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절박한 젊은이들 노려…돈 돌려준다며 대출 유도 뒤 ‘상담실장’ 잠적 방식
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리샤오란(30)은 2020년 12월 초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을 하다 성형수술 체험 글과 영상을 봤다. 화면에 등장한 모델은 ‘성형수술로 원하는 이목구비를 갖추게 됐다’면서 필요할 경우 연락하라고 전화번호를 남겼다. 평소 성형에 관심이 많던 리샤오란은 호기심에 전화를 걸었다. 리샤오란은 “그냥 전화나 한 번 해보자는 심정이었다”고 털어놨다.
이 모델은 리샤오란에게 우한에 있는 위에슈 성형병원을 추천해줬다. 그러면서 위에슈 병원은 최근 성형수술 할인을 진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선착순으로 무료 성형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고 귀띔해줬다. 이어 리샤오란은 “계약만 잘하면 검진 및 마취 비용만 지불하고 수만 위안에 달하는 성형수술은 무료로 받을 수 있다”면서 “병원으로 오는 교통비를 모두 청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술 후엔 성형 사례 모델이 돼 돈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모델의 제안은 너무나 달콤했다. 리샤오란은 “모델과 통화 후, 대박을 주운 줄 알았다. 12월 25일 비행기를 타고 우한에 도착하니 병원 관계자가 마중을 나왔다. 의심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리샤오란은 “진료 상담 때 의사가 내 코가 너무 둥글다면서 코를 높이면 예뻐질 것이라고 했다”고 했다.
수술을 받기로 결심한 리샤오란은 위에슈 병원 상담실장과 협의에 들어갔다. 상담실장은 성형수술 비용으로 3만 위안(540만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리샤오란은 당황했다. 모델로부터 처음 들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싼 금액에 리샤오란은 성형수술을 포기하려 했다.
그러자 상담실장은 “가격만 3만 위안이 책정된 것이지 실제 내는 돈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인터넷 대출 사이트에서 3만 위안을 빌려서 우리에게 지불하면 그 전액을 매달 나눠서 우리가 고객 계좌로 보내준다. 그걸 가지고 대출 상환금을 매월 납부하면 된다. 이자 비용만 내면 성형수술을 공짜로 받는 셈”이라고 했다.
상담실장은 리샤오란에게 다른 고객과의 거래 흔적들을 보여줬다. 거기엔 병원이 고객에게 송금한 내역이 있었다. 대출 경험이 없었던 리샤오란은 망설였다. 하지만 상담실장은 대출을 위한 모든 절차는 병원에서 알아서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그러면서 상담실장은 대출을 대신해줄 소위 ‘브로커’까지 소개해줬다. 리샤오란은 상담실장 말을 믿고 성형수술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그때는 간단하게 계약서를 훑어본 게 전부였다. 병원에서 그런 일을 꾸밀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공짜수술을 받는 대신 매월 두 가지만 하면 된다고 했다. 매월 상담실장에게 2명의 고객을 소개하는 것과 SNS 등에 내 일상을 공개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아 계약서에 사인했다.” 리샤오란의 말이다.
결국 리샤오란은 3만 위안을 빌려 병원에 지불했고 수술을 받았다. 2021년 1월 리샤오란은 병원으로부터 첫 번째 돈을 돌려받았고, 거기에 돈을 보태 대출금을 갚았다. 리샤오란은 병원과 약속했던 두 가지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노력했고, 성공했다. 그런데도 2월 반환금이 입금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리샤오란은 상담실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병원 측은 그 상담실장이 퇴사했다며 모른 체했다. 상담실장 행방을 수소문했지만 실패했고, 그 대출금 상환은 리샤오란의 몫이 됐다. 리샤오란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지금도 밤늦게까지 3개의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20대 장샤오밍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장샤오밍은 성형수술 무료 광고를 보고 위에슈 병원을 찾았다. 장샤오밍은 리샤오란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대출 사이트를 통해 5만 위안(900만 원)을 빌려 성형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몇 달이 지나자 병원으로부터 대출금은 오지 않았다.
장샤오밍은 “위에슈 병원에 계속 전화를 걸었다. 그때마다 ‘재무관련 업무가 지연되고 있다’ ‘담당자가 없다’ 는 식의 답변만 들었다. 사업자가 변동됐다거나 나와 상담한 상담실장이 퇴사했다고도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엔 내가 소개해준 사람이 오히려 성형수술을 받지 않아 교통비 등만 날렸다는 식으로 협박까지 들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없다. 암담하다”고 했다.
우한 공안당국은 2021년 3월부터 이런 피해 사례들이 계속 접수됐다고 밝혔다. 위에슈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고, 계약에 따라 임무를 완수했지만 약속했던 반환금이 들어오지 않아 대출금을 떠안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본격 수사에 착수했고 최근 일당 12명을 모두 검거했다. 지금까지 드러난 피해자만 수십 명이지만, 상당수가 공개를 꺼리고 있어 그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공안에 따르면 피의자들은 2019년 6월 위에슈 병원을 인수했다. 사기 행각을 벌이기 위해서였다. 2020년 5월부터 ‘무료 성형’ 이벤트를 앞세워 고객들을 모았다. 물론 그 무료 성형은 거짓이었다. 공안 관계자는 “사회 경험이 없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여성들을 노렸다. 면접을 볼 때 호감을 살 수 있는 얼굴로 바꿔준다고 피해자를 유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공안 관계자는 “일부러 종적을 감추는 불법 성형 시술처와는 달리 위에슈 병원은 고층 오피스텔 1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황금으로 외관을 장식하는 등 화려하게 꾸몄다. 병원 벽에는 영업 허가증도 붙어 있었다. 또한 수술로 인해 분쟁이 생기면 법적 해결에 도움을 주겠다는 안내문까지 게시돼 있었다. 피해자가 의심을 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했다.
한 성형외과 교수는 “위에슈 병원은 겉으로는 평범한 병원처럼 보이지만 뒤로는 온갖 사기를 쳐서 돈을 벌고 있다는 얘기가 많았다. 실력이 검증되지도 않아 보이는데, 늘 문전성시를 이뤘던 게 의심스러웠다”면서 “세상에 공짜 수술이 어디 있겠느냐. 공짜가 때로는 가장 비쌀 때도 있다. 젊은이들도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해선 안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