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개발 비판’ 국민의힘 과거엔 이재명표 공공개발 반대…“유동규는 수익성 예측하고 있었을 수도” 지적도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은 수차례 추진되다 엎어지기를 반복했다. 출발은 2004년 12월 한국토지공사(현 LH)가 128만㎡ 부지에 미니 신도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었다. 성남시도 도시기본계획에 반영하며 추진했지만, 개발계획이 유출돼 수용보상 부동산을 미리 사들인 공무원 등이 적발되며 개발이 잠정 중단됐다.
이후 주민과 개발업자 주도로 민간개발이 추진됐지만, 한국토지공사가 개발 면적을 91만㎡로 줄여 성남시에 제안했고 2008년 7월 성남시가 받아들여 다시 공영개발로 돌아섰다. 같은 해 10월 5일부터 19일까지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공람절차가 진행됐다. 동시에 정치권의 압박도 시작됐다. 2009년 10월 7일 LH 출범식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LH가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새로 통합된 LH는 오로지 스스로 경쟁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이익 나지 않아 일을 안 하겠다는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고 밝혔다.
2009년 10월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장동을 지역구로 둔 신영수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이 대통령 발언을 상기하며 “대장동 주민들은 민간에서 추진하자고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이지송 당시 LH 사장을 압박했다. LH는 주민 공람절차까지 마치고도 2010년 6월 재정난을 이유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포기했다. 실제 9월 28일 전용기 민주당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LH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기점으로 대장동 사업 철회를 검토했다.
대장동에 다시 민간사업자들이 뛰어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 사업가가 민영개발로 돌리기 위해 뇌물을 뿌린 이른바 ‘대장동 비리 사건’이 터졌다. 신영수 의원의 친동생과 이대엽 당시 성남시장 친인척, LH 전 본부장 등이 수억 원을 챙긴 혐의였다. 이들 중 관련자 9명은 재판에 넘겨져 형사처벌을 받았다.
그렇게 사업은 진전 없이 표류했다. 그러던 중 2010년 6월 성남시장으로 이재명 지사가 취임했다.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 관내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을 공공개발로 추진해 개발이익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겠다”고 선언, 직접 공영개발에 나섰다. 성남시는 2011년 3월 대장동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수립·고시했다.
하지만 성남시의회의 반대에 부딪혔다. 당시 성남시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이 34석 중 18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었다. 2010년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의견 청취안을 부결시켰다. 2011년 11월에는 대장동 사업 등 공공개발을 위한 지방채 발행 계획안과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반대의견을 내고, 2012년 6월까지 관련 조례안을 3차례나 부결시키기도 했다.
박완정 당시 한나라당 시의원은 2011년 11월 21일 성남시의회 정례회에서 “성남시는 막대한 지방채를 발행해 대장동 도시개발 사업에 4526억 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재명 시장은 1조 원이 넘는 지방채를 발행하면서 약 8000억 원에 이르는 돈을 개발사업에 쏟아 부을 예정이라는 얘기인데 과연 이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을 가린다”며 “훨씬 경험 많은 아파트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기업도 수익 내기가 어려운 요즘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빚 갚겠다는 얘기를 누가 믿겠나”고 비판했다.
박영일 당시 새누리당 시의원은 이듬해 2월 24일 성남시의회 임시회에서 “대장동 개발은 원래 민영개발이 원칙이다. 이재명 시장이 성남시장이 된 이후 개발허가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대장동 개발허가를 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원래 대장동 개발은 민영개발의 중심에 있었기 때문에 민영개발회사의 이익이 얼마 남든, 손해가 나든 개발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해 ‘이재명 지사는 왜 공공개발 비중을 높이지 않아, 화천대유 등 민간개발에 이익금을 몰아주었느냐’는 비판과 배치되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당시 민주당 소속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그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도 있었고, 지역구에 신영수 전 의원 말도 있다 보니 소속당 시의원들은 민간개발을 앞세우는 의견에 따라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에서 다수의 힘으로 100% 공공개발을 막아놓고, 이제 와 민간개발을 했다고 비판하는 것은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고 꼬집었다.
