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와 생수 매출 비중이 절반 이상…최성원 부회장, 연구개발보다 사업 다각화 치중 지적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삼다수 유통 동반협력사 공개모집에 광동제약을 포함한 4개사가 참여했고, 9월 8일 광동제약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광동제약은 오는 2025년까지 4년간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삼다수를 위탁 판매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입찰이 유독 미지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력 생수 유통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7년 위탁 판매권 입찰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LG생활건강(코카콜라음료)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기업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광동제약 외 참여한 3개사는 중소업체들일 것이라는 예상만 나오고 있다.
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일부 업체들은 “자체 생수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LG생활건강(휘오), 롯데칠성음료(아이시스), 오리온(제주용암수), 동원F&B(동원샘물), 농심(백산수) 등 주요 식음료사들은 이미 각자의 생수 제품을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이커머스 생수 유통 확대로 생수 시장 규모가 커지는 상황에서 4년 계약의 삼다수 판권을 획득하는 것보다 각자의 생수 브랜드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는 것이 이득이라는 판단이다.
이처럼 경쟁이 뜨뜻미지근한 입찰에 광동제약은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13년부터 삼다수 판매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만큼 앞으로 4년간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보인다. 삼다수가 생수 시장점유율 1위(상반기 기준 41.9%, 닐슨코리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삼다수로 인한 매출은 수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광동제약에 삼다수는 주력제품이나 다름없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삼다수 판매로 약 2341억 원의 매출을 거뒀는데, 이는 광동제약 전체매출의 30.6%에 달한다. 수년 전과 비교해 그 비중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6년 광동제약을 ‘1조 클럽’에 가입할 수 있게 도운 것도 삼다수의 역할이 컸다. 지난 4년간 광동제약이 도맡았던 삼다수 판매는 소매에 한정됐는데, 이번 판권은 소매에 비소매까지 포함하며 연간 3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안겨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만큼 광동제약에 삼다수는 놓칠 수 없는 ‘대어’나 마찬가지다.
이러한 까닭에 삼다수에 대한 광동제약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향후 광동제약이 아닌 다른 기업이 낙찰될 경우 광동제약이 입게 될 매출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광동제약의 음료 유통 비중도 상당하다. 지난해 기준 광동제약의 비타500·옥수수수염차·헛개차 등 음료 유통(20.9%)과 삼다수 유통(30.6%)으로 인한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어서는 수준이다. 음료와 삼다수가 유통 시스템에서 시너지효과를 내왔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생수·음료 유통으로 얻는 매출이 의약품 영업·유통 매출을 넘어서는 주객전도 상황이 이어지자 광동제약이 본업보다 그 외 사업에 관심이 커 보인다는 말도 나온다. 한 제약사의 관계자는 “제약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초기 투자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가고, 가시화된 성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힘들다. 심지어 그 성공도 담보할 수 없다”며 “타 제약사 대비 R&D 투자비율이 낮은 편인 광동제약은 차라리 투자 대비 수익금 회수가 빠른 생수‧음료 사업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 방식의 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창업주인 고 최수부 선대회장까지만 해도 회사를 제약으로 성장시켰지만, 오너 2세 최성원 부회장으로 넘어오며 그 기조를 깬 것으로 보인다”며 “간판은 제약사이지만 이보다 더 쉬운 것에 치중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의 생수·음료 사업 집중을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시선도 있다. 동국제약은 화장품, 유한양행은 생활용품(유한락스 등) 사업을 운영하며 비제약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다만, 광동제약의 생수·음료 사업은 그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이 걸림돌이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전통적인 제약회사로 보기에는 제약업의 비중이 높지 않고 삼다수를 비롯한 음료의 매출이 지나치게 높아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며 “밸류에이션(자산 가치 평가)과 목표가 설정이 어려워 종목 분석을 기피하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수년 동안 광동제약에 대한 증권가 종목 분석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과거 삼다수 유통 입찰에 참여한 적 있는 한 음료 회사의 관계자는 “시장점유율 1위인 삼다수 판권이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지만 4년마다 돌아오는 입찰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주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입찰을 놓치면 매출 폭락으로 이어진다”며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입찰에서 기업의 제주지역 사회 기여도까지 보겠다며 추상적인 기준을 제시하는데 이 역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입찰 기준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소매와 비소매 유통을 함께 ‘통합’ 입찰로 진행하다가 2017년에는 분리, 이번 입찰에는 다시 통합 유통으로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게다가 기본 계약 기간은 4년이 원칙이지만 상황에 따라 4년 계약이 끝난 뒤 1년씩 계약을 추가 연장하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거대 유통사의 유통망을 등에 업은 생수들과 저렴한 편의점 PB(자체브랜드)상품까지 쏟아지며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이 시장에서 삼다수가 언제까지 1위를 수성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의 음료 회사 관계자는 “입찰 기준도 더욱 까다로워지고 시장도 어려워지는 만큼 삼다수에만 의존해 매출만 키우기보다는 내실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