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OST 정재일 음악감독이 보여준 동심과 잔혹한 현실의 아이러니한 컬래버
'오징어 게임'의 OST는 잔혹함, 서정성, 슬픔, 악과 선 그리고 유머 등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이 혼재돼 쉴새없이 관객을 몰아치는 필름에 걸맞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데에 중점을 맞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일 음악감독과 함께 '페스트' '광화문 연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국내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및 프로듀서로 활약 중인 23과 에일리, 다비치, 케이윌 등의 작·편곡과 뮤지컬,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동 중인 박민주 작곡가가 협업했다.
총 20곡으로 이뤄진 '오징어 게임'의 OST는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익살스러우면서도 그 저변에 깔린 섬찟함이 목 뒤를 타고 느껴지는 독특한 사운드로 공개 직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국민 악기(?)인 리코더와 소고 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곡 'Way back then'(웨이 백 덴)과 'Needles and Dalgona'(니들스 앤드 달고나) 등은 어린아이들이 할 법한 골목 놀이가 데스매치 게임으로 변하는 배경과 맞물려 절망적인 현실과 대조를 이루며 아이러니를 극대화 시킨다.
또 캐릭터의 미스터리함을 배가시킨 '오징어 게임' 병정들의 테마 'Pink Soldiers'와 주인공이 처해 있는 암울하고 잔인한 현실을 그대로 청각화한 'Dawn'(던) 'Let's go out tonight'(렛츠 고 아웃 투나잇) 'I remember my name'(아이 리멤버 마이 네임) 등은 해외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앞서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기생충' 등의 OST를 작업한 정재일 음악감독의 음악은 작품 속 동화적인 공간과 아이러니하게 어우러지며 독보적인 감각을 자아낸다. '오징어 게임'의 황동혁 감독이 "(정재일 음악감독의 음악은) 굉장히 신선한 발상이었다. 이래서 천재라고 하는구나"라고 감탄했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또 극중 게임 참가자들의 기상 음악으로 활용된 '하이든의 트럼펫 협주곡 3악장'은 기성세대들에게 친숙한 퀴즈 프로그램 '장학퀴즈'의 시그널 송으로 그들의 향수를 자극한다. 이와 더불어 경양식집에서 즐겨 듣던 '슈트라우스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 'Fly me to the moon'(플라이 미 투 더 문)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는 과감한 선택과 배치로 극의 재미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이 같은 '오징어 게임'의 음악은 평단의 마음마저 매료시켰다. 특히 해외 평단은 "'오징어 게임'의 또 다른 매력은 잔인한 게임과 절망적인 현실이 대조를 이루며 아이러니를 극대화한 미술과 음악에 있다"(The Review Geek) "영리한 플롯이 화려한 세트, 의상, 훌륭한 음악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South China Morning Post) "음악, 영상, 캐릭터 등 모든 것이 조화롭다"(Yakinoulub) 등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오징어 게임'은 9월 23일 기준 넷플릭스 최고 인기작으로 꼽혔던 스페인 드라마 '종이의 집'을 꺾고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1위를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로서는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으며 9월 27일 기준으로 인도(3위), 인도네시아(2위), 이탈리아(2위), 오만(2위), 러시아(2위), 남아프리카 공화국(2위), 우크라이나(2위) 등 7개 국가를 제외하고 77개 국가에서 TOP10 1위를 지키고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