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 내지 않는 돌봄 노동에 참여소득 보장…이재명 친문에 포섭되고 윤석열 사회 너무 몰라”
―출마를 결심한 계기가 있나.
“대한민국은 대전환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기후 위기나 불평등 문제 등 단선적인 답만으론 풀 수 없는 복합적인 일들이 다가오고 있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풀어야 할 문제 폭은 넓은데 지금 정치권은 이런 미래 일들에 대해 고민하기보단 자신들의 기득권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를 두고 다툼을 계속하고 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시대적인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답안지를 내기 위해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과의 ‘진보개혁연대’는 없다고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동안 불의한 정부에 맞서 민주당과 함께 싸워야 했기 때문에 같은 진영으로 엮여 있었다. 문재인 정부는 앞선 두 정부와 다른 개혁성을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그동안 부동산 부자를 대변하는 부동산 정책을 내놓고, 노동권을 탄압하면서 범법을 저지른 재벌 총수를 석방해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지 드러나게 됐다. 거의 통합 수준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의당은 민주당과 더 이상 하나로 묶일 수도 없고, 묶여서도 안 된다. 정의당이 대한민국 미래를 제대로 책임지는 정당으로 독립적으로 우뚝 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흔들렸던 과거와 철저히 결별해야 한다고 했다. 가장 뼈아픈 과거는 뭔가.
“가장 큰 후회는 조국 사태 때다. 그때 대통령께 ‘조국 임명은 옳지 않은 선택입니다’라고 똑 부러지게 얘기했어야 했다고 본다. 할 말은 하고, 우리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옳은 길을 택하는 태도를 보였을 때 당원과 국민이 정의당에 박수를 보내주셨다. 그때 ‘저런 당을 키워줘야지’ 이런 마음을 보내주셨다. 하지만 조국 사태 때의 정의당 태도가 선거제도 개혁 과정에서 뭔가 이익을 얻으려고 옳지 않은 일을 한 것 아니냐는 마음을 당원과 국민에게 심어줬다. 이것이 가장 뼈아프다고 생각한다.”
―‘심상정의 마지막 소명’이 아닌 ‘이정미의 새로운 10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소명’이라는 말은 심상정 후보가 이번에 출마하면서 쓴 말이다. 정의당은 집권을 꿈꾸는 정당이다. 어떤 특정한 사람으로만 대표되는 정당으로 갇혀 있어선 안 된다. 정의당의 최대치를 한정해선 안 된다. 집권을 꿈꾸는 정당인 만큼 준비된 리더가 있다는 걸 보여드려야 한다. 이번 대선은 정의당의 다음 페이지를 보여주는 그런 대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대통령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으로 ‘여성들에게 표 주세요’라고 하려고 했던 것 아니다. 오히려 남성분들께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 선언적으로 명기한 것이다. 젠더 갈등은 우리 사회에 특히, 청년들이 안고 있는 불평등 문제의 본질을 은폐하는 기제로 쓰이고 있다. 예를 들어 전반적으로 청년들의 일자리가 지금 굉장히 제한돼 있다. 좁은 바늘구멍을 들어가려고 경쟁하다 보니 젠더 갈등이 심해진다고 본다. 기득권 정치인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젠더 갈등을 가져다 쓴다.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어려운지에 대해서 그 본질을 함께 파헤쳐보자는 말씀을 드리고자 페미니스트 대통령 선언을 한 거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꼈다고 했다.
“가장 큰 배신감은 대통령의 측근들이 벌였던 성폭력 사건들에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가해자들에게 너무나 온정적이었던 것이다. 최고 통치권자라면 여성을 직장 동료로 대하지 않고 위력에 의해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가만히 계셨고, 또 조화를 보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여성들은 이 나라 대통령은 내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돌봄 국가’를 만들겠다며 ‘참여소득’을 강조했다. 어떤 개념인가.
