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조역’의 원동력은 가족…“대사 절지 말란 아들 잔소리 듣고 현장 간다”
― 지난해부터 달려온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가 종영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시청자들에게 조승연이란 배우를 다시 한번 각인시킬 수 있던 작품이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참여 및 종영 소감 한 마디.
"병원 식당 장면에서 브로콜리만 가득 든 식판을 들고 ‘이러기야?’ 하는 대사로 나의 예사롭지 않은 의사 생활이 시작됐다. 행복한 시간들을 보낸 만큼 아쉬움이 크다. 바다가 보이는 송도의 원장실 세트가 좋았고 반갑게 인사하는 동료들과 농을 나누던 것도 좋았다. 다 좋았다. 찐이다. 언제 일진 모르지만 또 볼 테니 더 좋다."
― 조승연이 바라본 율제병원의 ‘99즈’ 케미는 어땠는지.
"그 친구들은 진짜 친구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친구더라. 서로를 배려하는 맘도 그랬지만 병원 식구들 어느 누구에게나 그 맘을 전했다. 샘이 많이 났다. 정석이는 늘 웃는다. 다른 친구들도 잘 웃지만 정석이는 더 웃는다. 그런 정석이가 내게 잘 생겼다고 했다. 진짜다. 나도 웃었다. 경호는 덜 웃는다. 씩 하고 웃으면 이상하게 정이 간다. 쓱 팔짱을 낀다. 연석이는 세심하다. 집 꾸미는 데에 관심이 많고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는 효자다. 대명인 진국이다. 사골탕 보다도 진하다. 묵직하게 매력을 드러낸다. 인사는 제일 빠르다. 미도는 이쁘다. 맘이 이쁘다. 백 걸음 떨어진 사람도 마음에 둘만큼 맘이 이쁘다. 미도를 아는 모든 이가 미도를 좋아한다."
―‘99즈’못지않게 김해숙, 김갑수, 문희경 배우와의 케미 역시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즌 1의 마피아 게임 장면이 두고두고 회자가 되고 있는데, 베테랑 배우들과의 촬영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또 기억 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촬영 시작 전에는 의심했다. 나는. 듣기는 했으나 해보지 않은 게임이고 재미있을까 의아했다. 막상 촬영이 시작되니 웃지 않을 수 없었다. NG 없이 한 번에 갔다. 현장의 재미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모두 역할에 충실했다. 현장에 있는 모두가 웃었다. 그런 현장 상황은 쉽지 않다. 그 기운이 시청자에게 전달되었나 보다. 기억에 나는 에피소드라면, 사실 난 말린 멸치를 싫어한다. 말린 멸치를 보는 것만으로도 ‘으~’ 한다. 그런 멸치 한 박스를 모른 척 똥 따버리게 할 만큼 즐거운 하루였다. 그러나 지금도 멸치는 ‘으~’ 한다."
―올해만 해도 ‘오! 주인님’, ‘대박부동산’에서 시청자들을 만났고 촬영 중인 ‘학교2021’과 ‘트레이서’ 역시 방송을 앞두고 있다. 명품 조연이라는 애칭에 걸맞게 작품마다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는데, 쉼 없이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일 중독이다. 현장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집에 옥상이 있는데 별칭이 ‘양양’이다. 양양의 바닷가라 생각하며 쉰다. ‘옥상의 하늘이나 그곳의 하늘이나 푸른 건 똑같지’ 한다.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가족이라 할 수 있다. 아내의 음식 솜씨가 좋다. 주먹도 크다. ‘저리 가~’, ‘이~확!’ 하고 걷어 차일 때가 많다. ‘이확’으로 예명을 해볼까 할 정도로 자주 걷어 차이지만 문밖을 나설 때면 뽀뽀로 배웅한다. 채이기 전에 알아서 기어 나가니 귀엽기도 할 거다. 토끼라기엔 너무 커버린 아들들의 잔소리가 힘이 된다. 아내가 배우지만 대사 연습은 아들들과 한다. 절레절레 스무 번쯤 지나면 그제서야 끄덕끄덕한다. 그러고도 한참을 잔소리한다. '대사 절지 말고 잘 해' 그렇게 현장으로 간다."
―드라마 외에도 얼마전 이국종 교수가 활동했던 외상외과 권역외상센터를 모티브로 한 연극 ‘인계점’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의학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하고 있는데, 극중 ‘김규석’ 외상센터장을 연기할 때와 ‘주전’ 원장을 연기할 때 주안점을 둔 부분은 각각 어떤 것이 있는지.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연달아 의사역을 하게 됐다. 연극 ‘인계점’ 김규석의 대사 중에 '실패보다 두려운 건 후회더라'라는 대사가 있다. ‘김규석’을 연기할 땐 무엇을 위해 싸우려 했고 무엇을 위해 타협하려고 하는가 하는 질문을 되새김하며 역할을 준비했다. ‘주전’이란 인물의 옷은 푸르렀으면 했다. 의사생활의 선배로서 공감도 하고 농담도 주고 받을 수 있는 휴식이 될 만한 만만한 선배이고자 했는데… 멸치 똥만 땄을 뿐인데도 그렇게 보인 걸 보면 신원호 감독과 작가님의 혜안에 탄복할 따름이다(웃음)."
―연극을 마친 요즘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신지. 또 방송을 앞둔 ‘트레이서’ ‘학교2021’에선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소개한다면.
"요즘은 한동안 미뤄둔 취미생활(가구 목공, 자동차 diy정비)로 사서 고생하고 있다. ‘학교2021’에선 철 없어서 아이들과 마나님에게 잡혀 사는 ‘진덕규’ 역으로, 또 웨이브 오리지널 ‘트레이서’ 촬영장에서 신바람 나게 뛰놀고 있다. 귀띔을 하자면 ‘좋은 배우가 참 많구나’ 새삼 놀라며 반성도 하고 다짐도 하며 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의 한 마디.
"관객에게 공감을 얻지 못한 좋은 작품이 어디에 있을까 합니다.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도록 함께 웃고 울고 응원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주전자로 막걸리 한 잔씩 돌려드리고 싶네요. 물론 안주는 똥~딴 멸치입니다(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