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화제성·PPL·음원수익 모두 대박…‘99즈’ 사랑 결실 맺으며 준비된 이야기 대부분 마무리
#PPL만점 활용에 음원수익까지…
드라마가 시즌제로 이어지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캐릭터의 생명력이다. 하나의 시즌으로 커다란 이야기의 줄기가 끝나더라도 캐릭터의 생명력이 살아 있다면 다음 시즌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 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이익준(조정석 분), 안정원(유연석 분), 김준완(정경호 분), 양석형(김대명 분), 채송화(전미도 분) 등 ‘99즈’를 중심으로 장겨울(신현빈 분), 추민하(안은진 분), 이익순(곽선영 분) 등 막강 조연 라인의 캐릭터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정로사(김해숙 분), 주종수(김갑수 분) 등 중견 라인은 물론이고, 이우주(김준 분)라는 아역 캐릭터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여기에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의 환상 조합도 건재하다. 율제병원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충분히 시즌3이 가능한 상황이다.
게다가 PPL(간접광고)과 음원수익도 빼어난 드라마였다.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 조합은 그동안 다양한 인기 드라마를 만들어 냈지만 PPL 효과에선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과 시즌2가 압도적이었다. 시대극인 ‘응답하라’ 시리즈는 PPL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슬기로운’ 시리즈의 시작점인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배경이 구치소와 교도소인 까닭에 원활한 PPL 활용에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적절하게 PPL을 활용하며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시즌1과 시즌2의 PPL 업체가 달라지면서 ‘99즈’가 즐겨 먹는 먹거리가 달라지기도 했을 정도다. 아역 이우주가 즐겨 먹는 간식이 샌드위치에서 햄버거로 달라진 결정적인 이유 역시 PPL 변화 때문이었다. PPL은 ‘99즈’들의 차량까지 바꿀 정도다.
게다가 ‘99즈’는 ‘공룡능선’이라는 이름의 밴드이기도 해 매회 이들이 연주하는 노래가 음원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얻었다. 여기에 ‘싱어게인’ 출신 가수 이무진 등이 OST 작업에 가세해 더욱 탄탄한 음원을 양산해냈다. 시청률 고공행진에 요즘 중시되는 화제성도 높았던 데다 PPL과 음원 등 부가수익에서도 좋은 성과를 냈다. CJ ENM의 OTT 티빙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정도 성과라면 시즌3을 가는 데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오히려 시즌3을 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로맨스에 방점 찍힌 시즌2, 더 이상 동력이 없네
문제는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다. 시즌1 첫 방송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원호 감독은 “메디컬 드라마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기에는 많은 지점에서 다른 부분이 많다. ‘응답하라’ 시리즈나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배경만 병원으로 바뀌고 그 안에 사람 사는 이야기는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사랑과 우정, 일과 휴식 등 사람 사는 이야기를 주로 만들어 온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 조합 드라마의 컬러가 그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었고 실제로 그랬다. 의학 드라마지만 착한 드라마로 더 큰 사랑을 받은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이런 설정이 시즌2까지는 잘 끌고 왔지만 시즌3으로 가면 계속 반복되는 느낌과 다소 지루하다는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시즌2는 ‘99즈’의 우정을 기반으로 갔지만 그보다는 사랑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메디컬 드라마가 아닌 로맨스 드라마로 분류해도 될 정도였다. 그리고 시즌2에서 대부분 사랑은 결실을 맺었다.
시즌1에서 결실을 맺은 안정원 장겨울 커플은 시즌2에서도 계속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이어왔다. 시즌2에서 장겨울의 가정사가 더해졌지만 애정전선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역시 시즌1에서 맺어진 김준완 이익순 커플은 시즌2에서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결국 다시 맺어졌다. 거듭된 추민하의 일방적인 짝사랑이 이어진 양석형 추민하 커플도 결국에는 시즌2에서 커플로 맺어졌다.
시즌1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아온 이익준 채송화 커플은 시즌1에서 이익준이 고백만 한 채 마무리됐고 시즌2가 시작되며 바로 채송화의 거절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결국 이들은 시즌2 종반부에 이르러 사랑을 확인한다.
시즌3을 한다면 아슬아슬한 러브라인을 그려가는 것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시즌2의 김준완 이익순 커플처럼 다시 헤어지고 또 만나는 설정을 다른 커플로 확대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99즈’의 나이를 감안해 시즌3에서 이들 커플을 대거 결혼시키는 방법도 있을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전혀 결이 다른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2’ 마지막회에선 “오늘 밴드가 마지막일 것 같은 느낌이 들지”라는 이익준의 대사가 나온다. 사실상 시즌3은 없을 것이라는 선언에 가까운 대사다.
이처럼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처음 기획 단계부터 시즌2까지 제작하는 것으로 전체적인 이야기의 얼개를 만들어 놓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시즌1 첫 방송을 앞두고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이 확정됐다는 기사가 흘러나온 것이다.
시청률, 화제성, PPL과 음원 등 부가수익 등 시즌3으로 가기 위한 드라마의 외형적인 조건은 충족돼 있지만 이야기를 전혀 다르게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내용적인 한계가 있는 셈이다. 제작진이 시즌3을 두고 고민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김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