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윤정희 동생 vs 딸 분쟁 다뤄 이슈화…프랑스서 딸 승소 이어 한국 법원 곧 판결
당대 최고 스타의 알츠하이머 투병 소식에 한 번 놀랐던 대중은 윤정희의 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런 글을 올리면서 또 한 번 놀랐다. 왜 동생들은 조카를 믿지 못해 청와대 국민청원에까지 글을 올린 것일까. 굳이 대중들은 몰라도 되는 가정사까지 공개하며 ‘구해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린 것일까. 그 내막을 두고 뒷말이 무성했다. 그리고 잠시 잊힌 윤정희의 근황과 가족들의 분쟁은 9월 7일 방송된 MBC ‘PD수첩’을 통해 다시 화제가 됐다.
MBC ‘PD수첩’을 통해 윤정희(본명 손미자)의 근황과 윤정희 동생들과 딸의 분쟁이 다뤄져 화제가 됐지만 사실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았다. 지난 2월에 세간을 뜨겁게 달군 논란을 되풀이하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윤정희의 동생들이 MBC ‘PD수첩’을 통해 또 다시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 까닭은 무엇일까. 이날 방송에서 윤정희의 넷째 동생 손병욱 씨는 “걱정이 되고, 형제들이 다 잠을 제대로 못 잔다”며 “2년 넘게 윤정희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MBC ‘PD수첩’은 단순히 윤정희의 근황과 가족들 사이의 분쟁을 다룬 방송을 한 것이 아니다. 이를 계기로 성년후견의 두 얼굴을 조명하겠다는 의도의 방송이었다. 따라서 이번 논란 역시 국내 법원에서 진행 중인 윤정희 성년후견 개시 심판과 함께 살펴봐야 한다.
현재 윤정희는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으며 프랑스 파리고등법원은 윤정희의 딸 백진희 씨를 후견인으로 선정했다. 윤정희가 한국을 떠나 프랑스로 가서 본격적인 투병 생활을 시작한 것은 2019년 5월이다. 딸 백진희 씨가 파리 근교의 호숫가 마을에 위치한 자신의 집 인근에 윤정희의 거처를 구했다. 그리고 프랑스 법원에 윤정희의 재산 및 신상 후견인 지정을 신청해 지정 받았다.
윤정희 동생들과의 분쟁도 이 즈음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동생들은 프랑스 법원에 조카 백진희 씨를 윤정희의 재산 및 신상 후견인으로 지정한 것에 이의를 신청하는 소송을 제기했는데 2020년 9월에 패소했고, 항소했지만 11월에 최종 패소했다. 또한 그 즈음인 지난해 10월 28일에는 딸 백진희 씨가 서울가정법원에 윤정희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생들이 글을 올린 시점은 프랑스 법원에서 최종 패소하고 국내 법원에도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청구된 시점에서 약 3개월 뒤인 지난 2월이다.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 ***를 구해주세요’라는 글로 윤정희와 그의 가족들에게 관심이 집중돼 있던 지난 2월은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부장판사 장진영)에서 윤정희에 대한 성년후견 개시 심판이 진행인 시점이다. 2020년 12월 23일 국립정신건강센터장에게 감정촉탁서(정신감정)를 송달하는 등 본격적인 면접조사기일을 준비 중인 상황이었다.
국민청원으로 ‘방치 논란’이 한창이던 3월 4일 윤정희의 남동생은 ‘조카 백진희 씨가 프랑스에서 윤정희를 보호하고 있지만 재산 및 신상 보호와 관련해 부적절한 점이 있어 최선의 후견 활동을 할 수 없다’는 취지의 참가인 참여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에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은 3월 8일 윤정희 남동생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참가인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기타결정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윤정희 동생들은 법원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절차에 정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재판부에 의견서 제출, 법정에서 직접 진술 등의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참가인 참여를 목적으로 동생들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린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동생들이 2월 5일 국민청원에 글을 올렸고 화제가 집중되자 바로 3월 4일 법원에 참가인 참여 허가 신청서를 냈기 때문이다. 최근 윤정희 동생이 MBC ‘PD수첩’과 인터뷰를 하며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진 흐름도 국내 법원의 성년후견 개시 심판 절차와 맞물려 있을 수 있다.
확인 결과 서울가정법원 가사21단독에서 진행 중인 윤정희 성년후견 개시 심판은 여전히 진행 중인데 곧 선고 일정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6월 1일이 첫 면접조사 기일이었는데 이날 윤정희에 대한 첫 번째 면접조사가 실시됐다. 면접조사는 조사관이 청구인이나 사건본인 등을 직접 대면해 조사하는 절차지만 윤정희와 딸 백진희 씨는 모두 프랑스에 거주 중이라 재판부는 법원으로 직접 부르는 대신 영상을 통해 면접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6월 29일과 7월 30일에 2·3차 면접조사기일이 진행됐으며 현재는 조사종결 상태다. 이제 선고만 남은 상황으로 아직 선고일자는 잡히지 않았는데 법조계에서는 통상적으로 볼 때 곧 선고일정이 잡혀 길어도 한두 달 이내에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법원이 딸 백진희 씨를 성년후견인으로 지정하면 법원이 지정한 범위 안에서 신상과 재산, 상속 등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된다.
한편 윤정희의 딸 백진희 씨 측은 MBC ‘PD수첩’ 보도 이후 입장문을 통해 “프랑스의 후견 판사는 유일한 자녀인 딸이 제안한 방식(딸과 가까운 집에서 머무르며 필요한 치료를 받고, 안정되고 조용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는 것)이 윤정희를 위한 가장 이상적인 환경이라고 판결했다”며 “파리고등법원은 하급법원의 결정에 전적으로 동의했으며, 이에 프랑스 사회복지협회 AST(Association Sociale Et Tutelaire Association)와 윤정희의 딸을 법정 공동후견인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윤정희는 프랑스에서 AST와 딸의 따뜻한 돌봄 아래 생활하고 있다”면서 “프랑스 사법제도는 윤정희를 잘 보호해왔다. 프랑스 법원 판결에 동의하지 않은 친척 중 일부는 이 건을 한국의 법원으로 가져갔으며 현재 관련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편견 없이 공정하게 조사할 한국의 사법제도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