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미끼 유료방 유인, ‘설거지’ 처리 이용될 수도…‘모의투자’ 속여 금융정보 빼내기도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사투자자문업자와 관련한 민원과 피해 사례는 2019년 1138건에서 2020년 1744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1분기에만 벌써 663건이나 접수됐다. 유사투자자문업은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어 관리가 어려워 피해 규모나 그 양상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최근 주가 흐름을 타고 주식 시장에서 리딩방의 기세도 다시 거세지고 있다. 기자가 직접 이런 저런 리딩방에 들어가 봤다.
#오픈채팅방에선 수익률 잔치
리딩방의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주식 관련 인터넷 카페나 토론방 등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모집하기도 하고, 실제 주식계좌가 있는 사람들에게 스팸문자나 카톡이 날아오기도 한다.
무작위로 온 주식 리딩방 카톡에 대답해봤다. 이내 오픈채팅방으로 안내하더니 매일 장이 열리는 시간과 장 마감 직전에 이런 저런 종목을 다수 추천해 준다. 하루에도 여러 종목을 추천해 주기 때문에 오른 종목을 산 사람들은 장 마감에 수익을 봤다며 좋아하고, 떨어진 종목을 사서 손해를 본 사람들은 방을 나가버린다.
그러다 보면 수익을 본 사람들만 방에 남겨지는 경우가 많다. 주로 ‘바람잡이’들이 수익을 봤다며 이를 캡처해서 올린다.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주로 스팸문자와 SNS 메신저를 이용한 오픈채팅방을 활용하는데 이때 수익이 났다며 리딩방을 신뢰하게 하는 바람잡이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리딩방에서는 누가 어떤 정보를 어디서 갖고 오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정보는 없고 종목 추천만 있다. 만약 정보의 출처나 종목 추천을 해주는 사람의 약력을 알고 싶다고 하면 개인정보 보호라는 이유로 알려주지 않는다.
또 손해를 보게 되는 종목이 생기면 “아직 때가 아니다. 일주일 정도 기다려봐야 한다”거나 느닷없이 “장기투자 종목”이라 말하기도 한다. 바람잡이들과 실제 투자자들이 섞여 있는 공간에서 바른 말을 하거나 불만이 많거나 자꾸 뭔가를 따지는 사람이 등장하면 퇴장시키기도 한다.
결국 계속 조금씩 수익을 보면서 종목을 따라가는 사람들과 바람잡이들만 남는다. 경제 공부를 좀 했거나 경제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 머물러 있기에 무료 리딩방들은 허술한 점이 많다. 이때 소액이라도 리딩방 추천 종목을 따라 주식을 매매하는 사람들은 ‘주식은 잘 모르지만 수익은 빨리 보고 싶은’ 사람들이다. 고령이거나 주식 ‘초심자’가 대부분이다. 무료 종목 추천으로 수익을 보게 한 후엔 자연스럽게 유료 리딩방으로 안내해 유료 결제를 유도한다.
무료 리딩방은 추천 종목으로 단 얼마라도 실제로 수익을 봤거나 수익을 볼 것 같았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들뜬 마음을 이용하는데 “무료 정보는 흔한 정보라 수익률이 높지 않지만 진짜 높은 수익률을 주는 종목들은 유료회원에게만 공개한다”며 견물생심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투자자는 주린이인 경우가 많고 이성보다는 욕심에 지배되는 경우가 많은 데다 일단 주식이나 경제 관련 지식이 부족하다. 욕심이 생기면 판단력도 한순간에 흐려질 수 있다.
#1:1 투자자문은 불법
실제로 복불복으로 얻어 걸린 수익의 맛을 잊지 못해 유료방으로 건너가는 경우도 꽤 있다. 이때 유료 리딩방에선 짧게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1년치의 투자자문료를 선불로 받는다. 예를 들어 자문료를 한 달 100만 원으로 책정해 두고는 6개월은 200만 원, 1년이면 300만 원, 이런 식으로 자문료를 깎아주는 듯하면서 장기간 등록을 유도한다.
이런 곳은 주로 그동안의 성과와 수익률을 과장하며 단기간 수익이 나는 종목으로 투자자를 유인해 소액 투자로 잠깐 수익을 맛보게 한 뒤, 비공개 유료 회원 가입을 유도해 투자자문료를 받아 챙긴다. 유사투자자문업자다. 이들의 목적은 월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 단위의 회비를 납부하게 하는 유료 회원제에 가입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일단 자문료를 선입금 하고 나면 이후 행해지는 투자 자문에서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큰 수익을 위해 우량주보다는 비교적 리스크가 큰 중소 종목을 추천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금에 손실을 입는 경우도 다반사다. 유료 리딩방에서는 일대일 자문을 미끼로 가입을 유도하지만, 자본시장법상 유사투자자문업자는 일대일 투자자문은 할 수 없으며 이는 불법이다.