박영일 전 시의원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민영개발이 원칙’이라는 발언 한 대목만 볼 게 아니라 전체 맥락을 봐야 한다. 공기업의 문제점을 이야기한 것이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을 반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속되는 시의회의 반대로 성남시는 100% 공공개발을 관철시킬 수 없었다. 결국 대장동 사업은 공공과 민간이 합작한 복합개발로 정해졌다. 사업 이익분배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당금 1822억 원을 포함해 개발이익 5500여 억 원을 선순위로 보장 받고, 나머지 이익은 민간 투자자들이 가져가도록 했다.
문제는 화천대유 등 민간개발사업자들이 수천억 원의 이익을 가져가면서 특혜 의혹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화천대유와 SK증권 신탁자는 지분 7%를 보유하고 있지만 3년간 4040억 원의 배당을 받았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측에서는 화천대유와 이재명 지사의 연관성을 제기하며 “민간개발사업자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준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는 이재명 지사다. 이재명 지사는 이번 비리의 몸통”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화천대유 측은 “계약 당시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이었다. 최근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수익이 커진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실제 이러한 지적은 당시 성남시의회에서도 나왔다. 김영발 당시 새누리당 시의원은 “(대장동 개발) 기반시설 확충에 200억 원에서 500억 원 정도 든다. 우리(성남시) 수익률도 떨어지지만, 그쪽(민간개발업자)의 수익성도 담보할 수 없다”고 특수목적법인(SPC) 구성 과정에 출자자가 나타날지 의문을 제기했다.
2011년 성남시는 한국경제조사연구원에 의뢰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실시했는데, 이 보고서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에 대해 “1조 원 투입, 사업기간 8년 동안 3100억 원 수익”이라고 평가했다. 성남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의견청취안에도 “대장동 개발사업 순이익은 3137억여 원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성남시의회 의원들은 수익을 과하게 낙관적으로 예상했다고 지적했다. 당시는 부동산 시장이 불황기였기 때문. 이재호 당시 새누리당 시의원은 “LH가 대장동 사업에서 난색을 표하고 발을 빼려는 이유가 뭐냐.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수익이 없는 사업이기 때문 아니냐”고 회의적인 입장을 냈다.
앞서 민주당 소속의 성남시의회 관계자는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은 ‘3100억 원 수익’ 평가 보고서에 다 반발했다. 그 정도로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았다. 그러다보니 성남시는 5500억여 원의 수익만 환수해도 성공한 사업이라는 판단에 수익구조를 현재와 같이 짠 것 같다. 대장동 개발이 1조 원에 가까운 수익이 날 것이라고 그때 예측이나 했겠느냐. 지금의 잣대로 당시 상황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지사 역시 이러한 요지로 반박에 나서고 있다. 이 지사는 9월 14일 입장을 밝히며 “성남개발공사에 5503억 원을 보장하고 나머지는 손해까지 민간이 감당하는 방식의 계약이었다”며 “당시에 민간사업으로 허가했다면 (수익 전액이) 민간에 귀속됐을 텐데,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일부(5503억 원)라도 환수한 것은 오히려 칭찬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더 웃기는 것은 그 5500억 원을 포함한 전체 개발이익을 통째로 취득하려고 했던 게 국민의힘 세력이라는 점”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럼에도 화천대유와 대주주 김만배 씨 및 주변인들이 참여한 SK증권 신탁이 어떻게 참여해 막대한 배당금을 가져갔는지, 이들의 정치권과 법조계의 로비 정황,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의혹 연루성 등은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소속 한 성남시의원은 “2015년 당시 대장동 사업을 시작할 때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이익이 과도하게 날 경우의 위험성도 감안해 검토하라는 지적을 한 바 있다”며 “유동규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대장동 사업의 수익성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성남시의회가 이러한 점을 감시·견제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