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 매각 검토, 폐기물 업체 8곳 인수…안정적 매출·ESG 경영엔 보탬, 상장 앞두고 재무 부담 우려
#주력 사업 재편 승부수
SK에코플랜트는 오는 10월 이사회와 12월 주주총회를 거쳐 에코엔지니어링 사업부 내 플랜트 건설부문에 대한 분할 및 매각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데이터센터 등은 잔류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플랜트란 대규모 산업 시설을 건설하는 분야를 통칭한다. 에코엔지니어링 사업부는 △반도체, 배터리, 데이터센터 중심의 산업플랜트 △석유·가스, 정유소 등의 화공플랜트 △LNG(액화천연가스) 복합 화력 발전, LNG 수입 터미널 등 발전플랜트 건설 등으로 구성됐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플랜트 건설부문을 물적 분할해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친환경사업 포트폴리오 강화에 투입될 재원 마련을 위한 취지”라고 밝혔다. 해외 플랜트 사업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매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K에코플랜트는 해외 공사의 대규모 손실 등으로 재무 부담이 늘어나면서 신용등급이 2014년 ‘A(부정적)’로, 2015년 ‘A-’로 하락했다. 이후에도 해외 공사의 원가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A-’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체 수주 규모도 쪼그라들고 있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010~2015년 해외건설 연간 평균 수주액이 6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이후 국제유가 하락에 해외건설시장이 위축되면서 2016~2020년 연간 수주액이 300억 달러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수주액도 147억 달러에 불과하다.
결국 주택 건설과 친환경 사업을 주력 사업으로 재편해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5월 SK건설에서 SK에코플랜트로 사명까지 변경하면서 종합환경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를 위해 2023년까지 친환경 신사업 개발과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3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안재현 SK에코플랜트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에 올린 영상에서 “이 같은 전략을 통해 10조 원 규모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IPO를 추진할 것”이라고 목표를 밝혔다.
이미 8곳에 달하는 폐기물 처리업체를 인수했다. 총 인수대금만 1조 7000억 원에 육박한다. 지난 7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도시환경과 이메디원, 폐기물 처리업체 그린환경기술 등 폐기물 중간처리 업체 3곳을 2100억 원에 인수했다. 앞선 6월에는 대원그린에너지, 새한환경, 클렌코, 의료폐기물 처리업체 디디에스 등 충청권에 있는 폐기물 소각업체 4곳을 4180억 원에 인수했다. 지난해는 환경폐기물 처리업체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1조 500억 원에 인수했다.
폐기물 사업은 경기 흐름과 무관하게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건설사업은 경기 흐름을 탄다. 경기 하강 국면에서 폐기물 사업이 실적을 메꿀 수 있게 된다. 전망도 밝다. 신영증권은 국내 폐기물처리 시장 규모가 2018년 16조 7000억 원에서 올해 19조 4000억 원, 2025년에는 23조 70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2025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가 의무화된다. 건설사 입장에선 폐기물 사업을 통해 재건축·재개발로 인해 생긴 건설폐기물 등을 자체적으로 재활용해 ESG 관련 공시를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장밋빛 전망만 있을까?
관심은 인수한 친환경 관련 업체가 어느 정도 성장세를 보여주느냐로 모아진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까지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8500억 원 규모로 키우고, 이 중 50%를 친환경에서 벌어들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현재만 놓고 보면 제시한 목표는 멀어 보인다. 실제 약 1조 원에 인수한 환경시설관리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678억 원, 237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1억 원을 기록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폐기물 사업이 경기에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건 장점이지만, 그만큼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면서도 “SK에코플랜트는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제조업 계열사들을 통해서 플랜트 매출을 올렸다. 반도체, 배터리 등의 플랜트 사업부는 매각하지 않는다고 한 것을 고려하면 매출이 크게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다른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등 SK그룹이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다. 석유·가스, 정유소 등 화공 플랜트와 LNG 등 발전 플랜트 사업은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더 이상 화공·발전플랜트에서 그룹사 매출을 기대하긴 어렵단 뜻이다. 이에 SK에코플랜트도 발맞춰서 사업을 재편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실적을 책임져야 하는 주택 건축 사업부 상황도 녹록지 않다. 최근 대형 건설사들까지 수주 물량 확보를 위해 지방 사업장은 물론 가로주택정비 등 소규모 사업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실적을 내기 쉽지 않단 뜻이다. 실제 SK에코플랜트 주택 건축 부문 매출 비중은 25.6%에 불과하다. 나머지 10대 건설사들이 매출의 50~60%를 주택 건축에서 내면서 플랜트 적자를 메꾼 것과 대조된다. 2분기 기준 주택 건축 직원 비중은 15.6%로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다.
재무 부담도 고민해야 되는 요소다. 올해 1분기 기준 순차입금은 1조 8526억 원을 넘어섰다. 2019년 말과 비교하면 차입금은 4.8배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200%대에서 432%대로 늘어났다. 반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8704억 원에 불과하다. 향후 조 단위 투자를 계획대로 집행한다면 재무 부담을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분할 및 매각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향후 기업가치에 대해서 언급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