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판타지·액션 등 다양한 작품 발굴…“올해가 가장 좋았다” 심사위원들 한목소리
제11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도전! 웹툰왕’ 수상작이 4개월여에 걸친 치열한 경쟁 끝에 가려졌다. 그간 일요신문은 지면, 웹툰 플랫폼 등 연재처를 확대하고 작가에 대한 사후 매니지먼트를 강화해 만화가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왔다. 올해는 웹툰 지적재산권(IP)의 영상화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다른 만화공모전보다 문턱을 크게 낮추면서 아마추어 지망생부터 현역 작가까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출품할 수 있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9월 7일 ‘도전! 웹툰왕’ 최종 심사가 서울 용산구 서계동에 위치한 일요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이현세 만화가(심사위원장)를 필두로 오태엽 서울미디어코믹스 대표, 김형남 재담미디어 이사, 서찬휘 만화평론가 등의 심사위원들이 치열한 논의 끝에 당선작을 가려냈다. 앞서 8월 4일 이재민 만화평론가, 윤승기 만화가, 김재현 서울미디어코믹스 팀장이 1차 심사를 진행했다.
수상작 선발은 ‘도전! 웹툰왕’ 고유의 결선 경쟁 방식으로 진행됐다. 4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작품 접수 기간 동안 총 70여 응모작이 공모전의 문을 두드렸다. 이 중 1차 심사를 통과한 11개의 작품이 결선 과정을 거쳤다. 결선에 오른 참가자들은 약 한 달 동안 응모한 작화에 이어지는 부분을 제작해 제출했고, 이후 최종심사를 통해 대상작을 비롯한 수상작들을 가렸다. 심사는 그림과 스토리의 독창성, 완성도, 재미를 기준으로 했다.
심사 결과, 박민경·최승호 작가의 ‘미래은행’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수상에는 강보현 작가의 ‘이번생은 노맨스’가 선정됐다. 가작에는 김희준(킹킹) 작가의 ‘멤버십’, 손진효 작가의 ‘브링스:공인절도단’, 송경호(솔호) 작가의 ‘왕들이 오셨다’가 각각 선정됐다. 상금은 대상 3000만 원, 우수상 1500만 원, 가작 각 500만 원씩 지급된다.
결선에 올랐지만 수상에 실패한 작가 6명에게는 각각 100만 원의 특별장려금이 지급된다. 정의정 작가의 ‘남사친의 남친이 나를 챙겨준다’, 고미영 작가의 ‘마이웨이 수호신’, 김경하 작가의 ‘리셀러’, 정고운 작가의 ‘나비야 나비야’, 박광열 작가의 ‘길거리 신사들’. 황준영 작가의 ‘Hellobot(헬로봇)’ 등이다.
수상작은 작가와의 협의를 거쳐 웹툰 플랫폼을 통한 연재가 진행될 예정이다. 원활한 연재를 위해 서울미디어코믹스의 전문 편집인력이 작품 매니지먼트에 참여한다. 영상화 등 2차 판권 사업도 모색할 계획이다. 제1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수상작 ‘롱 리브 더 킹’은 2019년 6월 영화로 제작돼 개봉된 바 있다.
#대상 ‘미래은행’ 박민경·최승호 작가
대상 수상작 ‘미래은행’은 자신들의 미래 인생에 드라마틱한 반전은 없다고 생각하는 이들과 반전을 노리고 도전하는 이들의 치열한 고민을 담았다.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집중할지 아니면 무모하더라도 꿈을 향해 갈지 누구나 고민하게 된다. 특히 고민의 구심점에 돈이라는 요소가 있다. 작가들은 특정 세대만의 고민은 아니지만, 20~30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서 돈의 의미와 속성을 극대화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미래은행’을 대상으로 뽑는 데 이견이 없었다. 특히 스토리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정말 재밌다. 현실에서 한번쯤을 꿈꿔볼 수 있는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지 않을까 싶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작화 부문에서 다소 아쉬웠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민경·최승호 작가는 “어릴 적부터 만화를 즐겨봤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끼며 성장해온 셈”이라며 “꿈을 향해 묵묵히 걸어왔는데,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웹툰 작가로서 의미 있는 한 발을 내딛게 된 것 같아 매우 기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연재로 이어진다면, 독자들과 함께 돈과 행복에 대한 각자의 답을 찾아 나가는 여정을 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우수상 ‘이번생은 노맨스’ 강보현 작가
우수상을 받은 강보현 작가의 ‘이번생은 노맨스’는 로맨스 만화 장르의 형식을 깨며 전개된다. 특히 가상·현실 세계에서 각각 살아가는 두 인물 간의 갈등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왜 작가와 주인공이 대립하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작품의 시작이었다. 성격과 목표가 아예 다른 두 인물 간의 갈등을 소재로 삼아, 두 인물 각자가 원하는 목표를 위해 나아가는 모습을 중심으로 표현했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을 통해 “‘이번생은 노맨스’는 ‘미래은행’과 마찬가지로 심사위원 4명 모두 선택한 작품이다. 객관적 지표로만 본다면 완성도가 가장 높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영상화한다면 지금 트렌드에 딱 맞겠다는 느낌이다. 증강현실(AR) 등의 기술을 도입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강보현 작가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공모전에서 부족한 실력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로 마무리 지을 수 있어 영광이다. 이번 작품은 제가 잘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타협해 만든 하나의 도전작”이라며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제 역량과 실력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이번 공모전이 하나의 터닝포인트이자 기회가 된 것 같아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힘든 일도 좋은 일도 많겠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 더욱 발전하고 끝까지 노력하여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가작 ‘멤버십’·‘왕들이 오셨다’·‘브링스:공인절도단’
용서할 수 없는 사건들이 무수히 쏟아지는 시대. 법만으로 가해자를 단죄하고, 피해자의 눈노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 ‘멤버십’ 창작의 동기가 됐다. 심사위원들은 “캐릭터를 잘 뽑아냈고, 액션 장면의 거친 맛이 좋았다. 다만 최근 인기 드라마의 이미지가 겹치는 듯한 느낌은 극복해야 할 지점”이라고 평가했다.
