가의 장기적 발전, 아이들의 심신 등을 고려하면 저연령 데뷔는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아이돌 그룹 팬덤은 충성스럽다. 회사에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은 통제가 쉽다. 적은 투자와 노력으로도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기획사들이 저연령 아이돌 산업을 겨냥했다”면서도 “이번에 8세까지 갔던 것은 조금 지나쳤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연습생이 데뷔에 실패할 경우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이런 가운데 여론에 더욱 불을 지른 소식이 알려졌다. 소속사가 아이들을 제대로 훈련하고 교육시킬 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부실투성이 회사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8월 24일 한 언론사가 찾은 판다보이즈 소속사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소속사 그 누구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연습생들이 훈련했다고 알려진 사무실은 이미 텅텅 비어 있었다. 판다보이즈의 홍보 포스터 등만 뒹굴고 있었다.
취재진은 “마치 도피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사무실 인근 주민은 “그동안 출근하는 사람이 있긴 했는데 갑자기 비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전부 가버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도 “최근까지 춤 연습을 하긴 했는데 며칠 전부터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많은 네티즌들은 “소속사가 무책임하게 도망부터 가면 아이들은 어떻게 하란 말이냐”라는 성토를 쏟아냈다.
그러자 당국에서도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칭다오시 교육청은 판다보이즈를 비롯해 아이돌 그룹의 실태에 대한 파악을 준비하고 있다. 연습생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는 현상도 바로잡을 방침이다. 방송총국도 8월을 예능 프로그램 검열의 달로 지정하고 아이돌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미성년자들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 금지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속사는 해명에 나섰지만 성난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데뷔 다음 날인 8월 21일 공식 웨이보에 “아이들을 돈 버는 도구로 생각하지 않는다. 신세대들의 롤모델이 될 것”이라고 했고, 24일엔 “춤추고 노래하길 좋아하는 아이들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소속사가 이미 모든 걸 정리한 채 사무실을 비워버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해명엔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판다보이즈는 8월 25일 자진 해체했다. 데뷔앨범을 낸 지 5일 만이다. 소속사는 웨이보에 “해체 후 열심히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회 각계각층과 네티즌의 비판과 감독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