“시장 영역에서 이윤을 내지 않는 노동에 대해선 가치를 전혀 매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회는 꼭 그렇게 이윤 창출을 목표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참여소득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많은 사람이 하고 있고, 이윤을 창출하지 않는 일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자는 개념이다. 그러니까 지역 안에서 장애인, 노인, 여성, 아이 등 사람들을 돌보는 일, 기후 위기에 대비해 태양광 발전소를 어디다 짓는 것이 좋을지 물색하는 등 기후 환경을 돌보는 일도 있다. 또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 일환으로 아이스팩을 수집해 재활용한다든지 무궁무진한 일자리가 있다. 모든 것이 AI(인공지능)로 대체되고 있다고 하지만 반드시 사람 손길이 필요한, 의미 있는 일자리가 있다. 이런 일자리를 100만 개 이상 만들고 임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자긍심도 느끼면서 소득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참여소득이다.”
―경제 정책 철학이 궁금하다.
“성장 위주의 경제 정책을 이젠 정치권에서 폐기해야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유엔에서도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있는 사람은 더 부자가 되고 없는 사람은 더 박탈감을 느끼는 사회다. 성장 지표 이면에 가려져 있는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고 거기에 맞는 국가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요하다. 더는 GDP로 국정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 개선 지표’인 ‘행복 지수’를 도입해야 한다. 산업 정책을 육성하는 과정도 철저하게 신재생에너지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그 안에서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인가의 관점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핵심 경제 정책은 뭔가.
“돌봄 경제다. 지역 안에 숨어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지역을 활성화하면 인구 분산이 일어나게 되고 자연스럽게 서울로 사람이 집중되는 현상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게 되면 부동산 문제나 교육 문제 등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부동산 부자들이 부동산 정책을 짜서 이 꼴이 났다. 국민에게 집값을 잡겠다고 얘기는 하지만 내심 자기 마음속으론 그렇지가 않으니까 정책이 갈지자를 걸은 것이다. 정책 결정권자들 가운데 다주택자는 단 한 명도 있어서는 안 된다. 고위 공직자들 모두 부동산 1인 1주택 제도로 규율해야 한다고 본다. 또 재벌 대기업들은 너무나 많은 토지를 비업무용으로 소유하면서 땅값을 올리고 있다. 그것은 기술 혁신을 지체시키는 큰 요인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벌 대기업들이 보유한 토지에 강력한 소득세를 물어서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어떻게 보나.
“정치는 내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고 생각할 때 항상 저 칼끝이 나를 향할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언론중재법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모호한 규정들이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열려있다는 거다. 만약 과거 언론중재법이 있었다면 소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폭로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당장 자기 앞에 어떤 권력의 이익에 급급해서 미래를 내다보지 않고 저런 식으로 입맛에 맞게 뜯어고치겠다고 하는 거다. 그런 정치 세력은 정권을 잡으면 안 될 것 같다. 언론 개혁의 본질적인 문제에 접근해 가기 위해선 예를 들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결국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밀실로 들어갔다. 빨리 밀실 밖으로 나와 객관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참여자들을 늘려야 한다.”
―현재 민주당에서 유력한 대선 후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다. 어떻게 평가하시나.
“사람들이 이재명 후보에게 환호했던 부분이 있다. 사람들에게 피로함을 안겨준 친문 세력과 다른 영역에서 정치를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행보에 깜짝 놀랐다. 완전히 친문 세력에 포섭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 이상 이재명의 색깔을 가져갈 수 없겠다고 판단한다. 실망감이 크다.”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풍년이다.
“윤석열 후보는 검찰청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몇 년 더 하고 대선에 나오는 게 좋겠다. 너무 사회를 모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최근 고발 사주 의혹 또한 빠른 시간 안에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승민 후보는 대선 주자가 되려면 파이팅이 넘쳐야 한다고 본다. 콘텐츠는 있는 것 같은데 파이팅이 없다는 느낌을 받는다. 또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홍준표 후보를 보면서 국민의힘이 결국 돌아 돌아 홍준표 후보를 찾을 만큼 빈곤한 정당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들은 정부나 국가로부터 따뜻하게 위로받고 싶은데 기성 두 양당은 너무 과거에 묶여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더 친일파였느냐 식의 싸움 말이다. 정의당 대선 후보로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따뜻한 대통령이 되겠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