과거 리딩방 운영을 도왔다는 한 관계자는 “리딩방을 다수 운영하는 업체의 경우 수많은 불특정 무료 리딩방에 매수 사인을 강하게 주고 유료 리딩방에는 매도 사인을 주는 경우도 많다. 일명 ‘설거지’다. 거래량이 적은 소형주의 경우 이런 식으로 하면 실제로 주가가 움직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또 다른 리딩방을 홍보하는 스팸 문자를 따라가 봤다. 일대일로 카톡 대화를 신청하더니 유명증권사 자산운용팀을 사칭하며 해외 주식 투자를 유도한다. 국내 주식에 어느 정도 투자 경험이 있더라도 해외투자에 경험이 없다면 한순간에 속을 수 있다.
프로필 사진만 보면 아름다운 30대 여성의 외모를 한, 유명 증권사 자산운용팀 소속이라는 ‘이OO 팀장’은 “해외 비상장주식 수익률이 일반 주식 수익률의 몇 배가 넘는다”며 “일단 직접 돈이 들어가지 않는 모의투자를 해보면서 시스템과 감을 익혀보라”고 권한다. 그러면서 카톡으로 사이트 주소를 보냈다. 뉴욕증권거래소 사이트다.
먼저 회원가입을 하면 종목 추천과 투자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내국인은 해외 주식 투자를 할 때도 국내 증권사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그가 보낸 건 물론 가짜 사이트였다. 모의투자라고 하면서 일단 회원가입을 유도하고 여기에서 어리숙한 고객의 금융정보를 빼낸다. 여기서부터는 보이스피싱과도 유사하다. 이 팀장이라는 이가 자신이 소속돼 있다고 주장한 증권사에 확인한 결과 그런 명칭의 팀은 물론이고 ‘이OO’라는 이름의 직원도 없었다.
#수익률보장도 불법
리딩방에 얽힌 각종 피해사례가 늘어나면서 한국소비자원으로 들어오는 유사투자자문에 관한 상담 증가율도 높아지고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영업은 모든 투자의 책임이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는 점을 악용한다. ‘최소수익률보장’을 비롯한 수익률 보장 또한 불법이다.
처음엔 ‘1주만 투자하고 수익률을 보고 결정하라’거나 ‘1주를 줄 테니 일단 두고 봐라’는 식으로 부담 없이 시작하게 하다가 결국 거액을 결제해야 하는 유료 리딩방으로 안내한다. 실제 거래 사이트와 유사한 가짜 사이트로 대리 거래를 해주는 것처럼 유인해 입금을 유도하기도 한다.
투자자문업체 관계자는 “제대로 된 주식 리딩업체라면 종목 분석을 심도 있게 해주고 컨센서스(예측보고서)와 시중에 떠도는 증권사 리포트들보다 한 단계 위의 고급정보를 준다”며 “시장과 업계, 기업 분석 없는 종목 추천은 허망한 도박과 같다”고 선을 그었다.
유사투자자문업은 단순 투자조언을 하는 것으로 전문성이 전혀 없는 개인이라도 등록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다. 때문에 금감원으로부터 엄격한 관리감독을 받는 투자자문업이나 자산운용사와는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닌다.
등록된 금융회사인지 아닌지를 알아보려면 금감원의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의 ‘제도권금융회사조회’ 서비스를 이용하면 되지만 제도권 금융회사로 조회가 될지라도 이것이 전문성이나 합법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유사투자자문업과 관련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엔 한국소비자원과 금융감독원에 신고할 수 있다. 전화 또는 문자를 통한 일대일 투자자문은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로 신고할 수 있으며, 환불 지연 및 계약 불이행에 대해서도 신고가 가능하다.
원칙적으로는 7일 이내에 청약을 철회하면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지만, 강제 조항이 없고 일부 업체들의 경우 이 기간이 지나가도록 시간을 끌기도 한다. 다만 신용카드 할부로 결제했을 경우 소비자가 청약 철회를 거절당하면 카드사에 할부 철회와 항변 신청을 할 수 있다. 현금으로 입금했을 경우 환불 받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