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쇼핑타운’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서울 유통가 1번지 명동에서 메이저 유통업체간 정면 승부가 벌어진다.
혈투에 나선 주인공은 백화점 업계의 1위 롯데와 할인점 시장의 최강 신세계.
롯데는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바로 옆 한일은행 본점을 사들여 ‘애비뉴엘’이라는 명품관으로 개조, 오는 3월18일 오픈한다. 이에 맞서는 신세계는 충무로 본점 바로 옆 터에 매장 면적 1만2천여 평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을 오는 8월 개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과 신관을 더하면 매장면적이 1만7천 평. 반면 롯데백화점 본점은 1만3천 평이다. 백화점 매장 면적만 놓고 보면 신세계가 롯데를 앞선다.
특히 신세계는 지난 79년 12월 롯데가 소공동에 롯데백화점 본점을 열면서 업계 2위로 추락한 지 근 30여 년 만에 정상 탈환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이 문을 열기 전 국내 백화점 업계의 만년 1위였던 신세계는 이후 매장의 절대적인 크기 차이로 롯데를 앞설 수 없었다.
신세계는 그동안 공개적으로 앞에 나서진 않았던 이명희 회장이 사보에 ‘본점 오픈을 앞두고’라는 글까지 실으면서 임직원 독려에 나서는 등 기세를 올리고 있다.
롯데도 신세계의 이런 추격에 이미 대응태세에 나섰다. 신세계가 매장을 넓혀도 롯데의 사이즈에는 못미치게끔 준비하고 있다. 물론 본점 매장면적도 여전히 신세계보다 크지만 여기에 본점 바로 옆에 문을 여는 명품관과 작은 길을 사이에 둔 옛 미도파 건물을 사들인 영플라자까지 소공동 일대에 2만5천 평에 달하는 롯데쇼핑 타운으로 만들어 버린 것.
롯데는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본점 지하매장부터 롯데호텔로 이어지는 쇼핑몰까지 리뉴얼 공사에 들어가 오는 3월 명품점 개점 때 완전히 바뀐 모습을 선보이면 강북 도심 상권의 헤게모니를 여전히 틀어쥐겠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두 백화점 거인의 전투가 주목받는 이유는 신세계가 90년대 말 이후 할인점 분야의 대성공으로 롯데를 매출면이나 순익면에서 거의 따라잡거나 추월했기 때문이다.
90년대 중반까지 롯데는 신세계를 멀찌감치 앞서 나갔다. 백화점 매장 규모에서 압도적으로 신세계를 따돌리면서 매출면에서도 조 단위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지난 93년 11월 신세계가 창동에 1호점을 낸 이마트가 성공을 거두면서 변화가 나타났다. 신세계는 이마트 1호점 개점 이래 97년 8월 10호점 개점까지는 시간이 걸렸지만 이후 매해 10개씩 늘려가면서 최근에는 중국 상하이에 두 개의 점포를 포함, 전국적으로 75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 신세계 본점 조감도 | ||
때문에 올해, 내년 신세계 본점의 공격과 롯데의 수성 ‘전투’ 결과에 따라 백화점 업계 판도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롯데가 쫓기는 입장이 된 것은 유통업계의 성장동력이었던 할인점 분야에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할인점에 무심하던 롯데의 전략이 완전히 착오였던 셈이다.
뒤늦게 할인점업에 뛰어든 롯데는 롯데마트라는 이름으로 수도권과 부산지역을 공략했지만 이미 신세계의 이마트가 대표브랜드로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는 백화점 매장이 22곳으로 7개에 불과한 신세계를 압도하지만 할인점 분야에선 38곳으로 신세계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신세계가 93년도에 이마트 1호점을 냈지만 롯데는 롯데마트 1호점을 지난 98년에야 낸 것. 5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롯데는 지난 1월에도 2개의 점포를 추가했지만 갈수록 할인점 입지를 구하기 어려워 고전하고 있다.
소비자들로선 신세계 매장에 더 접근하기 쉽다는 얘기다. 이는 신세계 상품권을 상품권 시장의 최고 인기상품으로 밀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시너지 효과가 난 것.
신세계측은 오는 8월 신세계 본점이 개점한 뒤 내년쯤 가면 백화점 업계 순위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백화점 업계 매출이 이미 포화상태에서 롯데가 아무리 매장 면적을 크게 늘린다 하더라도 지금 수준의 매출을 더 높이기 힘들 것이라는 논리다. 즉 강북 도심의 쇼핑객을 신세계 본점 신관 개점 이후 두 백화점이 나눠갖는 만큼 롯데의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얘기다.
롯데는 최대 명품관 개점으로 강남 신세계나 현대, 갤러리아가 나눠갖고 있는 수요를 되찾아올 수 있을 뿐더러 각층마다 화랑을 꾸미는 등 품격에서도 신세계가 따라올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하고 있다.
롯데는 제과든 음료든 주력 분야에서 1등을 하지 않은 경우가 없다. 그러나 유통업의 신업태인 할인점업 진출과 홈쇼핑 사업에서 경쟁업체보다 뒤처지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가 신세계의 공세를 이겨내고 백화점 업계 1등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또 신세계가 롯데의 아성을 극복하고 명동시장의 선두자리를 재탈환할지 업계의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