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1일 1구설’로 타 후보 압도 못해…홍준표 TK 중심 맹추격…원희룡 ‘이재명 잡는 1타 강사’로 상승세
최종 경선 결과 발표(11월 5일)까지 20여 일 시간 동안 더불어민주당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본선 경쟁력’이 선택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50%까지 상승하는 당원 투표 비율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석열 대세론 균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세론’을 구가해왔다는 것은 대선캠프 위용만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여러 대선 후보 중 현역 의원들이 가장 많이 가담하고 있는 곳이 윤석열 캠프이고, 전직 의원에다 여러 전문가 그룹까지 대거 참여하고 있다. 요즘도 윤 캠프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고, 약간의 문제만 생겨도 즉시 캠프에서 ‘해촉장’이 날아올 만큼 사람이 넘쳐나는 곳이다.
‘윤석열 대세론’은 여러 여론조사를 통해 증명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 이재명 경기지사와는 엎치락뒤치락 양강 구도를 이어가고 있지만, 당내 후보인 홍준표 의원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10월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실시한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지사와 윤석열 전 총장은 각각 25%와 20%로, 5%포인트(p) 격차로 1위·2위를 기록했다. 반면 3위 홍준표 의원은 12%를 나타내며, 윤석열 전 총장과 8%p 차이를 보였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기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그러나 8명으로 좁혀졌던 국민의힘 1차 컷오프(예비경선), 4강 후보를 가려낸 2차 컷오프 결과를 놓고 볼 때, 윤 전 총장이 각종 여론조사 결과치와는 달리 당내 경선 후보들을 압도하는 지지세를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다. 경선 결과치가 공개되지는 않지만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당초 예상만큼의 압도적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경선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윤석열 대세론에 기대어 흘러가지 않는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으로 분석된다. 첫째 과거 어느 때보다도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강해진 보수정당 지지층의 욕구가 반영된 현재 정치판 구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윤 전 총장의 정치적 개인기 부족이다.
현재 정치판 구조와 관련해 기존 경로 이탈 현상을 들 수 있다. 보수정당 지지층들은 전통적으로 의리가 강한 성향, 즉 대세론이 형성되면 경로를 계속 유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민주당이 2002년 대선에서 이인제 대세론을 무너뜨리고 노무현 당시 후보를 선택하는 이변을 만들어내는 등 과감하게 새롭고 전략적인 선택을 했던 것과는 달리, 보수정당은 언제나 대세론에 기대왔다. 이회창 대세론에 기대 두 번이나 그를 대선 후보로 밀어줬고, 이명박 박근혜 후보 모두 대세론에 편승해 경선에서 이기고 대통령이 됐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과거와 다른 모습이 확연하다. 야당의 존재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집권세력의 일방적 국정운영으로 인해 마음이 크게 상한 보수정당 지지층들이 과거 어느 때보다 정권교체에 강한 집념을 보이면서, 막판까지 전략적 선택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힘 한 3선 의원은 “대세론에 안주하기보다 본선에서 반드시 이길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거에 없던 집요함을 보수정당 지지층들이 보이고 있다. 보수정당에는 완전히 새로운 현상이다. 때문에 이번 경선은 대세론이 먹히기 힘든 구조로 빠져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전 총장의 개인기 부족 역시 대세론에 자꾸만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루에 한 건씩 사고를 친다는 얘기가 나올 만큼 윤 전 총장은 자꾸만 구설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王)’ 자를 새기고 버젓이 나와, 그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냈고 보수언론조차 윤 전 총장의 잘못을 지적하며 맹공을 가했다. 고발사주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 등도 윤 전 총장에게는 큰 짐이 되고 있다.
