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수급 시 최대 50%까지 감액…“박근혜 정부보다 더 가혹한 기준” 노동계 반발
고용노동부는 7월 23일 고용보험법 및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9월 1일까지 의견을 듣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예술인‧노무 제공자 고용보험 적용 최저연령 설정, 유형이 다른 여러 개의 피보험자격을 가진 사람의 구직급여 수급자격 선택,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구직급여 수급자격 신청 허용 등 고용보험 제도 운영 과정에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이와 함께 구직급여를 5년 동안 3회 이상 수급한 경우 세 번째 수급부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급 횟수별로 최대 50%까지 구직급여를 감액하고 대기기간을 최대 4주로 연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고용노동부는 5년간 3회 구직급여를 신청한 경우 10%, 4회 25%, 5회 40%, 6회 이상 50%의 구직급여를 감액하는 사례를 들었다. 대기기간도 5년간 3회 신청 시 2주, 5회 이상은 4주로 대기시간을 늘리는 안을 예로 들었다. 현재 대기시간은 횟수에 상관없이 7일을 적용한다.
다만 적극적 재취업 노력이 있는 경우, 임금이 현저히 낮은 경우, 입‧이직이 빈번한 일용근로자가 수급한 경우 등은 수급 횟수 산정에서 제외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부가 예로 든 ‘재취업 노력’은 구직급여 소정급여일 수의 절반 미만 사용 및 12개월 이상 일자리에 재취업했을 경우다. ‘임금이 현저히 낮은’ 사례도 이직 전 평균임금 일액이 해당연도 최저임금 일액의 80% 미만으로 청년, 계약직 노동자, 영세사업장에서 짧게 일하는 단기 노동자들을 배려하지 않은 법 개정이라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일을 그만둔 지 1년 미만인 비자발적 실직자는 219만 6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준의 2019년 147만 5000명보다 48.9% 증가한 수치며, 실업 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같은 기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0년(186만 명),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있던 2009년(178만 9000명)에도 비자발적 실직자가 늘어난 적이 있지만 2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비자발적 실직자란 ‘직장의 휴업·폐업’, ‘명예퇴직·조기퇴직·정리해고’, ‘임시적·계절적 일의 완료’, ‘일거리가 없어서 또는 사업 부진’ 등 노동 시장적 사유로 직장을 그만둔 사람을 말한다. 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어 비자발적 실직자가 양산되는 시점에서 구직급여를 줄이는 방식으로 구직활동을 독려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 해결 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정부가 줄여야 할 것은 실업급여가 아니라 불안정고용”이라면서 “고용노동부의 고용보험 개선방안은 고용보험의 사회안전망 기능을 저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자주 해고되는 것도 서러운데 실업급여까지 빼앗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결정은 정부 책임은 회피하고 노동자들에게만 불이익을 전가하겠다는 비겁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비정규직은 증가했고 플랫폼 노동 등 비정형 노동이 확대됐다. 코로나19 경제 위기로 인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실업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실업급여 다회 수령자를 ‘비도덕적 수급자’로 낙인 찍는 이번 ‘고용보험 개선방안’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구직급여 감액안을 두고 문재인 정부가 지난 보수 정권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9월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은 구직급여 5년 이내 3회 이상 반복 수급자에 대해 실업 인정 주기를 단축하고, 반복 수급자가 훈련 지시 등을 거부할 경우에는 구직 급여를 최고 30% 감액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당론 발의했었다.
당시 야당이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과 노동계는 청년과 비정규직을 실업 안전망 밖으로 내쫓는 후퇴 안이라고 반대하며 맞서 싸웠다. 당시 문재인 당대표도 11월경 비정규직 구직수당제 도입을 제안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힘을 보탰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보다 더 가혹한 기준을 실직자들에게 들이밀 기세다. 구직급여 50% 감액이라는 방식은 역대 보수정권에서도 논의된 바 없는 수준이라고 노동계는 입을 모은다. "일자리를 만들지도, 있는 일자리를 지키지도 못하는 정부가 실직자들의 구직급여까지 깎는다"는 비판에 직면한 정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