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팅 캡슐’ 대박! 중국 솔로 탈출 편의점이 뭐길래

이성 정보 담긴 캡슐 3위안에 팔아…매일 100명가량 구매, 한 달 새 커플 5쌍 탄생

[일요신문] 중국 청두의 한 편의점이 뜨거운 화제다. 이른바 ‘솔로 탈출 성지’로 불리면서 각지에서 인파가 몰리며 관광지로 떠올랐다. 편의점 이용방법은 간단하다. 이성의 프로필과 전화번호 등이 담긴 캡슐을 산 뒤 마음에 들면 연락하는 방식이다. 일종의 소개팅을 주선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도 나오긴 하지만 전문가들은 위법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신문망’에 보도된 솔로 탈출 편의점 모습.

1996년생인 스 씨는 8월 14일 중국 청두에 편의점을 창업했다. 그는 영업을 위해 재미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해냈다. 바로 ‘솔로 탈출 편의점’ 콘셉트였다. 편의점 한쪽 벽면에 캡슐을 설치한 뒤, 원하는 손님들이 이를 사서 그 안에 개인정보를 써넣을 수 있도록 했다. 파란색 캡슐엔 남성, 분홍색 캡슐엔 여성의 정보가 담겨 있었다.

캡슐 겉엔 생년월일과 주소, 직장 등의 사항이 적혀 있었다. 또 취미, 이상형 등과 같은 정보도 포함돼 있었다. 이를 보고 캡슐을 구매하면 안에는 그 이성의 보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캡슐은 2000년대 이후, 1990년대생, 1980년대생 이렇게 연령별로 나뉘어 있었다. 스 씨는 이렇게 말했다.

“오픈한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캡슐은 모두 팔렸다. 전시된 캡슐엔 모두 개인 정보가 담겨 있다. 남녀비율로 따지면 남자가 4, 여자가 6으로 여자가 좀 더 많다. 평균적으로 매일 100명 정도의 손님이 와서 캡슐에 담긴 정보를 사간다. 주말엔 이보다 훨씬 더 많다. 이들은 전부 솔로에서 탈출하기 위한 사람들이다.”

스 씨에 따르면 현재 솔로 탈출 편의점을 통해 5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스 씨가 알고 있는 것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을 수 있다. 스 씨는 “엄밀히 말하면 6쌍이다. 한 쌍은 사귀었다가 이미 헤어졌기 때문이다. 그 헤어진 커플은 여자가 1994년생이고 남자가 2002년생이었는데, 나이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스 씨는 재미있는 일화도 소개했다. 여자친구와 헤어진 한 남성이 편의점을 찾아 자신의 정보를 캡슐에 남긴 뒤 이를 개인 SNS에 올렸다. 남성은 ‘솔로가 됐다. 그래서 솔로 탈출 편의점에서 짝을 찾으려 캡슐을 남겼다’는 글도 남겼다. 그러자 헤어진 여자친구가 편의점으로 바로 달려와 남자친구의 캡슐을 사들였다고 한다.  

손님들 중에선 캡슐에 정보를 남기거나 또는 사들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한번은 기숙사 룸메이트인 여성 4명이 한꺼번에 가게로 들어와서는 “이런 걸 왜 하지?” “그냥 구경만 하고 가자” 등과 같은 말을 하며 그대로 나갔다. 아무도 캡슐을 구매하지 않았다. 며칠 지나지 않아 4명은 각자 따로따로 편의점을 찾아와 자신의 정보를 캡슐에 적고 갔다.  

현지 언론 '청두상보' 취재진도 솔로 탈출 편의점을 찾았다. 캡슐에 본인 정보를 적어서 보관해두기 위해선 약 30위안(5000원)을 내야 한다. 캡슐 안에 담긴 이성의 정보를 보기 위해선 3위안(546원)만 내면 된다. 취재진도 직접 캡슐을 사봤다. 캡슐을 열자 한 장의 쪽지가 담겨 있었다. 쪽지엔 자기소개 및 만나고 싶은 이성의 스타일 등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위챗 번호가 적혀 있었다.

편의점에서 만난 조 씨는 우연히 지나가다 이곳을 발견했다고 했다. 25세라고 밝힌 그는 “오랫동안 솔로로 지내왔다. 소개팅 앱 등이 있지만 솔로 탈출 편의점이 요즘 세대에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접하는 사람이 많으면 커플이 될 확률이 높고, 더 잘 맞는 상대를 찾기도 쉽다”고 말했다. 조 씨는 솔로 탈출 편의점을 통해 여성 9명을 위챗 상대로 추가했고, 이 중 3명과는 직접 만났다. 조 씨는 “만난 3명 중 1명과 대화가 잘 통해 관계가 발전해나가고 있는 단계”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신림 씨도 편의점 ‘단골’이다. 그는 “꼭 상대방과 연애를 하는 게 아니더라도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림 씨는 편의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가게 주인이 어떻게 이익을 창출하는지 알고 싶었다.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런 김에 내 정보도 남겨 솔로를 탈출하면 일석이조 아니겠느냐”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개인 정보의 악용,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쓰촨성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변호사 쉬빈은 “개인이 직접 정보를 제공하며 30위안을 지불했다. 자발적인 행위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제공할 경우 최대 3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하지만 이 편의점 사업자가 개인정보를 3위안씩 받고 제공하는 것은 결혼정보회사와 유사한 중개수수료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타이허타이 법률사무소의 숭훙위 변호사는 “참여자들 모두 개인정보를 자발적으로 작성했다. 또 정보처리에 대해 동의를 했다. 정보의 활용 역시 소개팅으로 구체적인 명시가 돼 있다. 민법에서도 이렇게 합리적인 정보 처리에 대해선 민사적 책임을 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명시된 방식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분명히 행정 법규에 위배된다. 쌍방의 약속이 침해돼선 안 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