#홍준표 '입심' 더 강해지나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라는 지적도 많기는 하지만 윤 전 총장 뒤를 쫓는 홍준표 의원의 추격전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의견에 토를 다는 이는 최근 사라졌다. 국민의힘 경선 결과치에서도 홍 의원이 당원투표에서는 밀렸지만, 여론조사에서는 크게 선전했다는 평가가 흘러나오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치 역시 당내 여러 관계자들의 ‘홍준표 추격론’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앞서 언급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홍 의원은 3위에 머물렀지만, 상승세는 눈에 띈다. 홍 의원은 이 조사에서 전달(6%)보다 두 배 상승한 12%를 기록,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8%)마저 제쳤다.
홍 의원이 윤 전 총장을 제치기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할 ‘1차 고지’라고 공언해온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TK)에서도 홍 의원의 약진은 감지되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보수 진영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 홍 의원은 TK 지역에서 37%를 기록했다. 지난 조사 23%보다 무려 14%p 급등한 것. 반면 윤 전 총장은 지난 조사와 변동 없이 26%에 그쳤다.
당내에서는 홍 의원이 TK에서 윤 전 총장을 역전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TK 민심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불안감이 나오고 있다는 징표로 보고 있다. 툭하면 구설에 오르는 윤 전 총장이 본선에서 이재명 지사에 밀릴 수 있다는 걱정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4명의 후보가 압축 토론을 벌이는 최종 경선에서 홍 의원의 토론 실력이 발휘되기 시작하면, 역전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더욱이 홍 의원이 가장 부담스럽게 여겨왔던 하태경 의원이 탈락, 향후 토론에서 빠지면서 홍 의원의 ‘입심’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홍 의원이 추격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여전히 윤 전 총장에 뒤지고 있는 여론조사가 부담일 것”이라며 “마지막 경선은 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홍 의원이 당원들에게 좀 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역전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다크호스 원희룡 등장
원희룡 전 지사의 ‘4강 진입’을 두고 갖가지 분석이 따라붙고 있다. 당내에서는 최재형 전 원장이나 황교안 전 대표의 4강 진입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류였는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바뀐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보고 있다. 민주당 유력 후보를 잡을 수 있는 후보라면 누구든지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는 보수정당 지지층들의 심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우선 대장동 의혹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원 전 지사의 경쟁력이 돋보였다는 ‘실력론’이 나온다. 원 전 지사는 2차 컷오프 여론조사 기간 한 유튜브 채널에 ‘화천대유 특강’ 영상을 올렸는데, 해당 영상 조회수가 24만 회를 넘어서는 등 큰 반향을 일으켜다. 이 영상을 두고 학력고사·사법고시 수석이라는 명성에 부응하는 ‘1타 강사’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원희룡 캠프 관계자는 “화천대유 관련 유튜브 영상을 보고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연락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원 전 지사는 2차 컷오프를 위한 방송 토론회에서도 국회의원·도지사 등 경험을 바탕으로 한 토론 실력을 보였고 정책 이해 능력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원 전 지사는 2차 경선 결과를 앞두고는 선제적으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10월 5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2차 컷오프 4명에 들어가면 한 달 안에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원 전 지사는 ‘이재명 잡는 원희룡 전략’을 계속 펴나간다면 대역전극을 통해 1위를 할 수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는 10월 8일 자신의 SNS 등을 통해 “품격 있는 토론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비전을 보여주고 정권교체를 해내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들겠다. 이재명의 민낯을 드러내고 국민적 심판을 통한 정권교체를 해내겠다”고 4강 진출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재명, 대장동 게이트 ‘1타 강사’ 원희룡을 4강에 보내주신 뜻은 화천대유 비리를 뿌리 뽑고 정권교체를 반드시 이뤄내라는 당원 여러분의 명령”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발언 역시 ‘이재명 잡는 원희룡’ 프레임을 앞세운 것이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수위 후보로 불리는 윤석열 전 총장 외에, 그를 추격하는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 모두가 쟁쟁한 실력을 갖추고 있어 향후 TV토론과 이재명 지사와의 여론전 등에서 기회를 잡는다면 어느 후보라도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는 대혼전 양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경철 매일신문 편집위원