김희준(킹킹) 작가는 “5년 전 데뷔작 이후 웹툰 창작과 회사 생활을 병행하면서 제대로 된 차기작을 내지 못했다. 매번 차기작 연재에 실패하면서 그림 그릴 수 있는 이 재능이 분수도 모르고 포기를 못 하는 저주라 생각한 적도 있었다”며 “후회 없이 딱 한 번, 마지막으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준비하게 됐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시행착오를 수없이 겪었고, 스토리와 작화에서 부족함을 느껴 많은 수정을 거쳤다. 이런 노력 끝에 수상하게 돼서 한때 저주라고 생각했던 제 재능이 축복으로 바뀌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조선 왕들이 현재 시대에 한자리에 모이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왕들이 오셨다’는 그 발상에서 시작됐다. 심사위원들은 “상당히 독특하고 재밌고 솔깃하다. 단, 하나의 지향점이나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작품을 창작한 송경호(솔호) 작가는 “뛰어난 성군과 무능한 임금, 잔혹한 군주 등이 함께 펼쳐낼 이야기들을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풀어내고 싶었다”며 “누구보다도 와이프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브링스:공인절도단’은 현재진행형 사건을 다루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전체적으로 소재는 흥미진진하다. 현실 이야기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작가와의 협의를 통해 픽션 형태로 제작한다면 문제가 될 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손진효 작가는 “아무래도 문화재를 다루는 이야기라 조심스러웠다. 2012년 10월 우리나라 절도단이 대마도 사찰에서 불상 두 점을 훔쳐 밀반입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여론은 절도단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 모티브로 과거에 약탈당한 우리 문화재를 다시 찾아오는 웹툰을 기획하고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사총평] 일요신문과 ‘케미’ 빛난 2021년
‘도전! 웹툰왕’이라는 슬로건을 달고 열린 제11회 일요신문 공모전이 마무리됐다. 이번 공모전 심사에 임하면서 심사위원들이 무엇보다도 주안점을 둔 점은 그림·스토리의 독창성과 완성도, 재미와 발전 가능성이었다. 하지만 공모전 하면 떠올릴 법한 이런 항목들에 더해 한층 더 고민한 점이 있다면, 연재할 지면의 성격과 주 독자층에 부합하면서 나아가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에 관한 고려였다. 이는 공모전에서 상을 받을 만한 작품을 고르는 것을 넘어 그 다음 또 그 다음으로 대중을 대상으로 한 작품으로서의 생명력을 ‘이 매체를 바탕으로’ 꾸준히 이어갈 수 있는가를 가늠함을 뜻한다.
이번 공모전의 대상작은 ‘미래은행’이다. 친구 대신 막대한 돈을 대신 갚아야 하는 처지에 놓인 주인공이 누군가의 미래를 담보로 거액을 빌려준다는 괴이쩍은 은행에 가면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다룬 이 작품은 특히 심사위원들이 중점을 두었던 매체의 성격에 충실히 부합하는 작품이다. 작화의 완성도와 메타버스 소재를 과감히 채용한 독특함으로 주목받은 ‘이번 생은 로맨스’는 이 공모전의 또 다른 한 축인 서울미디어코믹스의 개발 과정을 통해 성과를 낼 수 있는 가능성에서 심사위원들의 두루 높은 평가를 받아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한편 가작으로는 ‘멤버십’ ‘왕들이 오셨다’ ‘브링스:공인절도단’ 세 작품이 꼽혔다. 먼저 ‘멤버십’은 마땅히 받아야 할 벌을 받지 않은 자에게 죽음이라는 철퇴를 내리는 상조회사를 등장시키는데, 악인을 향한 사적 처벌을 다룬 여타 작품들이 없지 않으나 풀어내기에 따라 소재와 묘사 면에서 매체에 적합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왕들이 오셨다’는 조선시대 왕들이 어떤 연유에서인지 현대 대한민국의 한 자리에 모이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짤막한 의문 하나를 발단으로 삼은 개그물로, 이 의문 이상의 이야기 전개가 보이지 않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의문 자체가 갖고 있는 재미와 더불어 개그에 최적화한 안정적인 그래픽으로 점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브링스:공인절도단’은 과거 일본 대마도에서 불상을 훔쳐 밀반입했다 적발된 실제 문화재 절도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으로, 문화재 도굴단과 더불어 우리 문화재들에 지구적 재앙을 막을 열쇠가 있다는 판타지적 설정을 섞고 있다.
심사위원들은 일요신문 공모전 최대어로 꼽히는 ‘롱 리브 더 킹’ 이후 지면의 성격과 주 독자층에게 어울리면서 상품성도 갖춘 작품들을 찾고자 하는 주최 측의 의지에 비교적 부합하는 작품들이 보였다는 점에 만족을 표했다. 상업 만화는 작가 혼자서만 만들지 않는다. 아무쪼록 이 수상작들이 수상이라는 결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글=서찬휘 심사위원, 정리=허일권 기자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